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합원 "조합, 의결권·재산권 침해"
- 삼성콘도맨션 총회결의 무효 소송
- 남천2구역은 대의원 부정입찰 의혹
- 동래구 한 前 조합장은 직원과 갈등
- 사무실 불 지르고 도주하는 범죄도
부산지역 민간 주도의 재개발·재건축 현장이 조합원 간 분쟁으로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법적 소송은 물론 방화 같은 강력범죄까지 발생하는 등 이권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 |  |
| 지난 17일 부산 동래구의 한 재개발 조합 사무실에서 전 조합장이 불을 질러 사무실이 불에 탄 모습.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
부산 해운대구 삼성콘도맨션 소규모재건축조합원은 지난 18일 조합을 상대로 총회결의 무효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9월 정기총회에서 다뤄진 ▷1호 정관변경(안) ▷3호 설계자 변경(양도)심의의 건 ▷5호 토지매입용 자금 차입 등 세 가지 안건이 가결 조건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통과됐다고 주장한다. 1호 안건은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상 조합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66.6%)해야 가결되지만, 총회 당시 조합원 89명 중 56명이 찬성(62.2%)해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면서 법적 효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3호 안건 역시 도정법상 ‘설계자 선정 및 계약’에 관한 사항은 정관에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 내용임에도 조합은 이를 누락한 채 임의로 설계자를 선정했다가 다시 바꾸기 위한 안건을 상정했다고 문제를 삼고 있다. 3호 안건 역시 조합원 과반수가 직접 참석하고 참석자 과반 찬성으로 의결되지만 당시 조합원(89명) 과반에 못 미치는 31명이 참석해 의사 정족수를 못 채웠는데도 가결됐다는 것이다. 5호 안건은 3호 안건이 부결될 경우 자동 폐기되는 것으로 돼 있음에도 가결됐다고 주장한다. 조합원 A 씨는 “법과 정관상 따르게 돼 있는 조항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가결해 조합원 의결권은 물론 재산권을 침해했다”며 “최근에는 관련 내용을 담은 고소장을 경찰에 접수했다”고 말했다. B 조합장은 “제기된 의혹은 모두 절차나 규칙에 위배되는 것 없이 정상적으로 진행됐다”고 반박했다.
남천2구역 재개발조합도 최근 조합이 공고한 임대주택 포괄양수자 선정 입찰 결과를 두고 잡음이 일고 있다. 낙찰된 업체의 경우 입찰 공고가 나기 10일 전 법인으로 설립됐으며 대의원 중 한 명이 투자한 회사였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경찰에 고발장이 접수된 상태다. 또 입찰 당시 법인 등기부등본을 필수로 제출해야 하는데, 이미 폐업한 다른 업체의 등기부등본을 제출해 자격 조건이 없는데도 선정됐다는 것이 조합원들의 주장이다. 취재진은 조합장의 의견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했으나 닿지 않았다.
지난 17일에는 동래구의 한 재개발 조합 사무실에서 전 조합장이 다른 간부에게 인화 물질을 뿌리고 불을 저지른 뒤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전 조합장인 D 씨는 전통시장 현대화를 위한 재개발 과정에서 용역비 과다 책정 등의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아왔던 터라 조합원 간에 불거진 갈등이 이번 사건의 원인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거대한 이권이 걸린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은 조합 내부의 일탈성 범죄는 물론 갈등이 만연하다. 조합원 상당수가 노인인 사업의 특성상 OS 요원(조합원을 만나 재개발 추진을 설득하는 역할)의 말에 넘어가 뒤늦게 문제를 제기해 논란이 되는 사례도 허다하다.
동의대 강정규 부동산대학원장은 “제도나 절차는 마련돼 있지만 사업 추진의 편의성과 이윤 등의 이유로 일부가 일탈을 저지르고, 이권 싸움에 조합원만 피해 보는 경우가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다”며 “마음만 먹으면 눈속임과 편법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개인마다 조합원 재산을 함께 지킨다는 공동체적 윤리 의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