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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마을' 혁신을 찾아서 <36> 울산 방어진항마을

역사성 살리고 문화거리 조성… 관광객 찾는 마을로 거듭났다

  • 방종근 기자 jgbang@kookje.co.kr
  •  |   입력 : 2021-07-11 19:23:21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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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업 불황에 상권붕괴 등 위기
- 지자체·주민 지역 활성화 맞손
- 5년 걸린 도시재생사업 5월 완료

- 활어센터~수협 구간은 역사거리
- 적산가옥 개조한 방어진박물관
- 100년 역사 목욕탕도 영업 중

- 문화거리는 3개 테마로 꾸며져
- 문화센터 등 주민 주도로 운영

방어진항 일원은 일제강점기부터 1970년대 말까지만 해도 동구의 중심지로 울산의 부도심 역할을 했다. 수려한 해상 자연경관과 도시적 요소를 고루 갖춰 ‘동양의 알렉산드리아’로 일컬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남구 등 지금의 도심이 개발되면서 점차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특히 6, 7년 전 지역 최대 산업 기반인 조선업이 불황의 늪에 빠지면서 상권이 붕괴하고 인구가 급격히 빠져나가는 등 최대 위기를 맞았다.
   
방어진 역사거리는 오래된 건물을 수리하거나 복고풍으로 리모델링해 전통미를 살렸다. 울산 동구 제공
이처럼 절체절명의 위기가 닥치자 지자체와 방어진 주민은 ‘이대로 가만히 앉아서 침몰할 수는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어 방어진항을 중심으로 산재한 유·무형의 역사 및 관광 자산과 잠재력을 기반으로 지역을 활성화하자는 타개책이 도출됐다. 이는 도시재생사업으로 연결돼 민관이 함께한 5년여에 이르는 긴 여정을 시작했다. 마침내 지난 5월 사업은 성공리에 완료됐고, 잿빛의 을씨년스러움만 감돌던 방어진항 일원은 완전히 환골탈태했다.

■‘시간을 거꾸로’ 방어진 역사 거리

   
명품마을 방어진의 핵심 아이콘은 글로벌 문화 거리(내진길)와 방어진 역사 거리(중진길)다. 역사 거리는 방어진항 활어센터에서부터 수협까지, 문화 거리는 수협에서 방어진 농협까지로 방어진항을 초승달처럼 에워싸고 있다. 두 거리 전체 길이는 50m 정도인데 단선 차도를 중심으로 양쪽에 인도가 나란히 펼쳐졌다.

이 중 방어진 역사 거리는 차량 두 대가 겨우 교행할 수 있는 좁은 골목길을 중심으로 자그마한 점포가 옹기종기 늘어서 있다. 그런데 딱 한 눈에 봐도 점포들의 내·외관이 예사롭지 않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최소 50년 이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오래된 건물을 수리하거나 복고풍으로 리모델링해 향수와 전통미를 살렸다. 이 자리에서만 60년이 넘었다는 ‘부산이불점’, 전자제품 수리점인 ‘정음센터’를 비롯해 ‘언양 쌀상회’ ‘대광이용원’ 등이 터줏대감 격이다.

심지어 방어진박물관으로 쓰는 건물은 일제강점기 적산가옥을 개조한 것이다. 아직 이런 가옥이 주변에 6채 남아 있다. 도시재생사업 콘텐츠 중 하나로 조성한 이 박물관은 방어진의 근·현대 역사를 오롯이 담은 타임캡슐이다. 당시 사진과 책자 전화기 등 생활 도구는 물론 현대중공업의 초창기 월급명세서 등 다양한 사료가 전시돼 있다. 박물관 뒤 ‘장수탕’은 울산 최초의 대중목욕탕으로 일제강점기 지어져 100년 역사를 갖고 있는데 아직도 영업 중이라 한다.

■시공 초월, 글로벌 문화거리

   
적산가옥을 개조한 방어진박물관의 내부 모습.
울산수협 방어진지점에서 시작되는 글로벌 문화 거리는 다시 3개의 테마거리로 나뉜다. ‘동양의 거리’ ‘화합의 거리’ ‘서양의 거리’가 그것이다. 각각 너비 1.5m 안팎의 인도를 따라 양쪽으로 늘어선 상가의 전면을 거리 이름에 걸맞게 리모델링하거나 루미나리에로 장식해 사실감을 주려 했다. 가령 동양의 거리는 건물 입구나 외벽 가로등에 한국적 전통미를 가미했고, 서양의 거리 역시 유럽의 고전미가 느껴지게 하거나 세련되고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건물에 반영한 점이 눈길을 끈다. 횟집 분식집 등 일반식당이나 편의점은 물론 모텔이나 PC방까지 그저 평범한 모습을 한 가게가 없다.

이처럼 거리 구석구석에 지자체와 방어진 주민이 마을과 상권을 살리려고 얼마나 애썼는지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런 입면(立面) 개선을 위해 한국디자인진흥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30억 원을 들였다.

■도시재생이 창조한 명품 방어진

일반적으로 도시재생사업은 지자체 주도로 진행된다. 하지만 방어진항 도시재생사업은 철저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민관이 함께 손발을 맞췄다는 점이 다르다. 또 사업이 종료된 뒤에는 많은 콘텐츠가 사회적협동조합 등 주민 주도로 운영되는 것도 차이 중 하나다. 지난 4월 준공된 방어진문화센터(연면적 1000㎡)만 해도 교육공간과 다문화 교류센터, 북카페, 게스트하우스 등 주요 시설 대부분을 주민이 사용하고 운영한다.

이광우 동구 도시디자인과장은 “이런 점을 들어 방어진이 ‘뉴 빌리지’를 넘어 진정한 ‘명품마을’로 거듭났다고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방어진을 찾는 외지인 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 지자체와 주민도 방어진의 르네상스를 꿈꾼다”고 말했다.

방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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