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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34> 수석과 암석; 가이아의 현현

  •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   입력 : 2021-10-11 19:30:32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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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하게 생긴 돌을 수석이라 부른다. 한자로는 어떻게 쓸까? ①물가에 있으니까 水石 ②유달리 빼어난 돌이니까 秀石 ③첫째가는 돌이니까 首石 ④닦인 돌이니까 修石 ⑤목숨있는 돌이니까 壽石.

   
수석도 아닌 암석이지만 가이아의 모습인 돌.
②번이 가장 그럴 듯하지만 정답은 ⑤번이다. 누가 이름을 이리도 멋지게 지었을까? 매우 뜻깊은 훌륭한 작명이다. 그까짓 돌덩이 물질에다 생명에나 있을 목숨을 생각해서 지었다는 점에서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사유가 아니다. 대단한 철학적 성찰이 묵직하게 깔린 낱말이 수석(壽石)이다.

수석은 특별한 돌이다. 수석을 포함하는 일반적 돌은 암석(巖石)이다. 바위(rock) 암(巖)과 돌(stone) 석(石)인 암석은 어디에서 왔는가? 지구는 우주에서 왔으니 지구의 암석도 우주에서 왔다.

초신성이 폭발할 때 떨어져 나간 액체 불덩이 파편들이 우주공간을 맴돌다 뭉쳤다. 뭉침이 커짐에 따라 질량도 커지니 인력이 커져 다른 불덩이들을 더욱 끌어 당겼다. 드디어 지구가 생겼다. 45억년 전 일이다. 처음에는 불덩어리들 뭉침이었다. 나중에 표면이 식어 지구의 껍질인 지각(地殼)이 형성되었다. 지각의 두께는 약 30㎞다. 그 아래 맨틀에는 지금도 불덩어리들인 마그마가 끓고 있다. 6400㎞ 밖에 안떨어진 지구의 중심은 수억 광년 떨어진 우주의 외곽 만큼 알 수 없는 곳이다. 그러므로 지구 표면에 널리고 깔린 암석으로 지구를 연구한다. 바로 지학 지질학 지구과학의 한 분야인 암석학이다.

토양학의 대상이 암석으로부터 잘게 쪼개진 흙이라면 암석학의 대상은 돌이다. 식물과 동물을 제외한 온갖 광물을 연구하는 광물학과 겹치는 부분이 많지만 암석학은 돌들을 연구한다. 그까짓 돌 덩어리 가지고 뭔 연구할 게 있을까? 하지만 돌들의 세계는 심원(深遠)하다. 지표면으로 분출된 마그마인 용암(鎔巖)은 불처럼 끓는 돌이다. 식으면 화성암(火成巖)이다.

1차적 암석인 화성암이 풍화되어 그 가루와 조각들이 쌓이면 퇴적암이고 화성암이나 퇴적암이 온도와 압력에 의해 성질이 바뀌면 변성암이다. 우람한 바위이든 자잘한 조약돌이든 화성암 퇴적암 변성암에 속하는 모든 암석은 여러 원소들이 펼치는 다양한 경연장이다. 그 주체는 네 개 전자껍질을 가진 원자번호 14번 실리콘(Si)과 여섯 개 전자껍질을 가진 원자번호 16번 산소(O)다. 여기에 탄소(C) 황(S) 인(P) 나트륨(Na) 마그네슘(Mg) 칼륨(K) 칼슘(Ca) 철(Fe) 등이 더해진다. 이들 원소들 사이에서 외각껍질의 전자교환으로 합쳐져 펼치는 장대한 파노라마가 암석의 세계다. 생명 탄생 이전에 암석으로 대표되는 물질 세계가 먼저 있었다.

   
아무 데서나 발로 채이는 돌들 하나하나에도 수억 수십억 년의 역사와 사연이 담겨 있다. 돌고 돌며 돌아 돌이 되었다. 설령 그 돌이 멋진 수석도 아니고 막된 짱돌이라도 유심히 쳐다보자. 예사롭게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지구의 여신인 가이아와 만나는 순간일까? 가이아는 주로 암석의 모습으로 자신을 나타내 보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그 짱돌도 목숨있는 수석이다. 가이아가 요동치는 전자들로 요술 부려 현현(顯現)한 돌일 수 있기에… 황금 보기를 돌 보기처럼 하라지만 정반대 관점도 있다. 돌 보기를 황금 보기처럼 하자. 패러다임 시프트! 관점이 달라지면 세상이 달라진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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