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이후 추운 겨울 뒤 여름은 불볕더위가 이어지고, 따뜻한 겨울이 있는 해에는 상대적으로 덜 덥다는 ‘기상 속설’이 국내 최초로 확인됐다.

APEC기후센터는 명복순 선임연구원의 논문 ‘봄철 따뜻해지는 북대서양과 열대 서태평양의 복합적 효과에 기인한 한국 내 추운 겨울 뒤엔 더운 여름이 따라오는 최근 추세’에서 이 같은 내용이 밝혀졌다고 10일 밝혔다. 이 논문은 최근 환경연구지에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명 선임연구원은 1975년부터 2017년까지 43년(이하 평년) 동안 한반도 일별 평균과 최고기온 기록을 이용해 1991년부터 2017년까지 연도별 겨울철 평균기온과 이어지는 여름철 평균기온의 상관관계를 확인했다.

한해 겨울철의 평균기온이 겨울철 평년 평균기온보다 내려가면 대체로 그 해 여름의 평균기온이 여름철 평년 평균기온보다 올라갔다. 반면 한해 겨울철의 평균기온이 겨울철 평년 평균기온보다 높으면 그 해 여름철 평균기온은 여름철 평년 평균기온보다 낮아지는 통계적 경향을 보였다.

논문에서 다뤄지지 않았지만, 이 같은 추세는 2018~2020년에도 유효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린 해인 2018년 겨울철( 1~2월)에 폭설과 한파가 극심했고, 그 해 여름 역대급 폭염이 한반도에 들이닥쳤다. 반면 2019년과 2020년에는 평년보다 따뜻했던 겨울을 보낸 뒤 상대적으로 시원한 여름이 찾아왔다.

이 같은 현상은 아열대에 위치한 고기압성 흐름인 겨울철 대기순환 패턴이 봄철까지 이어지면서 북대서양과 열대 서태평양 해수면의 온도를 상승시켜 우리나라에 여름철 폭염을 유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열대 서태평양 혹은 북대서양에서 상승한 각각의 해수면 온도만으로도 한반도 여름기온을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결과는 기존 연구에서도 이미 제시된 바 있다.

명 선임연구원은 “이번 연구결과는 1991년 이후 극단적인 기후현상이 심각해지고 있음을 규명했다. 이를 통해 국내 여름철 기온 및 폭염 예측 역량을 높이고 이상기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