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에게 ‘혼밥’이 가능한 식당을 알려주기 위해 시작된 웹사이트가 논란이다. 백신 미접종자는 사전에 이용 가능한 식당을 알 수 있다며 반기는 반면, 자영업자는 잘못된 정보로 피해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국제신문이 사이트에 ‘거부식당’으로 등록된 100여 곳을 확인한 결과 혼밥을 거절한 곳은 단 8곳에 불과했다.

4일 점심시간 부산의 한 식당. ‘미접종 식당 가이드’에는 ‘거부 식당’으로 분류됐으나 실제로는 미접종자도 식사가 가능했다. 김민훈 기자

4일 점심시간, 국제신문 취재진은 ‘미접종 식당 가이드’에 접속해 사이트에 등록된 음식점을 확인했다. 이 사이트는 정부의 방역패스 조처로 혼자서만 식당을 이용할 수 있는 백신 미접종자를 위해 지난달 26일부터 혼밥 가능 식당을 알려주는 곳이다. 백신 미접종자 1인이나 PCR 검사 결과 등의 증명을 받아주는지에 따라 ‘친절 식당’, ‘거부 식당’, ‘궁금 식당’으로 분류해 식당 상호와 위치를 지도에 표기하고 있다. 부산에 등록된 식당은 222개인데 이중 친절 식당은 75개, 거부 식당은 137개였다.

취재진은 이날 점심 사이트에 등록된 ‘친절 식당’과 ‘거부 식당’ 각각 방문했다. 먼저 친절 식당의 음식점 직원은 ‘백신을 안 맞았다’는 얘기를 하자 안심콜 전화를 요청한 뒤 자리로 안내했다. 음식점 안에는 혼밥을 즐기고 있는 손님도 2명이 있었다. 혼자 음식점을 찾은 이모(26) 씨는 “뉴스를 통해 ‘미접종 식당 가이드’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미접종자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라며 “규정대로 대부분 식당에서 받아주긴 하지만 안 받아주는 일부 식당에서 감정이 상하기 일쑤”라고 말했다.

문제는‘거부 식당’으로 등록된 곳에서도 아무런 문제 없이 식사를 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취재진은 같은 날 ‘거부 식당’이라고 등록된 중구 B 음식점에서도 ‘백신을 안 맞았다’고 밝혔지만, 입장 거부를 당하기는커녕 자리로 안내 후 안심콜을 요청했다. 이곳 사장 김모 씨는 “미접종자도 식사를 할 수 있는 충분한 권한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 번도 거부한 적이 없는데 우리 가게가 ‘거부 식당’으로 등록돼 있어 황당했다”며 “이런 부정확한 ‘좌표 찍기’가 그렇지 않아도 힘든 자영업자를 두 번 죽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국제신문이 부산지역 ‘거부 식당’ 137개에 전화를 걸어 ‘미접종자 혼밥 가능 여부’를 묻자 실제 거절한 곳은 8곳에 불과했다. “미접종자도 혼자 오면 식사를 할 수 있다”고 응답한 곳은 72곳이었다. 나머지 50곳은 휴무 등 이유로 통화가 되지 않았고, 7곳은 중복 등록돼 있었다. 확인된 곳의 90%가 잘못된 정보였던 셈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이유는 누구나 간단한 가입 절차만 거치면 ‘친절 식당’ ‘거부 식당’ 등을 등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발자 A 씨는 국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처음 사이트를 열었을 때는 유선을 통해 직접 확인했는데 등록업체가 매일 수백 개씩 늘어나면서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사이트 이용자의 동의를 구해 ‘거부 식당’ 분류를 아예 없애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민훈 기자 minhu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