2
부산메디클럽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13> 열 더하기 일 ; 11인 졸

  • 박기철 경성대 교수
  •  |   입력 : 2021-05-10 19:44:27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학교에서 한 학기나 한 학년을 마칠 때 종(終)업식을 할 수 있다. 회사에서도 한 사업년도를 마치는 마지막 날에 종업식을 한다. 한 강의 과목을 마칠 때는 종강이다. 그런데 하나의 개별 단위가 아니라 정규 과정을 마칠 때는 졸업이라 한다. 영어로는 그레이드(grade)가 올라가는 ‘graduate‘다. 하지만 졸업이라는 낱말은 그래주에이트와 상반되는 뜻을 담고 있다. 졸업하면 올라가기보다 낮아지기에. 도대체 뭐가 어쨌길래?

문 열(10)어 나가면 일단계 졸이 된다
마칠 종(終)은 단순히 끝낸다는 뜻이다. 그런데 마칠 졸(卒)은 그 뜻이 복잡미묘하다. 장기판에서 적과 가장 앞에서 직접 마주치고 있는 卒은 미약한 존재다. 크기부터 가장 작다. 후퇴도 못한다. 전진할 때는 한 칸만 나갈 수 있다. 행동 범위가 좁다. 손쉽게 잡혀 죽는다. 졸은 졸병이다. 비표준어인 쫄다는 쫄병처럼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를 뜻한다. 국물도 너무 끓이면 위축돼 쫄게 된다. 그런데 졸업식이라니? 대학교를 졸업했다면 4년의 정규과정을 당당히 마쳤는데 왜 쫄병 卒을 써서 졸업식이라 할까? 필자는 10+1=11의 공식으로 나름 해설한다. 그럴 듯한 일(一)설이 될 수 있는 이(異)설은 되겠다. 터무늬 없는 낭(浪)설이나 쓰잘데 없는 잡(雜)설은 아니길 바란다.

1 2 3 4 5 6 7 8 9 10은 한국말로 일 이 삼 사 오 육 칠 팔 구 십. 중국말로는 이 얼 싼 쓰 우 류 치 파 쥬 싀. 일본말로는 이찌 니 산 시 고 로꾸 시찌 하찌 규 쥬. 같은 한자권 문화이기에 발음이 비슷하다. 그런데 우리 고유의 발음은 다르다. 하나둘셋넷다섯여섯일곱여덟아홉열. ‘천부인과 천부경의 비밀’책에 따르면 이 16개 글자들은 천부경(天符經) 진본으로 나중에 숫자로 쓰이게 되었단다. 최치원의 81자 ‘천부경’은 16자 천부경을 예찬한 시란다. 뭔가 끌리며 왠지 와닿는다. 필자는 이 칼럼의 149번째 글에서 16글자 천부경의 뜻을 간략하게 전달한 바 있다. 마지막 글자인 열은 단지 10(Ten, 十)이 아니다. 문을 열어(開) 열다(open)는 뜻이다. 이제 한 쌍의 남녀가 부부가 되어 애도 낳고 가족을 이루었으니 문 열어 다른 가족들과 어울려 살라는 뜻이다. 밝은 심성을 지닌 우리 밝달, 즉 배달(倍達) 민족은 모두 함께 널리 이롭게 사는 홍익(弘益) 인간들이었다.

그렇게 자기만의 울타리를 열고 나가면 나는 어떻게 될까? 내 울타리 안에서는 가장 높은 지위였지만 문 열고 밖으로 나가면 나는 가장 낮은 지위에 선다. 한마디로 졸의 위치가 되는 것이다. 가령 대학교 4학년은 가장 높은 지위지만 졸업하면 사회 초년생이 된다. 취업하면 신입사원이다. 처음 일(1)의 단계인 졸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단순히 종업식이 아니라 졸업식이라 하는 게 아닐까? 우리는 인생의 마디마디마다 졸업을 한다. 내 안의 문을 열(10)고 나아가 처음(1) 단계인 졸(11)이 된다. 졸이 가진 처음의 자세와 심정을 유지하는 게 잘 사는 길이다. 11인 졸의 초심(初心)을 잃지 말며 살아야 길하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대 마을버스뿐
  3. 3[도청도설] 발가벗겨진 사우디
  4. 4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5. 5[시민기자] ‘핑크 가을’ 내려앉은 대저생태공원
  6. 6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7. 7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8. 8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9. 9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10. 10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1. 1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2. 2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3. 3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4. 4여도 야도 시중은행 연쇄 해킹 사태 집중 질타
  5. 5[속보] 진영승 합참의장 “北 적반하장 용납 못해…추가 도발 감행시 단호하게 대응”
  6. 6[2026 국감 브리핑]조경태 “최고 시스템 갖춘 건기연이 가덕도신공항 부지 침하 연구해야”
  7. 7"법령 검토해 결정하겠다"던 김지용 중수청장, 국무회의 참석
  8. 8이 대통령 "관행·절차 얽매이지 말고 주택 공급 전격전 펼치길"
  9. 9통일부. 北 대남확성기 재개 위협에 “문제 해결 노력에 호응” 촉구
  10. 10이 대통령, "생애 첫 연금 지원사업 신청한 사람만? 실질적 불평등"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3. 3부산 명물 삼진어묵, 상하이 입맛 잡는다
  4. 4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5. 5선원노련 김두영 위원장, ITF(국제운수노련) 집행위 선출
  6. 6이번엔 할리스…고객 개인정보 276만 건 유출(종합)
  7. 7양현재단 20년, 해운·항만 새 항로 모색
  8. 8기술유출 엄단…산업부 ‘특사경’ 도입 추진
  9. 9노르웨이 북극권 누빈 부산 청소년, 극지경험 공유의 場
  10. 10해양진흥공사, 상임이사 공개 모집
  1. 1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대 마을버스뿐
  2. 2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3. 3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4. 4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5. 5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6. 6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7. 7상습 음주운전 꼼짝마…후 불어야 시동 걸린다
  8. 8주 15시간 넘기면 인건비 30%↑…생존 위해 쪼개기 고용
  9. 9재개발 조합장 수사 정보 채팅방 올린 공무원 벌금
  10. 10“경남 강점 활용한 SMR 특구 만들자”
  1. 1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2. 2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3. 3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4. 4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5. 5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6. 6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7. 7‘통산 최다안타 3위’ 손아섭, 두산에서 방출…선수 생명 이어갈까
  8. 8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 여자 단식 최다우승 기록세워
  9. 9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10. 10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우리은행
끝나지 않은 '석면 공포'
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주 13.7시간 노동의 덫
주 15시간 넘기면 인건비 30%↑…생존 위해 쪼개기 고용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