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름 땅’ 정화 국방부와 협약으로 떠안아
- 시민사회 “관계기관 모두 해결 나서야”
부산시민공원 기름 오염 부실 정화 파문(국제신문 지난달 5일 자 1면 등 보도)이 확산되는 가운데 당시 환경 정화를 맡았던 한국환경공단(이하 공단)이 유감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2010년 부산시가 국방부, 공단과 맺은 협약 탓으로 부실 정화에 책임질 주체는 없는 상황이다.
| |  |
| 부산시민공원 내 부산국제아트센터 부지 토양오염 여부 정밀조사 모습. 국제신문DB |
■부실 정화, 사과는 했지만…
공단은 2일 부산시민공원 내 부산국제아트센터 부지에서 기름 오염이 확인된 데 대해 유감의 뜻을 밝혔다. 공단은 국제신문에 “토양정밀조사의 한계 등으로 공단이 완료한 사업에서 오염 물질이 발견돼 깊이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현재 시가 진행 중인 토양정밀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 과정에서 공단의 귀책 사유가 있다면 당연히 관련 조처를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공단은 정화 완료 구역과 비(非)오염 구역을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정화 완료 후 오염이 발견되면, 정화 완료 구역과 비오염 구역 여부를 확인한다. 정화 완료 구역은 정화업체가 처리한 곳이며, 비오염 구역은 정화 책임자가 처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화업체는 과거 공단이 계약을 맺은 업체를, 정화 책임자는 현재 정밀조사 명령을 받은 시를 가리킨다. 결국 공단이 정화한 구역에서, 책임이 명백한 오염이 확인될 때만 책임을 지겠다는 말이다.
■‘기름 땅’ 서둘러 받은 부산시
옛 캠프 하야리아 환경 정화와 관계된 기관은 크게 3곳이다. 시와 국방부, 공단이다. 미군 기지의 환경 정화는 국방부 소관이지만 캠프 하야리아는 예외였다. 2010년 4월 5일 시와 국방부가 체결한 ‘환경오염정화 위·수탁 협약’ 때문이다. 협약에는 ▷환경오염 정화사업 ▷지장물 철거 ▷폐기물 처리 등 국방부의 업무를 시가 대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협약은 시가 국방부에 먼저 요청해 이뤄진 것이다. 국방부가 주관해 토양 오염 등을 제거한 후 시에 매각하는 통상적인 과정을 밟게 되면 시민공원 조성 등 부지의 조기 활용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였다. 지자체가 오염된 미군 기지를 아무 조처 없이 고스란히 넘겨받은 전국 최초의 사례였다.
캠프 페이지 등 정화 작업이 이뤄진 미군 기지에서 토양 오염이 재발견될 경우, 지자체와 시민사회는 국방부에 책임을 묻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부산은 시민공원이 부실하게 정화됐다고 해도, 국방부에 그 책임을 따져 물을 수 없는 상황이다. 국방부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 손상혁 중령은 “당시 시의 요청으로 관련 업무가 위탁됐다. 이후 정화 과정에 대해 국방부는 개입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부실 정화, 아무도 책임 안 진다
시와 공단 중에서 명확한 책임자를 가려내기도 어렵다. 두 기관은 같은 해 8월 17일 환경오염정화 위·수탁 협약을 맺었다.
협약 13조에는 ‘본 사업 범위 또는 내용이 하자 담보 기간 내 을(乙·공단)의 귀책 사유로 실제적으로 완료되지 않았을 경우 다시 시행해야 한다’고 적시됐다. 하자 담보 기간은 2년이었다. 이 조항에 따라 공단은 2012년 9월부터 2014년 9월까지 신라대·동의과학대와 계약해 반기별로 4회 모니터링 검증을 시행했다. 당시 모니터링에서는 문제가 확인되지 않았고, 2014년 시민공원 정상 개장으로 이어졌다. 협약상 사후에 발견된 부실 정화의 책임은 공단에 있지만, 하자 담보 기간이 지나 그 책임을 묻기 힘들다. 공단이 밝힌 대로, 공단 귀책 사유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는 이상 오염 사태를 책임질 주체는 없는 상황이 생기게 된다.
시도 현재 정밀조사가 진행 중인 부산국제아트센터 부지에 대해서만 정화를 거친 뒤 공사를 재개한다는 입장이다. 당시 시민공원 전반의 정화 작업에 대한 부실 여부는 확인할 계획이 없다.
시민사회는 관계 기관들이 부실 정화에 책임 의식을 느끼고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시민공원조성 범시민운동본부에서 활동했던 부산경실련 도한영 사무국장은 “개장 직전부터 불거졌던 부실 정화로 결국 이런 사달이 났다”며 “당시 정화 작업과 관계된 기관 모두가 책임 의식을 가지고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