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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양오염 분포 점 찍듯 부실조사…정화작업 누락 초래

시민공원 9년 전 보고서 분석

  •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  |   입력 : 2021-05-16 22:03:13
  •  |   본지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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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공단 정밀조사 어떻게

- 1786곳서 6070개 시료 채취
- TPH 499곳 856개 초과 검출
- 집중정화 구역 국제아트센터
- 면적 41% 지하 8m까지 오염

# 오염상황 제대로 못 담아

- 유류 주변으로 퍼지는 점 간과
- 시료채취 지점 연결도 미표시
- 시간에 쫓겨 분포도 축소 의혹
- 오염 광범위한 조사가 일반적

대대적인 토양오염 정화 작업을 거친 끝에 개장한 부산시민공원에서 또다시 기준치를 초과한 기름 오염이 발견(국제신문 지난 5일 자 1면 등 보도)되면서 과거 실태조사와 정화 작업이 부실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 정화 작업에 참여했던 이들은 한국환경공단이 진행한 ‘토양정밀조사’가 실제 오염 상황을 제대로 담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9년전 정화작업 거쳤지만…

   
지난 6일 부산시민공원 내 부산국제아트센터 공사부지를 드론으로 항공 촬영한 모습. 기름에 오염된 토양이 발견되면서 현재 공사가 전면 중단됐으며, 시료에 대한 정밀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16일 부산시와 부산도시공사에 따르면 토양 오염 우려 기준치 500㎎/㎏를 3배 이상 초과한 1600㎎/㎏의 석유계총탄산화수소(TPH)가 발견된 부산국제아트센터 일대는 9년 전 집중적인 정화 작업이 이뤄졌다. 이 부지는 미군 기지 ‘캠프 하야리아’로 사용되던 당시 위관급 부대원의 관사가 있어 난방 보일러 가동에 필요한 기름탱크가 다수 설치됐었다.

시는 한국환경공단(이하 공단)에 위탁해 2011년 4월 11일부터 2012년 7월 10일까지 15개월간 이곳의 오염 부지 9만5877㎡를 대상으로 정화 작업을 진행했다. 정화가 이뤄진 구역은 시가 공단에 의뢰해 2011년 1월 작성된 토양정밀조사 결과에 근거했다.

토양정밀조사 보고서의 부록을 보면, 공단의 의뢰를 받은 한국농어촌공사는 캠프 하야리아를 A~K 구역, 11곳으로 나눠 토양 오염을 확인했다. 1786곳에서 6070개의 시료를 채취했는데, 이 중 TPH는 499곳 856개 시료에서 토양 오염 우려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트센터 부지가 포함된 A 구역에선 지하 0~8m에 걸쳐 TPH가 검출됐다. 면적 기준으로는 41.5%가 유류에 오염된 것으로 나왔다.

토양 정화를 했는데도 또 기름이 검출된 데 대해 당시 정화 작업에 참여한 이들은 “토양정밀조사 자체가 허술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조사 결과에서 도출된 오염 분포 정도가 지나치게 좁게 제시되면서 실제 토양 정화가 필요한 부지가 누락됐다는 것이다. 환경 정화가 끝났을 당시 검증 작업을 맡았던 한 연구원은 “일반적인 오염 조사 보고서는 유류 오염 시료를 채취한 구간이 서로 연결되도록 분포도를 작성한다. 그래야 바닥을 뚫어보지 않은 곳의 오염까지 커버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당시 토양정밀조사 보고서에는 시료 채취 지점 간 연결이 거의 없다. 오염 분포 정도가 매우 국소화된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부산시민공원의 토양정밀조사 보고서에 나타난 부산국제아트센터 일대의 정화작업 현황(왼쪽). 초록색 부분은 석유계총탄산화수소(TPH)가 발견돼 정화작업이 완료된 부지다. 오산비행장(오른쪽)의 위해성 평가 중 TPH 오염분포도가 원형으로 광범위하게 조사된 것과는 달리 오염 부지가 분절적으로 조사된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환경공단 제공
■“부실한 실태조사가 부른 결과”

유류는 주변으로 퍼진다는 점을 고려해, 기름이 확인된 다른 지점들과 연결해 하나의 큰 덩어리로 오염 분포 구간을 표현하는 게 일반적이란 설명이다. 토양정밀조사 보고서 부록에 실린 TPH 오염 분포도를 보면 이 같은 의혹은 개연성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분포도에서 토양 오염을 나타내는 플룸(plume)의 형태는 작은 동그라미가 군데군데 점 찍히듯 분절적으로 표현됐다. 하나의 큰 덩어리로 오염 정도를 표시하는 일반적인 그림과는 다르다.

분포 정도가 축소되다 보니, 실제 오염 정화 대상 지점이 아닌 곳에서 유류가 계속 발견되기도 했다. 이 연구원은 “검증 작업 당시 시료를 채취한 구역의 경계 지역도 분석을 했는데, 유류 오염이 발견돼 수 차례 재정화를 지시했었다”고 말했다.

정화 작업의 토대인 실태조사부터 허술했으니 그 결과 또한 허술할 수밖에 없었다는 ‘반성’도 나온다. 부산시민공원 환경 정화 자문위원을 맡았던 동의과학대 김철 전 동의분석센터장은 “토양조사는 그 기법상 100% 확신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장시간에 걸쳐 조사를 해야 하는데, 당시에는 빨리 공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때문에 시간싸움 식으로 진행됐다. 부실공사가 맞다”고 강조했다.

공단은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부산아트센터 건립을 맡은 부산도시공사는 공단에 정화 작업이 완료됐음에도 토양 오염이 발견된 데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에 공단은 ‘하자 처리 기간이 없는 사업이고, 당시 작업은 검증까지 다 마쳤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제라도 시민공원 전반에 대한 토양 오염 여부를 재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시민공원추진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을 맡았던 허운영 씨는 “기름은 넓게 확산된다. 아트센터 인근 도로변이나 주택가까지 오염이 퍼졌을지 모른다”며 “공원 조성 당시부터 정화 작업이 허술하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결국 강행됐다. 지금이라도 공원 전체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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