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지방자치의 역사가 13일 새로 시작된다. 자치의 기본 원리를 담은 지방자치법이 32년 만에 전부 개정돼 이날 전면 시행된다. 정책 결정·집행 과정에 주민 참여를 확대하고 정부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배분하는 분권의 수준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작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리는 제2의 국무회의 격의 중앙지방협력회의다. 이 회의는 문재인 대통령과 박형준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하병필 경남도시사 권한대행 등 17개 시·도지사가 정례적(연 4회)으로 모여 자치분권과 균형발전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다. 대통령을 의장으로 하고 시·도지사협의회장과 국무총리가 공동으로 부의장을 맡는다. 시·도지사, 지방협의체, 중앙부처 장관 등도 참석한다. 지금까지는 대통령과 시·도지사의 만남이 법적 근거 없이 간담회 형식으로 열렸다.
문 대통령이 주재하는 첫 회의에서는 ▷자치조직권 확대 ▷초광역협력사업 지원 ▷자치경찰제 보완 등이 주요 안건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중앙지방협력회의의 격에 대한 언급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도지사협의회는 중앙지방협력회의가 제2 국무회의로 불리는 데 문제를 제기한다. 장관 등 국무위원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임명하는 사람이지만, 시·도시사는 지역민의 선택을 받은 선출직 인사라는 점에서 중앙지방협력회의 참석자들은 민주성 원칙에서 대표성이나 위상이 높다는 것이다.
올 1분기 출범하는 부울경 특별지방자치단체(메가시티)의 조성·지원 법적 근거도 마련돼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제신문 등과의 인터뷰에서 “개정법 시행에 따라 특별지자체가 국가사무의 위임을 요청하면 분권협약을 체결해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개정법은 또 목적 조항에 주민의 지방자치행정 참여권을 명시하고, 주민조례발안·주민감사청구권자 기준 연령을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낮췄다. 주민감사 진행에 필요한 청구인 수 규모도 ‘시·도 300명(기존 500명),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 200명(기존300명), 시·군·구 150명(기존 200명) 이내에서 지자체 조례로 정하는 수 이상’으로 완화했다. 경남 창원시 등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에는 특례시라는 별도의 행정적 명칭을 부여해 예외적 사무 처리 권한인 특례를 둘 수 있게 했다. 지방의회 의장에게 사무처 직원을 임용할 수 있는 권리도 부여했다.
실효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부산분권혁신운동본부 황한식 상임대표는 “중앙지방협력회의 신설, 의회 사무처 직원 임용권 부여 등은 긍정적이다”면서도 “읍·면·동 단위의 주민자치위원회가 지역과 주민의 의견을 바탕으로 정책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근거 규정이 빠져 이번 개정안이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