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민공원 북문 부산국제아트센터 건립 부지에서 기름 오염이 발견됐다는 이야기가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처음 취재했던 부산진구 직원의 대답을 기억한다. “시공사가 공사하다 기름을 흘린 걸 수도 있죠.”
시민공원은 과거 미군 하야리아 부대가 주둔한 기지였다. 50년가량 미군의 폐유에 찌든 탓에 많은 돈을 들여 땅을 정화해야 했다. 그런 곳에서 또다시 기준치 이상의 오염이 검출됐다. 이런 사실을 짚으며 던진 질문이 그에겐 호들갑스럽게 느껴진 모양이다. 언론의 유난스러운 ‘습성’을 잘 안다는 듯, 그는 최종 결과가 다 나오기 전까진 기사를 자제해 달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 직원이 제기했던 가능성은 결과적으로 틀렸다. 기름 오염이 처음 확인된 건 지난 4월 6일이다. 시공사가 건축 첫 단계인 터파기 공사를 막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참이었다. 게다가 기름 오염은 주로 시공사가 아무런 작업도 벌이지 않은 곳에서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토양을 분석한 대학 기관의 한 박사도 “이제 막 땅 파던 시공사 장비에서 기름이 흘렀다고 생각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토양에 대한 정밀조사 결과가 나온 뒤 부산시가 내놓은 대책은 대단히 부실했다. 육안적·후각적 방식으로, 다시 말해 ‘눈과 코’로 시민공원 부지 전반에 1차 조사를 벌이겠다는 것이다. 전수조사를 요구하는 시민사회에 시는 대충 한번 살펴보겠다는 대답을 한 셈이다.
“문제가 있는 지점을 선별하는 1차 조사를 해보겠다는 거다. 아무 데나 뚫는다고 기름이 나오는 게 아니다. 추가 조사해봤자 오염이 나올 가능성이 적다는 걸 알지 않느냐.”
시의 항변은 부산진구청 직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공직사회가 일관되게 견지해 온 이런 태도는 ‘별일 아니다, 더 해봐야 별 거 없다’고 믿고 싶은 자기방어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시민공원 기름 오염 사태는 국제신문 보도(지난 5월 5일 자 1면 보도)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지난 19일 두 달간의 조사·분석 끝에 잔류 오염이 최종 확인될 때까지 시를 비롯한 관련 기관들은 토양 오염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공원 전반을 조사해야 한다는 시민사회와 부산시의회의 목소리에도 묵묵부답이었다.
시민공원은 매년 800만 명의 시민이 찾는 부산의 대표적인 휴식 공간이다. 그에 앞서 100년간 일제와 미군이 점유해온 땅을 되찾아 시민의 공간으로 조성했다는 긍지가 담긴 땅이다. 시민의 건강과 자긍심이라는 실질적·상징적 문제가 함께 걸려 있다. 오염이 남아 있어선 안 된다.
공직사회가 내세우는 ‘믿음의 행정’에 고개를 끄덕여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시민을 납득시키려면 제대로 해보고 난 뒤 말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행보대로라면, 시민은 그간 공직사회가 보여준 복지부동의 습성이 재현됐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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