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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48> 금 은 동 ; 전자배치

  •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   입력 : 2022-01-17 19:23:16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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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씨 김으로도 불리는 金을 금으로 발음한다. 그 연유는 한자 윗부분에 있을 수 있다. 지금(now)을 뜻하는 금(今)의 글자 모양이 변한 부분이다. 이 한자의 의미가 금(gold)인 이유는 아랫부분에 있다. 토(土) 글자 안에 좌우로 점이 두 개 있다. 금 등의 광물이 흙 안에 점처럼 박혀 있어 그리 쓴 게 아닐까? 금속의 왕인 금은 다른 금속들을 거느리고 있다. 중국어 주기율표에선 액체금속인 수은(水銀)을 홍(汞)이라 쓰는 걸 제외하곤 94개 원소명 한자 왼쪽에 여지없이 금(金)이 있다.

초신성 대폭발 때 생겨 지구에 박힌 금은 인간이 가장 탐닉하는 탐스러운 물질이다. 전 세계 금을 하나로 모으면 올림픽 수영장 서너 개 채울 분량밖에 안 된다니 희귀한 존재다. 철처럼 산화 부식되지 않아 늘 영롱한 황금빛이기에 고귀하게 보인다. 반응성이 약해서다. 왜? 원자번호 79번 중금속 금(Au)은 6s 오비탈 최외각 전자 1개 안쪽으로 5d 오비탈에 10개 전자, 4f 오비탈에 14개 전자가 꽉 차 있다. 꽉 차 있는 전자들로 인해 반응성이 약하다. 최외각 전자 1개는 2개 이상일 때보다 더 자유롭다. 원자핵으로부터 구속을 덜 받기 때문이다. 금이 잘 퍼지며 잘 늘어나는 이유다. 더구나 1개 자유전자는 더 쉽게 옮겨 다닐 수 있어 금은 전기가 잘 통한다.

자석에 달라 붙는 성질인 자성(磁性)은 어떨까? 이를 제대로 쉽게 알기 위해선 스핀(spin)이라는 꽤 어려운 지식이 필요하다.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며 자전하듯이 전자도 원자핵을 공전하며 자전한다. 자전하는 지구가 큰 자석이듯이 자전하는 전자 하나하나가 작은 자석이다. ↑과 ↓방향으로 도는(spin) 두 종류 전자가 있다. 파울리(Wolfgang Pauli 1900~1958)가 그 원리를 알아냈다. 훈트(Friedrich Hund 1896~1997)는 전자배치에 관한 또 다른 사실을 밝혀냈다. 사람도 버스에 타면 좌석마다 한 명씩 따로 앉고 더 이상 좌석이 없으면 한 명이 앉은 좌석에 같이 앉듯이 전자도 딱 그리 배치된다는 법칙이다. 파울리의 배타(排他) 원리와 훈트의 배치(配置) 법칙에 따르면 철은 2개의 최외각 자유전자 바로 안쪽 오비탈에 6개 전자를 모양으로 배치하고 있다. 자석이 오면 같은 극성을 지닌 4개의 홀전자들이 일제히 한 방향으로 정렬하여 붙는다. 반면에 금은 10개 전자가 처럼 꽉 차 있다. 그 안쪽 14개 전자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자석이 오더라도 한 방에 N극 S극을 띄는 전자와 전자가 같이 있으니 극성이 상쇄되어 붙지 않는다. 같은 11족 원소인 은과 구리가 자석에 달라붙지 않는 이유도 똑같다.

자유전자가 1개인 금 은 동은 2개인 철보다 금속결합력이 느슨하여 전성(展性) 연성(延性) 전도성(傳導性)이 좋다. 반면에 각 방에 전자가 꽉 차 있어 홀전자가 1개도 없는 금 은 동은 홀전자가 4개나 되는 철처럼 자성이 없다. 결국 모든 원소의 특성은 전자배치에 달려 있다. 원소로 이루어진 생명체 특성도 전자배치에 따른 전자흐름에 달렸다. 그 이치가 어렵다. 해난위묘(解難爲妙) 피난위막(避難爲莫). 어려운 내용을 이해하면 오묘해지며 어려운 내용을 회피하면 막연해진다. 왜 금 은 동에선 전기가 철보다 잘 통하지만 철처럼 자석에 안 붙을까? 전자배치를 이해하면 오묘한 이유를 알게 된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아! 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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