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부산진구 개금동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A(50대) 씨는 코로나19 여파로 찾아온 경기 불황 때문에 직장을 잃었다. 갑작스럽게 소득이 사라진 그는 끼니를 떼우는 것조차 버거웠다. 신용회복위원회 변제금 월 20여만 원은 물론 전기요금조차 납부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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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진구 ‘진구네곳간’에서 이용자들이 식료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부산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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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난에 시달리던 그는 우연히 ‘진구네 곳간’을 찾게 됐다. 지난 4월 민원 서류를 떼려 주민센터에 들렀다가 발견한 진구네 곳간에는 식료품과 생필품이 진열돼 있었다. 별도의 소득증명 없이 신청서만 내면 일정액 만큼의 물품을 골라 가져갈 수 있었다. 총 2회 이곳을 이용한 그는 부산진구가 주선한 복지상담을 통해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됐다.
진구네 곳간은 일종의 푸드뱅크다. 당장 음식을 살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생계난을 겪는 이웃에게 식료품을 지원한다. 지난 4월 양정동 부산진구 푸드마켓 등 3곳에 처음 설치돼 현재는 18곳까지 늘어났다. 이용자들은 최대 2회 즉석식품이나 라면·통조림 같은 식료품과 칫솔 치약 비누 등 생필품을 무료로 골라 가져갈 수 있다. 1~2인 가구는 1회에 1만 원(시중가 1만5000원~1만8000원), 3인 이상 가구는 2만 원(시중가 3만 원~3만5000원) 상당을 지원받는다.
다른 복지시설과 달리 이용자는 진구네 곳간을 이용할 때 자신의 가난을 증명할 필요가 없다. 행정 절차를 기다리며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되는 셈. 이용신청서와 개인정보 활용 동의서만 내면 누구든 식료품을 가질 수 있다. 대신 2회차부터는 반드시 사회복지사와 상담을 해야 한다. 정부의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기초생활수급자 지정 등 공적 지원을 하기 위함이다.
코로나19로 일시적 빈곤층이 된 이웃들에게 진구네 곳간은 생계 버팀목 역할을 한다. 지난달 기준 이곳 이용자는 2386명(2797회 이용).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한 사례도 507건(수급자 등 지정 등 12건·한시생계지원 165건·민간자원 연계 330건)에 이른다.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해내고 있는 이곳에 부산진구가 투입한 예산은 ‘0원’이다. 오로지 민간 기탁 등 지역사회의 후원만으로 운영되는 덕이다. 지역 전통시장인 개금골목시장 상인회가 반찬을 저렴하게 제공하거나, 개인이 추석에 받은 선물세트를 이곳에 기탁하는 식이다. 가야동의 한 어린이집은 매주 목요일을 ‘진구네곳간 후원의 날’로 지정해 각 가정에서 여분의 물품을 이곳에 기탁한다. 수정산투자㈜(현금 1000만 원), 이마트 트레이더스 서면점(600만 원 상당 물품) 등 지역 소재 기업체의 후원도 잇따르고 있다.
부산진구 관계자는 “지역사회의 온정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한편 국가의 복지 지원에서 벗어나 있는 구민을 찾아 공적 혜택을 받도록 돕고 있다. 지속적 운영을 통해 복 지 사각지대 발굴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