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 관광객 등 방문 급감
- 정부 부활 대책도 효과 미미
- 번영회 “2층 공실률 30~40%”
- 재개발 땐 부동산 가치 상승
- 토지 등 소유자 1500명 추산
- 사업 추진 동의에 난관 예상
국제시장 상인들이 시장 현대화를 추진하게 된 배경은 매출 부진이 가장 큰 이유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의 등장으로 대형마트마저 구조조정에 직면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주차장 등 편의시설 부족과 상품 구색이 부족한 전통시장은 생존을 보장받기는 어려운 구조다. 정부와 지자체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천문학적인 재정을 쏟아부었지만 활로는 보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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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화 사업이 추진되는 부산 중구 국제시장 전경. 상인번영회는 12일 상가 건물을 허물고 35층 이상의 주상복합건물을 건립하는 재개발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전민철 기자 |
■창고가 돼버린 점포
12일 국제시장 상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시장의 점포세나 지가는 전성기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국제시장은 점포를 분양할 때 ‘칸’이라는 개념이 쓰인다. 1칸은 6.6㎡(2평)로, 이날 기준 1489칸이 분양된 상태다. 영화 ‘국제시장’이 개봉된 2014년 무렵에는 1칸의 매매가격이 1층 점포 기준 7000만~8000만 원에 달했다. 비교적 가격이 싼 2층 점포도 6000만 원 이상을 줘야 1칸을 살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1층 점포의 매매가는 3000만~4000만 원 정도로 반토막이 났다. 2층 점포는 1000만~1500만 원까지 떨어져 1층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유통 환경의 급변으로 전통시장을 찾는 발길이 급감한 가운데 지난해부터 코로나19 한파가 몰아치면서 매출 감소는 심화됐다. 부산시의 ‘부산관광산업 동향분석’을 보면 2015년 자갈치·국제시장 방문객은 1065만 명에 이른다. 이듬해인 2016년엔 1132만 명으로 증가했다. 영화 ‘국제시장’의 영향으로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려 들었다. 그러나 2017년 853만6000명, 2018년 828만 명으로 줄어들더니 2019년엔 697만8000명, 지난해엔 387만7000명으로 곤두박질쳤다. 코로나19 탓에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이 급감한 영향이 컸다.
상인들은 영업을 중단하거나, 점포를 창고처럼 물건 적재를 위한 공간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부산 중구에 따르면 국제시장의 점포는 모두 525곳으로, 실제 영업을 하고 있는 상점은 509곳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많은 가게가 사실상 개점휴업에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점포를 창고로 활용하는 경우, 영업 활동은 없지만 퇴거가 이뤄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통계상 공실로 잡히지 않는다.
또 사업자등록증 없이 가게를 운영해온 상점도 약 80곳에 이른다. 특히 비교적 방문객이 적었던 2층 매장은 현재 공실률이 30~40%에 이른다는 게 번영회의 설명이다.
■재개발 통해 부동산 수익 기대
과거와는 달리 장사를 통해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은 적다. 이 때문에 부동산 가치 상승에 주목하는 상인이 많아졌다. 번영회 관계자는 “매출이 크게 떨어지고, 점포주 입장에선 건물값도 예전만 못하다. 재개발을 하면 부동산 가치가 상승할 거라 기대하는 상인이 많아 지금 시점이 현대화를 추진하기에 가장 적기다”고 말했다.
문제는 사업 추진에 대한 동의를 구해야 할 대상인 ‘토지 등 소유자’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번영회가 파악한 토지 등 소유자는 약 800명이다. 그런데 이는 1977년 등기상 자료로 사실상 의미가 없다. 세월이 흐르며 점포가 원래 주인의 자녀에게 상속되고 한 점포에 여러 명의 주인이 등재된 경우가 많아졌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할 때 실제 토지 등 소유자는 현재 약 15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지금까지 국제시장을 지켜온 임대 상인의 반발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시장 상인 약 900명 중 60%가량은 임대료를 내고 장사한다. 이들에게는 재개발이 곧 퇴거를 뜻한다. 일단 번영회는 재개발 공사가 이뤄질 경우 인근에 가설 시장을 마련해 임시 상점을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신심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