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인력 10명 내외 폐쇄적 조직
- 간부급만 근무평가위원회 참석
- 외부 출신 원장은 일부세력 의존
- 문제 제기했던 직원들 결국 사직
- 부산시, 철저한 관리감독 필요성
부산의 가족 및 복지분야 싱크탱크가 흔들리는 이유는 결국 조직의 폐쇄성과 불공정한 인사·평가시스템, 외부 출신 기관장의 내부세력 의존 등으로 귀결된다. 전문가는 “인사 및 평가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시스템과 노사의 평등한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불공정·불평등한 조직문화
부산여성가족개발원과 부산복지개발원은 각각 2002년과 2005년 설립된 부산시 연구기관이다. 경영지원 인력을 제외하고 박사급 연구인력 10명 안팎이 근무한다. 이들 기관은 직원을 모두 합쳐도 각각 30명 되지 않는 소규모 조직이어서 폐쇄적이고 불공정한 조직 문화가 주를 이뤘다는 게 관계자의 공통된 목소리다.
2019년 열린 여가원 노사협의회에서 근로자 대표 측은 인사 및 평가의 불공정성을 이유로 순환보직 및 다면평가제 도입, 근무평가위원회 일반 연구원 참여 등을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
퇴사한 한 연구원은 “두세 명의 간부가 본인을 포함한 일반 연구원을 평가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본인에게 좋은 평가를 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며 “문제를 제기한 이후 상사의 괴롭힘과 원장의 견제 등이 너무 심해 견딜 수 없어 사표를 냈다”고 말했다.
문제 제기 이후 간부와 일반연구원의 평가그룹이 나뉘긴 했지만 여전히 다면평가제가 없고 근무평가위원회에도 간부급만 참석하는 구조다. 순환보직도 잘 이뤄지지 않아 특정 연구원이 간부를 돌아가면서 맡는다. 퇴사한 또 다른 연구원은 최근 보수적 문화로 인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조사를 기관에 요청하기도 했다.
내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구성과물의 양적, 질적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여가원이 ‘시민생활 맞춤형 여성가족 정책 연구’ 분야에서 담당한 과제는 지난해 21건에서 올해 16건으로 줄었다 .더욱이 올해 16건 중에서도 지난 10월 기준 완료된 과제는 4건(25%)에 불과하다. ‘여성가족 정책의 실천과 확산’ 담당 과제 역시 지난해 16건에서 올해 7건으로 줄었다. 시의회 정종민 복지안전위원장도 최근 열린 행정감사에서 “연구 시기도 늦어졌지만 질도 담보할 수 없다. 기획하고 진행했던 연구원이 아니고 (새로 채용된) 제3자가 오면 전문성과 책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오경은 여성가족개발원 원장은 “소규모 조직이라 순환보직이 어렵고 평가 시스템이 다소 경직돼 있었다. 앞으로 1·2급뿐만 아니라 3급 연구원에게도 부서장 역할을 맡기고, 연구 분야 경계로 인한 갈등이 있는데 잘 융합할 수 있도록 채용 때 분야를 특정하지 않을 계획이다”고 해명했다.
복지개발원 역시 외부 출신 원장이 취임한 뒤 내부 갈등이 증폭되면서 각종 문제가 불거졌다. 전문성이 없거나 조직 장악력이 떨어지는 외부 원장이 부임한 뒤 조직 경영을 위해 일부 세력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복지개발원은 이런 문제가 불거진 후인 지난해 5월 조직 정상화를 위해 노조를 설립했다.
복지개발원 김정근 노조위원장은 “노사협의회가 있었으나 의무 협의 대상이 아니어서 유명무실했다”며 “노사가 함께 소통하고 화합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노조를 설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건강·평등한 조직문화를
이런 과정에서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부산시의 책임론도 거론된다. 몇 년 동안 지방 공기업의 내부 갈등이 누적돼 곪아 터질 때까지 시는 내부 문제라며 손을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산시 김은희 여성가족과장은 “직장 내 괴롭힘 신고 등은 여가원 내에서 처리되는 사안이라 시가 개입하기는 어렵다. 개선점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소규모 조직일수록 시간이 지나면 폐쇄성이 짙어지고 조직 내 불평등 구조가 고착화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사급 연구원을 요구하는 연구기관이 적은 특성상 내부 고발을 하기도 어렵다. 여성 분야 한 박사는 “관련 연구기관은 시·도별 한 곳에 불과하다. 전국 기관장 네트워크가 있어 한 번 찍히면 다른 지역 연구기관에 채용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여가원 한 연구원이 신고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불인정 판정을 내린 인사위조차도 향후 같은 문제로 조직 내 갈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전 직원을 교육하고 외부강의 등에 대해 원칙을 정확하게 적용·운영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동아대 한세억 행정학과 교수는 “외부 출신 비전문가가 2, 3년 만에 기관장으로 오면 내부 어느 한쪽의 말에 쉽게 끌려갈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누가 취임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평가 및 인사시스템과 원활한 노사 소통 구조, 평등하고 건강한 조직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특히 부산시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선제돼야 하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두 기관을 통폐합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민희 김민정 기자 c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