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교계 산하 사회복지법인의 ‘종교 갑질’이 여전히 만연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시민단체가 수집한 사례에는 반강제적인 기부와 인원 동원 등 구태가 판을 치고 있지만 관할 관청의 지도감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도·점검이 회계 문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종사자의 인권 문제는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
15일 사회복지연대는 불교계 산하 A 복지법인에서 발생한 갑질 사례를 공개했다.
A 법인을 소유한 종교 재단은 새해마다 49일간 불공을 드리는 종교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A 법인에서 근무한 B 씨에 따르면 이 행사에는 일반 신도뿐만 아니라 복지시설 직원도 반강제로 참여해왔다. 올해는 코로나19 탓에 비대면으로 진행됐는데도 시설장 등 임원급은 빠지지 않고 각종 행사에 참여했다.
‘자발’이란 이름 뒤로 강제적인 성격의 기부금 후원도 이뤄졌다. 시설의 임원급은 필수적으로 매월 급여의 10%가량을 신도회에 기부했다. 평직원도 다달이 소액 기부를 ‘권유’받았다. 임원으로부터 “복 짓는 일이라 생각하라”며 1년 치 기부를 종용받기도 했다.
B 씨도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2500만 원 넘는 금액을 기부했다. 그는 “승진하려면 돈을 내야 한다는 암묵적 룰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 법인은 “재단 차원에서는 종교 행사 등을 권하지 말라고 이미 지시했다”며 “시설장 등이 자의로 종교 행사에 참석하는 것까진 막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종교 갑질은 이곳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복지연대가 수집한 2018~2021년 부산지역 복지법인의 강요 사례를 살펴보면, 사회복지계 전반에 걸친 문제라는 점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일례로 불교 재단이 위탁받은 한 복지관은 후원금 마련을 위해 스님이 그린 그림을 직원에게 강매했다. 기독교 재단이 운영하는 복지관은 교회 사목에 자원봉사자가 필요하다며 시설의 사회복지사들을 강제 동원했다.
지도감독 권한을 가진 부산시와 기초지자체는 수수방관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는 2019년 사회복지시설 수탁자 선정에 대한 심사 지침을 확립했다. 종교 강요나 후원금 요구가 금지된다는 조항이 담긴 위·수탁 계약 표준안이다. 여기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종사자 처우개선 확약서’를 작성해 시에 제출하라고 명시됐다. 그러나 시는 지금까지 확약서를 받은 적이 없다.
사회복지연대 김경일 사무국장은 “2018년 국회에서 종교 행위 강제 금지 조항이 신설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이 추진됐지만 종교계의 반발로 없던 일이 됐다”며 “종교 강요 문제는 오랜 문제인데도 정치와 행정은 미온적”이라고 꼬집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이슈] 배재고 지역 비하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