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병원 원장이 수술 환자를 추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마취로 인해 의식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몹쓸 짓을 한 이번 사건을 두고 논란의 ‘수술실 CCTV’ 필요성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부산경찰청은 동래구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원장 A 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올해 자신의 병원을 찾은 환자 수술을 마친 뒤, 마취 성분이 있는 약품을 투약하고 추행한 혐의(강제추행)를 받고 있다. A 씨의 범행은 환자가 예상보다 빨리 깨어나면서 발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가 구속돼 검찰에 넘겨지는 데는 7개월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범행 당시 수술실에는 A 씨와 피해자밖에 없었고, A 씨는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검사 결과 피해자 몸에서 A 씨의 DNA가 검출되면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 필요성이 재확인됐다는 것이 법조계의 평가다. 해당 개정안은 수술실 내부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부산의 한 여성·아동사건 전문 변호사는 “법률구조공단 일을 하던 당시 이와 굉장히 유사한 사건을 접했다. 규모가 작은 병원에서, 의사가 환자에게 마취제를 추가로 투약한 상태로 벌인 성추행 사건으로, 마찬가지로 피해자가 일찍 깨어나면서 범행이 발각된 것”이라며 “A 씨 사건의 경우 만약 DNA가 검출되지 않았다면 피해자는 피해 사실 진술의 신빙성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받는 등 매우 괴로운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처벌로 이어졌을 거라고 보장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보는 눈이 많은 대학병원 등 대형병원보다는 소형 병원에서 이런 사건이 더 쉽게 일어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술실내 CCTV가 있었다면 이 같은 사건 자체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으로 여기는 피해자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의료법 개정안은 2023년부터 시행된다. 응급 수술을 제외한 전신마취 수술의 경우 환자가 요청하면 수술 장면을 녹음 없이 촬영해야 한다. 환자와 의료진 모두 동의하면 녹음도 할 수 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