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배 위해 프로선수협 추진 등
- 부조리에 맞서 세대초월 귀감
- 사회·정치 관점서 조명한 다큐
- 그 가치 인정받아 높은 시청률
- 지인들 기억 엮은 유튜브 영상
- 찐팬 추억 되살리며 인기 급등
- “사직에 홀로그램을 복원하자”
- 그를 각인하는 프로젝트 계속
최동원은 선수 시절과 은퇴 이후 다양한 방송 활동을 했다. 그의 경기 영상, 다양한 인터뷰, 예능 출연 영상을 보면서 우리는 다행히 ‘최동원의 추억’을 되새길 수 있다. 이를 모아 그의 인생을 재조명하거나 가공해 영화로 만드는 작업도 이뤄졌다. 그중 눈에 띄는 다큐멘터리들이 있다. KBS 부산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철완 최동원 시대와 승부하다’, 스포츠공화국이 만든 다큐멘터리 ‘기억을 타고 찾아보는 우리의 최동원’과 ‘다시, 최동원’까지 3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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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부산 신중후(왼쪽) PD와 정연일 촬영감독이 다큐멘터리 ‘철완 최동원 시대와 승부하다’ 화면을 함께 보고 있다. |
■‘최동원 덕후’ PD, 걸작을 빚다
“야구를 워낙 좋아했으니까요! 사실 저는 최동원 선수가 뛰는 걸 본 세대는 아닙니다. 그래도 꼭 재조명하고 싶은 인물이었습니다.” KBS 부산 신중후 PD에게 최동원은 각별한 존재였다. 그는 “최동원 10주기(2021년)를 맞아, 많은 것이 바뀐 세상에서 우리가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을지 생각해봤다”고 다큐 ‘철완 최동원 시대와 승부하다’ 제작 계기를 밝혔다.
신 PD와 제작진은 방영 1년 전부터 본격적인 아이디어 회의에 들어갔다. 2017년 당시 KBS 부산의 프로그램 ‘부네스코위원회’에서 최동원 선수를 다루면서 인연을 맺은 야구전문가 박동희 기자와 김한근 부경근대사료연구소장 등의 도움을 받았다. 5개월의 제작 기간을 거쳐 탄생한 결과물은 지난해 10월 방송됐다.
제작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오랜 세월이 흐른 터라 자료를 구하기 힘들었고 시간도 촉박했다. 그는 “최동원 관련 자료를 가진 여러 곳에 의뢰했지만,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서 생전 인터뷰 등 녹취를 편집·재가공해 강력한 주장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그 강력한 주장에는 정치·사회적 관점까지 다 들어간다. 이전까지 최동원이라는 인물을 이렇게 다루지 않다 보니, 기존과 다른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인상적인 대목이 있다. 이 다큐의 처음과 마지막 장면에 나온다. 최동원과 코미디언 김형곤(2006년 타계)이 함께 출연한 코미디 쇼 방송이다. 신 PD는 “두 사람 모두 지금 우리 곁에 없기에 꼭 그 장면을 넣고 싶었다”고 말했다. 신 PD는 “당시 사람에게는 엄혹했겠지만, 지금 1980년대를 돌아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는 코미디 같은 시대였다고 생각했다”며 “당시 정권의 프로야구 출범 및 인기몰이에 희생당한 최동원과 정치풍자를 하다가 안기부에 불려갈 뻔했다는 김형곤 모두 사라졌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다”고 전했다.
최동원 10주기에 맞춰 선보인 다큐는 좋은 반응을 얻었다. ‘최동원 이야기’의 가치를 새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신 PD는 “인터넷에서 조회 수가 높았고, 시청률도 5.2%로 꽤 잘 나왔다. 최동원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분들과 선물을 주고받은 기분”이라고 했다. 그는 이 작품으로 지난달 사내 이달의 PD상을 받았고, KBS 우수 프로그램상도 받는 영광을 안았다.
다큐에 등장한 김정길 전 국회의원은 1991년 당시 힘 없고 작은 야당이던 ‘꼬마 민주당’ 공천을 받아 부산 서구에 출마한 최동원 이야기를 전한다. 정연일 KBS부산 촬영감독은 “‘정치인 최동원’과 관련해 알려지지 않은 일까지 또렷하게 기억하고 계셨고, 최동원이 가진 시대정신을 잘 설명하셔서 김정길 전 의원이 기억에 남는다. 김 전 의원은 ‘최동원이라는 사람에 빚이 있어 이 이야기를 항상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 “하늘에서 우리를 도우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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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공화국 이동현(왼쪽부터), 김리호, 김재량 씨가 최동원 기념볼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스포츠공화국은 2020년 12월 정식 언론사로 등록한 신생 매체다. 2018년부터 다양한 스포츠 관련 영상물을 제작해 유튜브 채널에 올렸지만,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시작할 당시에는 저희가 지금처럼 구색을 갖춘 팀도 아니었고, 그저 스포츠를 좋아하는 동생들과 함께 작품 이력이라도 하나 남겨보자는 취지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김리호 대표가 떠올린 아버지의 추억이 ‘최동원’을 불러들였다. 김 대표는 “야구를 워낙 좋아한다. 아버지께서 경남고 출신으로 최동원 선수 후배여서 어릴 때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솔직히 뭣도 모르고 9주기가 한 달도 안 남은 상황에서 제작에 돌입했다”고 회상했다. 스포츠공화국은 2년 연속으로 최동원 선수의 기일에 맞춰 미니 다큐멘터리를 유튜브에 공개했다. 9주기였던 2020년에는 ‘기억을 타고 찾아보는 우리의 최동원’(업로드 일자 2020년 9월 14일)을 제작했다. 최동원이라는 사람과 선수를 기억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의 삶을 돌아봤다. 아마추어 선수 시절까지 기억하는 ‘찐팬’부터 그를 직접 볼 수 없었지만 전설적인 이야기를 들은 젊은 야구 팬까지 각자의 최동원을 떠올렸다.
‘최동원’이라는 영웅에 대한 기억이 강렬해서였을까. 최동원 영상이 큰 인기를 끌면서 스포츠공화국은 직원을 신규 채용하는 등 성장의 발판을 놓을 수 있었다. 지난해 입사한 이동현 씨는 “스포츠공화국이 만든 최동원 다큐멘터리를 굉장히 인상 깊게 봤다. 영상을 보고서 최동원이라는 사람을 통해 삶의 목표가 생겨 지원했다”고 말했다. 스포츠공화국도 이 영상을 계기로 정식 언론사로 등록하면서 취재도 수월해졌다. 김 대표는 “저희의 순수한 정성이 하늘에 닿아서 최 감독님이 도와주시는 거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스포츠공화국은 10주기에는 ‘다시, 최동원’(업로드 일자 2021년 9월 24일)을 만들었다. 최동원과 선수 시절 각별했던 5인의 기억을 바탕으로 제작했다. 김시진 KBO 운영위원과 양상문 허구연 해설위원, 한문연 NC 다이노스 코치, 김용철 다문화야구연맹 회장까지 최동원의 일이라니 발 벗고 나섰다. 김 대표는 이렇게 떠올렸다. “섭외 전화를 드렸을 때 다들 흔쾌히 동의해주셨다. 양상문 위원님은 저희 쪽으로 먼저 전화를 주셔서 인터뷰하겠다고 하시면서 이렇게 말했다. 동원이 형 일인데 내가 나서야지.”
■ “끝까지 그와 함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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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부산 다큐멘터리 ‘철완 최동원 시대와 승부하다’에 출연한 한문연 NC 다이노스 코치의 인터뷰 모습. |
이들은 최동원의 메시지가 분명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후배 선수를 위해 선수협의회를 만들고 부당한 처사에 맞선 모습이 강렬하다. 신중후 PD는 “우리 다큐멘터리를 관통하는 메시지가 ‘시대를 바꿔보자’는 최동원 선수의 정신이다. 자신은 혹사당했지만, 후배에게는 그런 상황을 물려줄 수 없기에 뒤집으려던 모습이 그의 참모습이었다”고 했다. 스포츠공화국 김재량 씨는 “인기 절정 대스타 최동원이 먼저 2군 선수 상황을 개선하려고 나섰다. 전체 야구선수의 나아진 삶을 위해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 책임감!”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최동원 선수가 잊히지 않게 할 특별한 아이디어도 있다. 홀로그램으로 복원한 최동원의 투구 모습을 사직야구장 마운드에 비춰 올리는 것이다. 신 PD는 “코로나19 상황에 막혔지만, 언젠가 만원 관중이 들어찬 사직야구장에서 실현한다면 모두에게 선물 같은 순간이 될 것”이라며 “롯데 구단과 부산 시민 모두가 최동원 선수에게 마음의 빚이 있을 텐데 이런 이벤트로 조금이나마 갚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스포츠공화국도 계속 최동원 선수를 각인하는 프로젝트를 이어갈 계획이다. 올해 최동원상을 수상한 아리엘 마란다(두산) 선수가 내놓은 장학금을 받은 유망주 인터뷰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다. 또 최동원기념사업회와 함께 최동원 야구교실 현장을 촬영하는 등 유튜브 플랫폼으로 최동원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게 목표다. 부산의 스포츠 종목별 대표 인물을 조명하는 ‘프로젝트 부산’도 준비한다. 김 대표는 “최동원 다큐멘터리로 시작을 알린 만큼 끝까지 최동원 선수와 관련된 이야기를 계속 하고 싶다”고 말했다.
※공동 기획=국제신문 최동원기념사업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