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마을 내 백산초 문 닫자
- 주민 십시일반 돈 모아 임대받아
- 영농조합법인 설립해 관리 맡아
- 정부 공모 선정돼 국비 지원받고
- 농산물 판매장 등 건립해 시너지
- 풍물·노래·성인문해교실 등 인기
- 운동장 내 소형풀장도 운영 각광
폐교를 생활문화센터로 탈바꿈시켜 주민이 도시민 못지않은 문화생활을 누리도록 하고, 외지인에게도 센터를 개방해 다양한 문화체험을 하도록 하는 등 문화전도사 역할을 하는 농촌 마을이 있다. 경남 밀양시 하남읍 백산리 백산마을은 폐교를 개조한 백산마을생활문화센터를 통해 문화공동체를 형성해 시골 마을이 되레 도시민에게 문화 활동을 전수하는 전국적으로도 보기 드문 명품 문화마을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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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 진행된 백산마을생활문화센터 체험 프로그램 강좌에서 마을 주민이 실습하고 있다. 백산마을생활문화센터 제공 |
■전형적 시골 마을이 문화마을로
백산마을은 주민 95% 이상이 농사를 짓는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다. 백내 칠정 송산 신촌 야촌 등 5개 동으로 구성돼 109가구에 245명의 주민이 산다. 백산마을은 2013년까지만 해도 일반 농촌 마을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그러다 2014년 마을 내 백산초등학교가 폐교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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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산마을 주민이 마을문화센터에서 문화 프로그램을 수강하며 즐거워하는 모습. |
주민은 모교이자 마을 문화의 중심지인 학교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줘서는 안 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십시일반 돈을 모아 폐교를 임대했다. 그 이후 백산두레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해 마을에서 폐교 관리를 맡는다.
주민은 논의를 통해 폐교를 마을생활문화센터로 단장하기로 했다. 밀양시의 지원으로 2015년 농림축산식품부의 창조적 마을 만들기 공모사업에 선정돼 5억 원의 국비를 지원받으면서 본격적인 시설 준비에 착수했다.
주민은 공예 체험장과 도자기 체험장, 조리 등 음식 체험장, 작은 도서관, 공연장, 캠핑장 등 시설을 만들고 전문 강사를 초빙해 이들 시설을 이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그러자 마을 주민은 물론 인근 밀양 시내와 김해 진영읍 등지의 주민, 밀양지역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이 대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이른바 ‘대박’을 터뜨렸다.
■김해서도 찾는 명품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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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산마을 생활문화센터의 모습. |
각종 문화 및 교육 프로그램 참가자가 첫해인 2015년 700명에서 2016년 1000명, 2017년 2000명, 2018년 3000명 등으로 매년 급증한다. 백산마을에는 노인 인구가 많기 때문인지 도자기교실과 노래교실 풍물·난타교실이 인기다. 밀양시가 지원하는 ‘성인 문해 교실’은 주민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으로 크게 주목받았다. 매년 15~20명의 주민이 1년 과정으로 한글교실을 수료한다. 백산마을생활문화센터를 운영하는 백산두레영농조합법인 신종완 대표는 “한글을 깨친 주민이 버스 노선을 읽을 수 있어 혼자 시장에 갈 수 있게 됐다며 기뻐할 때 가슴이 찡해지면서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성인문해교실은 2016년부터 올해까지 6년째 이어진다. 주민은 수료 후에는 문집을 내고 발표회도 한다. 발표회 때는 가족과 지인이 대거 참석하는데 절절한 사연이 발표되면서 울음바다가 되기 일쑤다.
백산마을생활문화센터 복도에는 할머니 등 마을 주민이 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해 그린 그림과 공예품 등 각종 작품이 빼곡하게 전시돼 있다. 70, 80대 할머니가 그린 그림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빼어난 작품도 다수다. 백산문화센터 박미숙 팀장은 “교육이나 강좌를 한다고 하면 주민이 부담스러워해 그림 그리러 오시라거나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드린다는 등 친근한 방법으로 주민 참여를 유도한다”고 나름의 노하우를 소개했다.
■가족 단위 종합 여가 공간으로 최적
백산마을은 2018년 8월 농림축산식품부 주관의 제5회 전국 행복마을 만들기 콘테스트 문화복지 분야에서 금상을 받았다. 주민은 이 콘테스트에서 마을 부지 등이 편입된 공항 건설을 둘러싼 주민 찬반 갈등과 이후 화해 과정을 상황극으로 극적으로 표현해 찬사를 받았다. 이러한 결과는 마을주민센터 활동을 통해 주민이 평소 문화적 소양을 꾸준히 쌓은 덕분이라는 게 주변의 평가다.
백산마을은 올해 정부의 마을 만들기 사업(종합개발) 공모에 선정돼 국비 10억 원을 지원받아 꿈에 부풀어 있다. 다목적 강당과 카페, 농산물 판매장 등 시설을 건립해 기존 창조적 마을 만들기 사업과 연계시켜 시너지 효과를 높일 계획이다. 마을 문화센터 뒷산의 교육청 부지에는 교육 당국과 협의해 공원 형태의 쉼터를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마을문화센터와 야산 쉼터를 연결해 자연 친화형 문화공간을 조성하고 전국적 문화명소로 육성할 방침이다.
폐교 운동장을 활용해 만든 5000㎡(약 1500평) 규모의 오토 캠핑장(겨울철 40면, 여름철 20면)은 연일 만원을 이룰 정도로 성황이다. 여름철에는 개별로 사용 가능한 소형 풀장도 설치해 가족 단위 야영장으로 인기가 높다. 신 대표는 “백산마을은 밀양 시가지와 가깝고 대구부산고속도로와 바로 연결돼 교통도 좋다. 무엇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영농체험과 문화체험, 캠핑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 가족 단위 여가 공간으로는 최적이다”고 밝혔다. 김성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