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트센터 부지의 서단·남단 쪽
- 최초 조사선 기름오염 미검출
- 3~4m파니 오염농도 2100㎎/㎏
- 지하 1~2m 오염면적 974.4㎡
- 지표면과 가까운 곳 넓고 짙어
- 방문객 직접 접촉 가능성 커져
- 주관한 국방부 ‘오류’ 확인 불구
- 市 ‘아트센터 공사 급하다’ 입장
- 책임소재 가려 시민 안심시켜야
부산시민공원은 100여 년 동안 일제와 미군이 점유했던 땅을 돌려 받아 ‘우리의 공원’으로 일궈낸 땅이다. 오랜 세월 땅속에 스며든 기름을 제거하는 데만 130억 원 가까운 혈세가 쓰였다.
그러나 시민공원 북문 부산국제아트센터 건립 부지에 사람에게 위해를 끼치는 수준의 기름 오염이 남아있다는 점이 최종 확인됐다. 최초 조사에서는 ‘기름 오염이 없다’고 보고된 구역에서 오히려 가장 짙고 넓은 오염이 검출됐다. 10여 년 전 이곳의 정화를 맡은 관계 기관들의 ‘부실’이 초래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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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아트센터 공사 부지. 국제신문DB |
■시민공원 오염, 당장 대책 필요
아트센터 부지의 기름 오염은 조사가 거듭될수록 그 심각성이 드러났다. 처음 이곳의 시공사인 태영건설 컨소시엄이 지난 4월 6일 유취(기름 냄새)가 풍기는 것을 계기로 토양을 조사했을 때는 석유계총탄화수소(TPH) 최고 농도 1629㎎/㎏의 오염이 검출됐다.
이후 지난 5월 6일 진행된 개황조사(토양정밀조사 1단계)에서 신라대 산학협력단 토양분석센터는 31개 지점에 시추공을 뚫어 106점의 시료를 채취했다. 그 결과 3개 지점에서 6점의 시료가 토양오염 우려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 오염 농도를 기록한 2718㎎/㎏ 수준의 시료도 이때 처음 확인됐다.
오염은 계속해서 나타났다. 신라대 팀은 같은 달 27, 28일과 지난달 30일 상세 조사(2단계)를 벌였다. 43개 시추공에서 얻은 213점의 시료를 분석한 신라대 팀은 9개 지점 16점의 시료가 오염된 사실을 추가로 검증했다. 최고 오염 농도는 2427㎎/㎏이였다.
이번 조사에서 발견된 오염 농도는 인체에 심각한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수준이다. 토양환경보전법상 공원(1지역)은 TPH가 500㎎/㎏ 이상 검출되면 토양 오염이 ‘우려’되는 지역으로 분류된다. 이 경우 오염물질을 제거하고 방지 시설을 설치하는 것으로 정화 작업이 마무리된다. 그런데 TPH 농도가 2000㎎/㎏을 넘어서면 토양오염 대책 지역으로 지정된다. 이때부터는 토양오염 대책 계획을 수립·시행하고 개선 사업을 벌여야 한다. 이 기준을 넘어서면 사람의 건강이나 동·식물의 생육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TPH는 심할 경우 암을 유발하기도 한다.
■‘비오염 구역’이 가장 넓고 짙어
오염은 비교적 지표면과 가까운 곳에서 가장 넓고 짙었다. 이번 조사를 땅의 깊이별로 살펴봤을 때, 오염은 지하 1~2m 구간에서 가장 넓게 분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구간의 오염면적은 974.7㎡로 추산됐다. 확인된 오염 중 가장 농도가 높았던 2718㎎/㎏ 수준의 시료가 검출된 곳도 이 구간이다. 극심한 오염토가 시민공원 방문객과 직접 접촉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
오염은 아트센터 부지의 서단과 남단 등에서 주로 발견됐다. 문제는 아트센터 남단이 2011년 1월 한국환경공단의 의뢰로 농어촌공사가 작성한 토양정밀조사 보고서에서 오염이 나타나지 않은 곳으로 분류됐다는 점이다. 최고 농도의 오염도 이 구역에서 발견됐다. 이 구역에서는 2038(깊이 2~3m 구간), 2100(3~4m 구간)㎎/㎏ 등 최고 수준 오염 못지않은 짙은 농도의 시료도 함께 채취됐다.
최초 토양 조사가 실제 오염 분포 수준을 국소화했다는 지적(국제신문 지난 5월 17일 자 3면 보도)은 사실로 굳어졌다. 신라대 팀은 이번 조사 보고서에 ‘과거 정화대상 구역의 오염 분포와 비교해본 결과, 주로 정화구역이 아닌 곳에서 추가 오염이 발견됐다. 정화구역 주변에서도 오염이 발견됐다’고 적었다. 이들은 또 ‘이번에 발견된 오염 토양은 과거 정밀조사에서 찾아내지 못한 오염 지역을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 정화구역 외로 분류돼 잔류한 오염이 시간이 경과하면서 주변으로 확산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남은 건 부산시 의지
캠프 하야리아(시민공원 조성 전 미군 기지)의 환경 정화를 주관한 부산시 입장에서는 ‘할 말’이 생겼다. 부산시에 따르면 시가 국방부와 캠프 하야리아 환경정화사업 업무 위탁 협약을 맺은 건 2010년 4월이다. 그런데 당시 토양 조사 등 정화 사업의 설계 용역을 주관한 건 국방부다. 국방부는 시와 협약을 맺은 때로부터 그 해 12월까지 정화 사업 실시 설계를 진행했다. 2011년 1월 최초의 토양 조사 보고서도 이 때 생산됐다. 시는 이 자료를 근거로 이듬해인 2011년 4월 환경공단에 의뢰해 15개월간 정화 작업을 진행됐다. 국방부가 관련 업무를 맡고 있을 시점에서부터 오류가 범해졌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시는 ‘아트센터 공사가 급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 관계자는 “새로 발견된 오염 구역 상당 부분이 과거 정밀 조사에서는 오염이 없다고 제시된 곳에서 발견됐다”면서도 “아트센터 공사가 시급한 상황이라 이 문제를 어떻게 짚고 넘어갈 지는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과거 부산시민공원조성 범시민운동본부에서 활동했던 부산경실련 도한영 사무처장은 “광범위한 오염이 확인된 데다, 그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려야 할 이유가 대두된 상황인데도 아트센터 건립이 시급하다는 이유로 이 문제를 대충 넘어가는 것은 부산시민의 자존심을 해치는 일이다”고 지적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부산국제아트센터 건립 부지 토양정밀조사보고서 요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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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지점 |
분석 시료 |
오염 지점 |
오염 시료 |
최고 농도 |
개황조사 |
31곳 |
106점 |
3곳(9.6%) |
6점(5.7%) |
2718㎎/㎏ (남단 깊이 1~2m 구간) |
상세조사 |
43곳 |
213점 |
9곳(20.9%) |
16점(7.5%) |
2427㎎/㎏ (동단 깊이 1~2m 구간) |
종합 |
74곳 |
319점 |
12곳(16.2%) |
22점(6.9%) |
2718㎎/㎏ |
※자료 : 신라대 토양분석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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