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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26> 허수와 암수 :만들어진 수

  •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   입력 : 2021-08-09 18:59:38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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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양사상을 바탕으로 하는 동양은 서양보다 음수를 먼저 인식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2000여년 전 밖에 안된다. 서양인들은 1000여년 전에서야 음수를 인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수는 늘 이상한 수였다. 음수가 정상적 수로 인정받은 건 약 400여년 전부터다. 그러나 현대인들에게도 음수는 아직까지 요상한 수다. 어떻게 음수×음수가 양수일까? 가령 빚인 부채를 음수로 본다고 하자. 한 사람한테 1만 원 빌리고 다른 사람에게 1만 원 빌릴 때 둘을 더하면 2만원의 부채가 되는데 둘을 곱하면 1만원의 재산이 되니 말이 되나?

암수인 허수 차원에서 이해하기.
이렇게나 말이 안되니 음수는 인식되긴 해도 이해하기 어렵다. 음수끼리 나누어도 양수, 음수끼리 곱해도 양수가 되는 걸 납득할 수 있는가? 필자 능력껏 최대한 쉽게 증명하련다. -1×-1=1. 이 짧은 수식은 -1을 -1번 곱한다는 뜻이다. -2번이라면 -1×-2=2 곱셈식을 {-(-1)}+{-(-1)}=2 덧셈식으로 바꿀 수 있다. 그런데 마이너스 한 번이니 더할 게 없다. 그냥 -(-1)이다. 이게 왜 1이 되는가? 가만히 생각하자. 어느 한 주머니에 많은 숫자들이 있는데 이 숫자들을 다 빼려고 한다. 그런데 1이라는 숫자에만 마이너스가 붙었다. 이 음수 -1만 빼고(-) 모두 빼면(-) 봉지에 남아 있는 수는 1개다. 이 한 개가 바로 양수 1이다. 그래서 -1÷-1=1이며 -1×-1=1이다. 부정의 부정은 긍정인 셈이다. 이런 원리로 그 어떤 다른 큰 음수들로 대입해도 음수÷음수=양수, 음수×음수=양수다.

이렇게 설명해도 음수는 괴상하다. 그런데 수학자들은 음수보다 더 괴상망측한 수를 창조해냈다. 상상의 수(Imaginary number) i로 실수(實數)와 대조되는 허수(虛數)다. 보이지 않는 수이기에 암수(暗數)라고 해도 되겠다. 실수들은 수직선 상에서 보인다. 옆으로 펼쳐지는 수평선(水平線)과 달리 아래로 떨어지는 수직선(垂直線)이 아니라 숫자들이 놓인 수직선(數直線)이다. 좌우 1차원 수직선에 자연수 정수(음수 0 양수) 유리수 무리수 등 모든 실수들을 나열할 수 있다. 그런데 수학자들이 발견하기보다 발명해낸 허수는 이 수직선 상에서 보이지 않는 암수다. 그래서 좌우 X축 수직선의 0 자리에 상하 Y축 수직선을 그어 허수인 암수가 보이도록 만들었다.

이 XY축 수직선 2차원 평면에서 시계 방향으로 돌리면 나누기다. 1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180도 돌려 곱하면 -1이다. 한 번 더 돌려 곱하면 다시 1이 된다. -1×-1=1인 이유다. 그런데 두 번 돌려 곱해 1이 아니라 -1이 되려면? 이를 위해 상상의 허수 i를 만들었다. 이 i를 어디에 놓을 수 있을까? 실수가 있는 X축에선 안된다. Y축 1의 자리에 놓으면 된다. X축 실수 1을 한 번 돌려 곱한 Y축 허수 i 자리다. 시계 반대방향으로 90도 회전한 자리다. 한 번 더 돌려 곱하면 i 자리에서 90도 회전한 -1 자리로 간다. 드디어 -1끼리 곱했는데 음수인 -1이다. 180도가 아니라 90도 꺾는다는 기막힌 발상으로 허수의 위치를 마련한 것이다. 이리하여 인간은 실수와 허수가 합쳐진 복수(複數), 즉 복소수(a+bi) 2차원 평면에서 수를 셈한다. 의외로 실용적 쓸모가 많단다. 앞으로 3차원 입체공간에서 또 뭔 맹랑한 수가 나오려나? 엄청난 창의력을 지닌 대단한 인류이니… 나오겠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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