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치 나선 30곳 지자체 반발
- 부산시 "공모절차 없이 졸속
- 균형발전 해결할 의지 있나"
전국 30여 지자체가 유치전에 나섰던 ‘이건희 미술관’ 후보지 2곳이 모두 서울로 결정되면서 지역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최근 10년간 세워진 국립 미술관 4곳 중 3곳이 수도권에 있어 이건희 미술관마저 서울에 건립되면 정치와 경제는 물론 문화 분야마저 브레이크 없는 ‘수도권 일극주의’로 치닫는 셈이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족이 국가에 기증한 문화재와 미술품 등 2만3181점의 활용 방안을 발표하면서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부지와 국립현대미술관 인근 송현동 부지 2곳을 미술관 후보지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부산 북항에 미술관 유치 의사를 밝혀온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역을 무시하는 처사이자, 최소한의 절차도 거치지 않은 일방적 결정이다. 지금이라도 잘못된 결정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력 반발했다.
박 시장은 지난 5월 초 기자간담회에서 문화분권 및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이건희 미술관 입지를 공모로 정하자고 제안했고, 부울경 국회의원 등 지역 정치권과 영남권 시도지사까지 공감대를 확산시켰다. 부산예총, 지역미술계, 부산상공회의소도 비수도권 유치를 희망하는 시민의 열망을 전달했다.
박 시장은 “일방적인 밀실 행정과 지방과의 소통 부재가 여실히 드러났다. 현 정부의 핵심 국정목표인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도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비수도권 국민도 수도권 수준의 문화·예술을 향유할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지역 격차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지방에 대한 전면적인 인식전환을 촉구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부산시의회도 성명을 내고 문체부의 입지 선정 철회를 촉구했다. 신상해 의장은 “문체부는 지난 3개월 동안 지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지자체가 제안한 후보지에 대한 조사도 하지 않은 채 너무 쉽게 외면했다”면서 “조속한 시일 내에 이번 결정을 철회하고 모든 국민의 행복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이건희 미술관을 비수도권에 유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술관 유치를 위해 ‘구청사 무상 제공’을 내건 해운대구 역시 문체부의 결정을 비난했다. 홍순헌 해운대구청장은 “미술관 부지를 이미 수도권으로 정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부정하던 문체부가 결국 서울을 후보지로 정했다는 발표에 경악한다”며 “지방에도 미술관이 건립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미술협회 박태원 이사장은 “북항에 짓고 있는 오페라하우스에 복합문화공간이 곁들여져야 관광벨트로서 효과가 있다. 서울 중심의 결정으로 미술관 유치가 무산돼 아쉽다”고 말했다.
유정환 민경진 이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