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도제한 30→90m로 완화
- 상인 동의 필수…진통 예상
부산 근현대사의 상징적인 공간인 국제시장이 재개발을 통한 현대화를 채비하고 있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로 대변되는 유통 환경의 급격한 변화 속에 코로나19 장기화로 더 이상 전통시장 형태로는 버티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국제시장번영회는 국제시장(1~6공구)의 재개발·재건축 등 현대화 사업을 추진한다고 12일 밝혔다. 번영회는 지난 2월 이사회에서 현대화 추진을 의결했다. 다음 달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간다.
재개발의 골자는 주상복합건물 건립이다. 번영회는 현재 2층 규모의 낡은 상가 건물을 허물고, 지하주차장을 갖춘 35층 이상의 대형 건물을 건립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국제시장 인근 중구 동광동 부산데파트(부산멘션빌딩)가 2019년 37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 2개동을 건립하기 위해 재건축추진위원회를 설립한 모델을 차용했다.
국제시장은 광복과 6·25 전쟁 등 격동의 근현대사가 녹아 있는 공간이다. 1945년 광복 이후 일본인이 남긴 물건과 해외동포가 외국에서 들여온 물건 등을 거래하기 위해 지금의 자리에 들어선 시장이 기원이다. 처음에는 상가도 없이 빈 터에 사람만 가득해 ‘도떼기 시장’으로 불렸다. 1948년 상가가 들어서면서 ‘자유시장’이란 이름을 얻었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부터는 미군 부대에서 나온 물건까지 취급하면서 지금의 ‘국제’시장이 됐다.
서민의 애환이 서린 국제시장이 현대화를 추진하면서 부산 역사의 원형이 사라지는 데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다. 전쟁 통에 중구 보수동과 대청동 일대의 달동네에 정착한 피란민은 국제시장 일대에서 생계를 유지했다. 2014년 개봉한 영화 ‘국제시장’에서 주인공이자 우리시대의 아버지인 덕수(황정민 분)가 가족을 위해 한 평생을 바쳤던 가게 ‘꽃분이네’도 3공구에 자리하고 있다.
현대화가 성사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선결 과제가 있다. 먼저 고도제한이다.
용두산공원 일원에 위치한 국제시장은 부산시 ‘가로구역별 건축물 최고높이 운용지침’에 따라 건축물 높이가 30m로 제한된다. 번영회는 사업성을 담보하기 위해 중구에 고도제한을 30m에서 91m로 완화해 줄 것을 건의했다. 이에 중구는 다음 달 시행하는 ‘상업지역 가로구역별 건축물 최고높이 정비용역’에 국제시장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상인 동의도 필수적이다. 전통시장은 재개발 추진위원회를 설립하려면 토지 소유자 50%의 동의가 필요하다. 사업시행 인가 등 실무를 진행하려면 60%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국제시장 상인의 절반 이상이 세를 얻어 장사하는 임대상인이다. 이들에게 재개발은 곧 퇴거를 의미하기 때문에 진통이 예상된다.
번영회 이상우 회장은 “아직 구체적 그림이 나오진 않았지만, 곧 상인들에게 동의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재개발을 통해 백화점처럼 세계 각국의 유명 브랜드가 입점한 명품 매장으로 꾸려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