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담회 참석자
▶강진수 최동원기념사업회 사무총장
▶배길남 소설가
▶심문섭 프로듀서·예술은공유다 대표
▶이용진 현대무용가·댄스프로젝트 에게로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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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부산 동래구 사직야구장의 관중석에서 기획연재 ‘다시! 최동원’ 결산 좌담 참석인들이 포즈를 취했다. ‘최동원 선수 등번호 11번 영구 결번 표지’가 이 근처에 설치돼 있다. 왼쪽부터 이용진 무용가, 심문섭 예술은공유다 대표, 강진수 최동원기념사업회 사무총장, 배길남 소설가. 여주연 기자 yeon@kookje.co.kr |
# 이용진 무용가
- 명성 기댄 프로젝트 난립에 경계
- 단기적 성과에 급급하지 말아야
# 심문섭 프로듀서
- 스포츠 영웅 정신·마음에 집중
- 더 많이 알려지게 가꿔 나가길
# 강진수 사무총장
- 예술가들 만남 통해 지평 넓혀
- 기념사업회 미래 방향에 도움
# 배길남 소설가
- 아카이빙·정책 연계 필요성 느껴
- 그의 이름딴 예술상 신설 어떨까
# 정두환 지휘자
- 부울경 관악인 음악회 개최 제안
- 사직야구장서 열리면 뜻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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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음악평론가 정두환 씨. |
‘다시! 최동원’ 결산 좌담을 마련했다. 2022년 임인년 새해 특집 기획시리즈로, 지난 1월 시작한 ‘다시! 최동원’은 세 가지 목표를 세웠다. ▷최동원 정신과 마음, 시민 곁으로 더 가까이 ▷예술·인문과 협업해 지평 확대 ▷ 최동원 콘텐츠 창작 모색. 좌담을 통해 이를 돌아보고 새로운 방향·가능성을 알아본다. ‘시즌 2’로 이어져 더 진전된 논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좌담에는 시리즈에 참여한 모든 필자를 모시지는 못했다. 공연예술 및 콘텐츠 기획과 관련성 높은 필진을 우선 섭외했다. 정두환 지휘자·음악평론가는 불가피한 사유로 전화로 의견을 들었다. 부산 동래구 온천동 마루 스튜디오 갤러리의 장소 협찬을 받았다.
▷강진수 최동원기념사업회 사무총장 =최동원 영웅의 11주기, 프로야구 출범 40주년인 올해 ‘다시! 최동원’ 시리즈를 기획한 국제신문과 필진·예술가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고인의 10주기였던 지난해까지 추모하고 되짚는 과거의 시간이었다면 올해부터는 최동원 헌신·희생·정신을 되새기며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해 나아가는 미래의 10년으로 우리 기념사업회는 방향을 잡고 있다. 그런 때 완연히 새로운 방향에서 최동원을 조명하는 기획이 나와서 뜻깊다. 함께할 수 있는 예술가들도 알게 되어 지평이 넓어진 점도 좋다.
▷심문섭 공연예술 프로듀서·예술은공유다 대표=아주 많은 사람 가슴에 최동원이 살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기록에 갇히기 쉬운 스포츠 영웅의 정신과 마음에 집중해 본질을 밝히고 부산 시민뿐만 아니라 모두가 공유하는 존재로 가꾸는 작업으로 저는 이 기획을 받아들였고 그 기획의도가 반가웠다. 저는 (뮤지컬·연극 등) 제작자 관점에서 보게 된다. 국제신문 글을 쓰기 전 다른 분들께 여쭸다. 거의 모든 전문가가 ‘최동원을 섣불리 건드리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함부로 기획했다가 망하기에는 최동원이 너무도 소중한 존재라는 마음을 읽었다.
▷배길남 소설가=앞서 콘텐츠의 원천이자 기초로서 글(문학)의 중요성을 말씀들 해주셨다. 그런데 (소설·시 창작 등과 별도로) 콘텐츠 생산·창출 측면에서 보면, 어떤 프로젝트에 따라 지원이 이뤄지고 시간표에 따라 작품을 써도 그 성과는 지역문화계에 축적되지 않고 모두 사장된다. 애초 글 콘텐츠 창작의 특성에 관한 이해·지원이 구조적으로 모자라고 늘 일정에 쫓기며 개별 작가에게 의존하는 방식을 쓰는 탓이다. 지역문화계 아카이빙 문제를 개선하고 기초 콘텐츠의 중요성을 정책에 반영하는 데까지 얘기해 나가야 한다.
▷이용진 현대무용가·댄스프로젝트 에게로 예술감독=예술·문화적 접근으로 성과를 거두려 한다면 저변 확대라는 과제는 절대 피해 갈 수 없다. 최동원에 관해 ‘문화적으로’ 접근하려고 시선을 돌렸다 해서 성과가 금방 빵 터지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프로젝트가 뻥하고 생기면 주먹구구식으로 연구·관심이 없던 이들도 다 달라붙어 곧 잊히고 말 결과물만 만들 것이다. 최동원은 그렇게 해도 되는 존재가 아니지 않는가. 최동원기념사업회가 문화적 접근과 예술적 시도를 늘려본다면 그 효과를 더 잘 실감하실 것 같다. ‘하루아침’에는 일이 안 된다 .
▷정두환 지휘자·음악평론가·문화유목민=지난 1월 19일 자 국제신문에 실린 ‘다시! 최동원 <4> 최동원 음악회 기획서’를 쓰면서, 기획자로서 생각을 확장하고 더 큰 가능성을 모색하며 최동원이라는 멋진 사람을 다시금 느껴 좋았다. 우리 삶,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속에 문화가 있고 그 자체가 문화이기도 하다. 그런 문화의 바탕 위에 예술은 만나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 그래서 삶 곳곳에서 예술을 만나는 도시가 좋은 문화가 있는 도시다.
■ 희망 제조
▷강진수=2011년 최동원 감독 타계 직후 우리는 20일 만에 모여 최동원 야구박물관을 만들고자 최동원기념사업회를 출범했다. 시민, 팬, 향토기업 등의 도움을 받고 힘을 합쳐 사직야구장에 무쇠팔 최동원 동상을 제막했고, 최동원상을 제정해 8회까지 시상했다. ‘최동원 키즈’를 키우고자 ‘최동원 어린이 무료 야구교실’을 열고 있다. 고교 최동원상도 운영한다. 기념사업회의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가운데 관심과 도움 속에 여기까지 왔다. 제안하신 문화·예술적 접근은 미래 10년을 내다보는 상황에서 경청할 의견이다.
▷정두환=‘최동원 음악회’는 우선 부·울·경 관악인의 힘을 모아 추진해보자고 제안한다. 고교 관악부부터 프로 관악인 모두 힘을 합쳐보자. 관악은 소리가 웅장하고 야외 음악회에 알맞으며 스포츠와 잘 어우러지는 특징이 있다. 관악인 1000명이 여름에 사직야구장 등에 모여 최동원 음악회를 연다면, 최동원 선수도 무척 흐뭇해할 것이다. 이를 위해선 관악인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꼭 필요하다.
▷심문섭=이번 기획에서 ‘최동원 뮤지컬’ 관련 질문을 받고 글을 쓰면서 ‘(만약 이렇게 한다면) 망한다’는 표현을 자주 떠올렸고 실제로 썼다. 예술 창작이되 산업화·상업화와 함께 가는 뮤지컬에서 섣불리 접근하다 ‘망한’ 사례가 많다. 지역에서도 특정 계기를 맞아 지원금 받아 만들고 흔적 없이 사라진 작품이 꽤 있었고, 일부 그런 작품에 나도 참여했다. 예컨대 최동원 일대기를 그린 뮤지컬로 가면, 망할 것이다. 올림픽은 스포츠 행사지만 올림픽 개막식에는 스포츠가 안 나온다. 최동원에 관한 기초작업을 소홀히 한 채 덤비면, 망할 것이다, 등등이다.
▷배길남=저는 소설 ‘거인의 사인볼’로 이 기획에 참여했다. 나는 뭔가 꽉 막히면 최동원이나 장효조 선수 영상을 틀어놓고 홀로 앉아 울곤 했을 만큼 애정이 크다. 한 달 정도 구상하다 막 쓰려 하니 목 디스크가 와 꼼짝 못한 역경 속에 이 소설을 썼다. 삼성 장태수가 1984년 코리안시리즈 7차전 마지막 타자이자 1차전 첫 타자로 최동원한테 삼구삼진 당한 사실이 눈에 들어오더라. 그때 던진 제2구가 직구인지 슬라이더인지 영상을 100번 넘게 돌려가며 봤다. 슬라이더였다. 100번 넘게 돌려본 다른 장면도 있다. 사랑하니 더 잘 보이더라.
▷이용진=가상으로라도 최동원을 ‘주제’로 춤 작품을 짜보는 것이 제게 주어진 과제였다. 일대기는 처음부터 관심사가 아니었다. 인간에게 내재하는 보편성을 찾아내고 싶었다. 첫 인터뷰 때, 그렇게 해서 찾아낸 키워드 셋 가운데 완전연소가 있었다. 완전연소 이미지에서 키워드가 하나 더 떠올랐다. ‘희망’이었는데, 막연한 관념적 희망 말고 홈런 맞고도 씩 웃음 지을 정도로 자신을 완전 연소한 사람에게서만 흘러나올 수 있는 그런 구체적인 희망. 희망 제조.
■ “끝없이 현재를 살았던 사람”
▷이용진=애초 나는 군무진이 모두 무대에 올라 동시에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지는 동작을 구상했다. 모두 자기만의 공을 던지는 것이다. 그러다 다른 이들은 사라지고 탑 조명이 딱 떨어지면 최동원 혼자 계속 던지는 장면이다. 이 장면 안에서 최동원은 우리 속으로 뛰어 들어온다. 외로웠던 최동원의 고독도 나의 고독과 만난다. 최동원은 삶의 순간 순간 현재의 양을 끊임없이 늘려간 사람 같다. 끝없이 현재를 살았다. 과거의 후회, 미래의 불안? 그런 것은 없다. 매 순간, 나라고 할 게 없다. 완전 연소, 거기서 나오는 희망 제조.
▷배길남=최동원의 인생과 정신을 생각하면 문득 ‘최동원 예술상’ 같은 게 있어서 그 상을 받는다면 정말 영광스러울 것 같다. 결국 중요한 건 그분의 세계관이다. 안 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최동원의 삶을 최대한 ‘체화’하니 창작 지평이 넓어짐을 경험했다. 이 경험을 함께 나누고 싶다.
▷심문섭=그런 공명이 이뤄진다면, 최동원 콘텐츠는 사람들 가슴 속으로 파고들 거다. 이렇게 창작자가 자기 작품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일대기나 기록에 갇히지 않아야 한다.
▷강진수=최동원 기념사업의 미래 10년을 새롭게 내다보는 시점에 국제신문의 ‘다시! 최동원’ 기획은 좋은 자극이 됐다. 이번 시리즈를 통해 접한 ‘최동원 콘텐츠 창출’에도 관심을 기울여 성과를 내고 싶다.
※공동 기획=국제신문 최동원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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