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넘는 혈세를 들여 지은 부산 범어사 신축 성보박물관 개장이 건물 전체에서 발생한 누수로 무기한 연기됐다. 핵심 시설인 전시실 천장에서도 양수기를 동원해 물을 빼내야 할 만큼의 대규모 누수가 생겨 향후 유물 전시·보존의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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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부에 누수가 발생한 범어사 신축 성보박물관. 지난 6월 30일 준공 승인을 받았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
12일 범어사 신축 성보박물관. 국·시비 125억4400만 원을 들여 지하 2층 지상 2층 규모로 조성한 박물관은 2019년 공사를 시작해 지난 6월 30일 금정구의 준공 승인을 받았다. 탱화 등 유물은 이르면 다음 달부터 이곳 신축 건물에서 보관·전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취재진이 확인한 박물관 내부는 어수선했다. 핵심시설인 전시수장고 한복판 천장에는 가로세로 1m가량 구멍이 뚫려 속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구멍 아래 성인 허리 높이 양동이 3개가 나란히 자리했다. 지난달 발생한 누수로 장마철 낡은 건물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 개장도 하지 않은 건물에서 연출됐다. 양동이에 고인 물은 직경 3~5㎝가량 관로를 통해 건물 밖으로 빼내지고 있었다.
누수는 1층 전시수장고와 2층 테라스를 포함해 건물 안팎을 가리지 않고 터졌다. 박물관 내부 석재 계단과 벽 곳곳에서 물이 스밀 때 나타나는 검은 얼룩이 눈에 띄었다. 이 건물은 2층 지붕이 최상부이며 옥상은 없다. 범어사 측은 지붕 내부로 스민 물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고인 끝에 안팎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누수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 대표 사찰인 범어사가 지닌 유물은 1300여 점에 이르지만, 기존 성보박물관의 전시관(338㎡)·수장고(85㎡)가 지나치게 협소해 제구실을 못한다는 지적(국제신문 2016년 5월 10일 자 3면 보도 등)은 여러 차례 제기됐다. 길이 7m가 넘는 월주덕문 괘불도는 공간이 좁아 온전히 펼치지 못한 채 절반가량 접힌 상태로 전시되는 촌극도 벌어졌다. 신축 성보박물관은 이 같은 상황을 해소하고자 조성된 것이지만, 건축 단계에서부터 가장 민감한 누수 관리 쪽 문제가 불거져 날림공사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범어사 관계자는 “현재 누수는 많이 잡혔다. 유물이 자리할 공간인 만큼 원인을 면밀히 확인해 지붕 방수 설비를 추가하고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하자 보수 기간이지만 빠른 문제 해결을 위해 시공사가 아닌 다른 누수 전문 업체를 섭외해 일을 맡겼다”며 “시공사 측으로부터 자문은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공사 측 관계자는 “범어사는 우리를 믿지 못하고, 손을 떼라는 입장이다. 보수를 위해 찾아가봤지만 발을 들이지 못하게 했다”며 “보수 업체가 비용을 과다하게 매기면 구상권 청구 등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