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물차 옆 위험천만한 등교도
- 일부는 중·고교 내내 시달릴 판
- 법상 학교 인근 공사 규제 못해
- 방음벽에도 소음 52㏈가량 나와
- 학습권 침해·건강 악영향 우려
- 학생 “회색벽에 갇혀 갑갑” 호소
부산 연제구와 부산진구 일대 중·고교 근처에 아파트 신축과 재개발이 우후죽순 잇따르면서 크고 작은 학습권 침해가 빈발한다. 학교 건물을 쓰지 못하고 다른 학교 교실을 빌려 새 학기를 준비하는가 하면, 중학생 때부터 어른이 될 무렵까지 끊임없이 소음·분진에 시달려야 하는 학생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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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신축과 재개발이 잇따르면서 크고 작은 학습권 침해가 발생하고 있다. 사진은 양정고 인근에 착공한 양정1구역 재개발지로 2023년까지 공사가 진행된다. 양정고 제공 |
12일 계성여고와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학교는 오는 23일 2학기부터 디저트서비스과 제과·제빵 실습수업을 경남정보대와 동의과학대 실습실을 대관해 진행한다. 수업에 필요한 노트북 400여 대도 대여받을 계획이다. 두 대학에서 수업을 듣게 될 학생은 약 120명이다. 지난 6월 거제2구역 주차장 공사 중 교실 증축부 일부에 균열이 생겨 학생 안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데 따른 조처다. 대관비 등은 조합 또는 시공사가 지급할 예정이다.
부산진구와 연제구에는 학교와 맞붙은 재개발 공사장이 많다. 부산진구에는 양정1구역이 양정고·부산진여고·부산진여상·세정상고 등과 인접해 있다. 전포1-1구역은 동의중 운동장 바로 앞에서 착공 중이다. 연제구에도 계성여고와 거성중 코앞에서 거제2구역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공사장의 소음이나 먼지는 물론, 건물의 균열이나 통학로 확보 등 안전상의 문제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들려오는 실정이다.
일부 학생은 상급학교로 진학해도 소음·분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2019년부터 재개발 공사가 시작된 전포1-1구역의 동의중은 다수 학생이 근처 양정고로 배정된다. 양정고 앞에서 착공 중인 양정1구역 재개발은 2023년에나 완공된다. 내년에 고등학교로 진학해도 2년은 더 스트레스를 받아야 한다.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인 동의중 학생 중에는 중·고교 학창 시절 6년 중 5년을 공사판 근처에서 보내는 셈이다.
지역주택조합으로 추진 중인 연산서희스타힐스 코앞에 자리한 연산중 학생 역시 마찬가지다. 이곳 학생 중 일부도 양정고로 진학한다. 연산서희스타힐스는 지난해 10월 착공해 2024년 준공된다. 이 학교 3학년생 역시 양정고로 진학하게 되면 4년을 화물차와 함께 등교해야 한다.
장기간 지속하는 소음은 정신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청소년에게는 더욱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행 건축법상 학교 인근에서 진행되는 공사라고 해서 이를 따로 규제하지는 않는다. 학교나 병원은 주간 65㏈(데시벨) 이하, 야간 60㏈ 이하라는 소음 기준이 있지만, 이 역시 큰 실효성은 없다. 10분간 평균 소음의 수치가 평가 대상이라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큰소리를 아우르지 못한다. 소음 피해를 호소해온 동의중은 방음벽을 세웠는데도 지난달 소음 측정에서 52㏈ 가량이 기록됐다.
피해는 오롯이 학생에게 전가된다. 동의중에 다니는 한 3학년생은 “원래 우리 학교는 부산시민공원 전경이 탁 트인 전망 좋은 학교였는데, 지난해부터 콘크리트가 앞을 가렸다. 고등학교로 올라가도 고3이 될 때까지 회색 벽에 갇힐 수도 있어 갑갑하다”고 말했다. 신심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