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00세대 중 2600세대 동의
- 법적요건 안 맞고 위화감 조장
- 내년 지선 앞 ‘압력단체화’ 우려
부산 남구의 대단지 아파트 주민이 단지 맞은편의 초등학교를 곧장 연결하는 구름다리를 신설해 달라며 지자체를 압박하고 있다.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데다 학내 위화감 조성 등 형평성 논란마저 일고 있는 가운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단지 아파트의 ‘압력단체화’가 우려된다는 반응이 아파트 내부에서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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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남구 대연동 연포초등과 마주보고 있는 A아파트 정문. 곽재훈기자 |
5일 남구와 연포초등학교, 경찰 등의 말을 종합하면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최근 연포초 운동장과 아파트 단지를 연결하는 구름다리 건설을 촉구하고 있다. 이 아파트는 단지 정문 앞 왕복 5차로 건널목(16m)을 건너면 연포초등 정문과 바로 연결되는 이른바 ‘초품아’(초등학교 품은 아파트)다. 하지만 입주민은 아파트 아이들이 단지를 벗어나지 않고, 구름다리를 통해 학교 운동장으로 등·하교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장한다.
이 같은 요구 배경엔 지난해 총선 공약이 작용했다. 3100여 세대, 입주자 1만여 명에 달하는 이 아파트는 주민 절반만 유권자로 추산해도 남갑 선거구 유권자(12만469명)의 4.2%를 차지하는 대형 표밭이다. 이를 의식한 듯 당시 더불어민주당 강준석,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 박수영 후보 모두 이 아파트에 입주했고, 앞다퉈 ‘아파트와 연포초 안전 통학로 확보를 위한 구름다리 설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두 후보 캠프 모두 “우리 후보가 해당 공약을 먼저 내걸었다”고 주장하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총선 후보들이 표밭, 그것도 본인이 거주하는 아파트 주민의 민원에 휩쓸려 분별 없는 공약을 내걸었다는 비판(국제신문 지난해 4월 14일 자 5면 보도)도 제기됐다.
구름다리 신설은 내년 4월로 임박한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다리 건설 예산은 최소 10억 원에서 최대 20억 원으로 추산된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높은 주민 동의율과 통학 안전을 명분으로 내세운다. 입주자대표회의에 따르면 아파트 3100세대 가운데 2600세대가 구름다리 설치에 동의했다.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B 씨는 “우리 단지 연포초 재학생이 전체 재학생 3분의 2 수준”이라며 “등·하교 시간에 일시에 아이들이 몰려 안전문제가 일어날 우려가 크다. 이에 따른 온당한 조처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계 기관은 모두 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포초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어떤 외부 시설물도 학교 담장을 넘어 교내로 진입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남구 관계자도 “통행량, 도로의 규격 등이 모두 요건에 못미친다. 무엇보다 구름다리는 특정 아파트 전용로로 사용되며, 이에 따라 교내 학생 간 위화감이 조장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아파트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입주민은 “아이들 안전을 빌미로 예산을 들여 다리를 지으면 ‘안전한 초품아’로 가치가 올라갈 거란 기대감도 작용한 듯하다. 안타깝고 부끄럽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