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재판부, 현장 찾아 30가지 점검
- 제어시스템조차 없는 부실 확인
고율의 확정 수익을 내건 분양형 호텔과 관련된 손해배상 소송의 재판부가 직접 현장 검증에 나섰다. 분양 당시 사업자가 홍보했던 모습과 실제로 차이가 크다는 피해자의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서다. 형사 사건이 아닌 민사 사건에서 재판부가 직접 현장 검증에 나서는 것을 이례적이다. 법원이 최근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분양형 호텔 관련 분쟁의 문제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사업자가 쉽게 부정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경각심을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제2민사부(재판장 노행남)는 13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블루스토리 호텔을 방문해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블루스토리는 2016년 연 8% 확정수익을 내세워 지하 5층, 지상 18층, 304객실 규모의 호텔을 분양해 완판했다. 하지만 시행사가 공사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자 하청업체가 유치권 행사에 돌입했다. 지난해 2월 마무리 공사가 덜 된 상태로 영업허가가 났고 지금까지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국제신문 지난 2월 2일 자 1면 등 보도). 분양을 받은 피해자들은 애초 모델하우스에서 홍보했던 구조와 집기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는 등 호텔 수준이 아니어서 이용객이 줄고 수익을 낼 수 없어 피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재판부는 분양 당시 시행사가 홍보한 A타입 복층형 객실 등을 면밀히 살피며 수분양자들의 변호인이 주장한 세부 검증사항 30가지를 점검했다.
국제신문 취재진이 현장 검증에 동행해 확인한 결과, 객실은 모델하우스에서 안내한 것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호텔이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객실제어시스템조차 없었다.
피해자 측 변호를 맡은 법률사무소 토브 정재영 변호사는 “시행사의 방만하고 안일한 운영으로 수분양자들만 피해를 떠안았다”며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현장 검증을 한 것은 곳곳에서 일어나는 분양형 호텔의 문제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현장 검증를 통해 사업자들이 부정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경각심을 주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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