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교행위 강요 … ‘봉’ 취급
- 주 1회 예배·업무 중 연꽃 접기
- 채용 때 종교행위 참여 묻기도
- 후원회에 직원 가족 가입 유도
# 상시대응 체계 구축 필요
- 2019년 신고센터 두 달만 운영
- 회계부정 복지법인 대처 미흡
- 위수탁 계약해지 한 건도 없어
사회복지계의 ‘종교 갑질’은 일부 법인의 돌출 행동이 아니라 현장의 구조적인 문제라는 시각이 많다. 그런데도 정부나 부산시는 임시방편만 한 두 차례 꺼내 보여줬다 그칠 뿐 문제를 뿌리뽑겠다는 의지는 드러내지 않는다. 시민사회는 이미 확립된 방침이라도 확대 적용하거나 상시적인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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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의 A복지재단 후원금 강요 정황이 담긴 그룹채팅 대화 내용 재구성. |
■잡부 취급·후원 강요… 갑질 수두룩
사회복지연대가 15일 공개한 사례에는 종교 재단이 사회복지와 종사자들에 대한 권위적인 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A법인은 2019년 노인·장애인복지관 위수탁 심의를 받을 당시 지자체로부터 “매주 1회 오전 8시 직원을 출근시켜 예배에 참석시킨다는 말이 있다. 종교 행위를 중단할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법인 측은 “사회복지 마인드만으로 사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종교의 힘을 빌려야 한다”고 대답했다. 올해 법인이 운영하는 장애인보호작업장의 채용을 진행하며 면접자에게 “종교행사에 참석할거냐”며 노골적으로 묻기도 했다.
불교 재단 산하 B 복지법인은 석가탄신일이 다가오면 복지관 직원에게 한 시간씩 연꽃을 접게 한다. 당일에는 행사에 직원을 동원한다. 평소에도 전체 직원에게 법인이 추천하는 종교 관련 서적을 강독하고, 명상에 참여시킨다. 직무교육 외에 별도의 직원 교육 자리를 만들어 스님의 인사말과 종교 노래를 듣게 한다.
기독교 법인 산하 C 복지시설은 주 1회 직원 예배를 진행한다. 법인 행사가 열리는 날에는 퇴근 후 직원의 참여를 강요한다. 이곳에서 운영하는 재외동포재단 연수프로그램에 시설 직원을 강제로 차출해 일을 시키기도 했다. 게다가 직원 연차별로 후원금을 할당시키고 다 채우지 못하면 연말에 직원이 자부담하도록 해 충당한다. 재단 후원회에 직원 가족을 회원으로 가입하도록 유도하고, 회원이 된 가족에게까지 ‘공동체 회원모집’이라는 이름으로 매년 연말 지회별로 할당 모금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두 눈 뜬 채 관망하는 부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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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국가인권위원회가 펴낸 ‘사회복지사 인권상황 실태조사 보고서’ |
사회복지법인 운영자 대부분이 종교 재단이라 종교 갑질은 복지계에 뿌리가 깊은 폐단이다. 2013년 국가인권위원회가 펴낸 ‘사회복지사 인권상황 실태조사 보고서’에도 이 문제가 지적돼 있다. 보고서에는 “사회복지시설의 주된 인권 침해는 종교법인이 위탁 운영하는 사회복지 전달 체계의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고 적혀 있다.
오래전부터 종교 갑질에 따른 인권 침해가 지적됐지만, 시는 관리감독에 생색내기만 해왔다. 시는 2019년 9~10월 사회복지시설 인권 침해 집중 신고 센터를 운영했다. 그러나 신고는 단 2건에 불과했고, 신고 내용 또한 종교와 무관했다. 사회복지라는 좁은 세계에서 ‘신고자는 반드시 소문이 퍼진다’는 인식이 통용되기 때문에 선뜻 피해 사실을 알리기가 쉽지 않다. 짧은 기간 신고 센터를 운영해봐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당시 두 달간 센터를 운영한 것 외에 시가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의 인권 침해를 따로 살펴본 적은 없다.
부정을 저지른 복지 법인에 대한 단호한 대처도 미흡하다. 시는 2019년 11월부터 회계 부정이 적발돼 계약이 해지된 전력이 있는 법인은 복지시설 운영 기회 자체를 주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해부터는 시 특별사법경찰관을 상시 동원해 복지시설을 지도·점검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특사경에 의해 16건의 사건이 검찰로 송치하는 등 매년 회계 부정 사례가 적발되고 있다. 그러나 시나 기초지자체가 회계 부정 등을 이유로 복지법인의 위수탁 계약을 해지한 사례는 없다.
사회복지연대 김경일 사무국장은 “부산은 6·25전쟁 당시 종교가 전쟁 고아 등을 떠맡은 곳이라 지금도 종교 재단이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이 대다수다. 부산에서 사회복지에 종사하려면 종교 재단을 피하기 힘들다는 말이다”며 “마련된 표준안이라도 제대로 작동하도록 시가 나서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종사자 인권 지원 센터 등 상시적인 대응 기관을 구성해 꾸준히 종교 갑질 사례를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심범 기자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