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지자체로는 첫 공식 대응
- 내년 지방선거 표심 영향 미쳐
- 다른 단체장도 셈법 계산 복잡
주민투표를 근거로 주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라며 농성을 벌였던 주민 조직에 부산 연제구가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공식 제안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심에 영향을 미치는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를 놓고 고심하던 다른 기초단체장들도 셈법이 복잡해졌다.
4일 부산 연제구에 따르면 이성문 연제구청장은 지난 3일 SNS에 ‘위드 코로나 시대에 서로 도우며 함께 살기 위한 연제구협의체 구성을 제안한다’는 글을 올렸다.
제안을 한 대상은 연제주민대회 조직위원회(위원회)다. 위원회는 지난 8월 24일~지난달 10일 구민 1만86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주민 투표를 근거로 예비비 등을 활용해 구민당 5만 원씩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구청장은 단체장이라 할지라도 재해재난목적의 예비비를 임의대로 쓸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자연재해 등 예측이 어려운 지출 소요에 적절하게 대처하기 위한 돈”이라며 “잔액은 다음 해 주요 대규모 현안 사업 및 중장기 투자사업비 등에 활용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대신 주민의 일상 회복과 미래를 위해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혈세로 이뤄진 공공의 돈인 만큼, 구청장과 연제구의회 여·야 대표, 위원회가 함께 예산의 집행 방식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올해 기준 연제구의 예비비는 추경분을 포함해 모두 171억 원이다. 이 중 재해재난목적 예비비는 96억 원이 남아 있다. 위원회의 요구대로 구민 1명당 5만 원씩 지급할 때 필요한 예산은 103억 원으로 추산된다.
구청장이 각 지역 위원회의 요구에 답을 내놓은 건 연제구가 처음이다. 현재 부산에서 주민투표를 근거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라는 요구가 나오는 지역은 연제구와 동래·부산진·영도·해운대구다. 이들 대부분은 각 위원회의 요구를 공식 거부하거나 외면했다. 연제구 역시 처음에는 거절의 뜻을 밝혔지만, 노정현 위원장이 지난달 25일~지난 4일 구청 앞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자 타의반 자의반으로 협의에 나선 모양새다.
포퓰리즘 논란까지 일고 있는 가운데 지금까지 각 기초단체장이 외면한 사안에 대해 연제구가 처음으로 공식 반응을 보인 터라, 다른 단체장들의 행보에도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예산이 있는데도 주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주지 않는다는 식의 ‘인색한 구청장’ 프레임에 갇힐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부 주민은 구가 주민투표를 주도한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데다 조만간 지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주민도 있어 부담스러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한 아파트에서는 ‘구에서 재난지원금 관련 투표를 시행하니 참여하라’는 안내방송까지 나올 정도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위원회는 곧 협의체 참가 여부를 밝힐 계획이다. 노 위원장은 “재해재난목적 예비비는 일반 예비비와 다르다. 예산 한도가 없고, 구청장의 판단으로 편성해 구의회의 사후승인을 요청할 수 있다”며 “예비비를 중장기 예산으로 아껴두고 싶다는 게 이 구청장이 진짜로 하고 싶은 말”이라고 지적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