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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우리도 청년이다" 목소리 내고 싶은 장애인 <상> 좌충우돌 첫 만남

청년정신장애인 유쾌한 글쓰기 도전…시작부터 진땀 빼다

  •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
  •  |   입력 : 2022-04-17 19:59:11
  •  |   본지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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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사자가 스스로 원하는 정책
- 신문에 직접 기고하고 싶어
- 기자에 노하우 강연 부탁해와

- 집중력 떨어지고 글 어려워해
- 브레인스토밍 등 동원했지만
- 안 좋은 기억 탓인지 수업거부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6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 4명 중 1명꼴로 일생 1번 이상의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다.

그러나 이들 중 약 22%만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등과 상담하거나 치료받은 경험이 있다고 한다. 그만큼 아직 우리 사회에서 정신장애를 드러내고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건 어렵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면 그 내막을 알기도 쉽지 않다. 기자로 여러 사람과 현장을 취재해왔지만, 정신장애와 관련해 많은 것을 알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정신장애인 가족 자조 모임인 가디언스 클럽의 활동(국제신문 지난해 11월 19일 자 10면 보도)을 보도했다. 그동안 정신장애를 가진 가족의 병력을 감추기 급급했던 데서 벗어나, 이들은 직접 정책을 제안하고 부정적인 언론 보도를 바로잡기 위해 행동에 나선 것이다.

현장을 취재하면서 감명 깊었고, ‘용기 내기 쉽지 않았을 텐데 대단하다’고 생각하던 와중에 전화를 한 통 받았다.
본지 배지열 기자(가운데 위)가 지난달 25일 해운대구 송국클럽하우스에서 청년정신장애인 대상 글쓰기 강연을 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

수화기 너머에서는 부산 해운대구 송국클럽하우스 사회복지사라는 소개가 들려왔다. 그리고는 청년 정신장애인을 위한 강연을 제의해왔다. 장애를 겪는 당사자 스스로 원하는 정책과 인식 개선을 주제로 신문에 글을 기고하고 싶은데, 익숙하지 않으니 강연을 통해 글쓰기를 배워 싣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이 사업은 청년 정신장애인이 관계를 형성하고 참여와 주도를 경험하도록 기획한 ‘청·정 당당하게!’ 사업의 하나인 ‘전지적 청·정시점’ 교육 과정으로 만들어졌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제1차 청년정책 기본계획에 맞춰 청년 정신장애인이 개인의 삶을 설계해 능동적인 사회 참여로 자립기반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려는 취지다.

제의를 받고, 걱정이 앞섰다. 가르치는 데 재주가 없다고 생각했고, 특히 교육 대상자의 특수한 상황을 두고 만에 하나 크고 작은 실수라도 하지 않을까 우려도 들었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마음이 움직였다. 이들이 용기를 낸 것처럼 이쪽에서도 호응해야 뭐라도 이뤄지지 않겠는가. “한 번 해보겠습니다.” 정신장애인 가족에 대해 보도한 이후 당사자로까지 인연이 이어진 셈이다.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시작한 만남은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어려워요” “잘 모르겠어요”

청년정신장애인 대상 글쓰기 강연에서 한 회원이 ‘청년’이라는 주제로 마인드맵을 쓰고 있다. 송국클럽하우스 제공
지난 2월 25일, 어색한 분위기 속에 수강생 8명과 마주앉았다. 이 수강생들이 처음 만난 낯선 강사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아무것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첫 시간에는 칼럼을 읽고 생각을 나눠보는 활동을 준비했다. 글을 쓰려면 먼저 다른 글에 관한 관심과 이해가 필요하다. 다른 글에서 영감을 받는 경우도 많다. 이런 생각으로 장애인 정책과 관련한 기사와 칼럼을 몇 편 가져갔다.

수업은 순조로울 거라는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칼럼을 읽어보고 생각을 정리해서 발표해보자고 한 지 10초도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집중력이 떨어졌다. 살짝 살펴보니 옆에 앉은 사람과 다른 이야기를 하거나 낙서를 끄적이는 수강생이 절반 이상이었다. 글을 읽은 감상을 이야기해보라고 하면 “잘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학교 선생님은 어떻게 학생들을 수업에 집중시키는지 비결이 궁금해졌다. 선생님들, 정말 대단하다.

강연이 끝나고 건너 들은 평가는 당황스러웠다. ‘재미는 있는데 어렵다’는 짧지만 강렬한 반응이었다. 최대한 쉽게 이야기했다고 생각했는데 듣는 사람들은 어려워 했다. 평가에 낙담한 기자에게 송국클럽하우스 유숙 소장은 “집중해서 글을 읽고 이해하는 활동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럴 것”이라고 위로를 건넸다. 사실, 크게 위로가 되지는 않았다.

■ 한 걸음 한 걸음씩

평가를 만회하려고 다음 시간에는 쉬운 활동을 준비했다. 주제에 대한 여러 생각을 정리해보는 ‘브레인스토밍과 마인드맵 만들기’였다. 특정 주제나 단어를 떠올렸을 때 드는 생각을 기록하는 게 ‘브레인스토밍’이다. 그 생각을 순서에 따라 나열하면서 생각을 확장하는 작업이 ‘마인드맵’이다. 이 과정을 통해 글감을 확보한다.

‘청년’ ‘정신’ ‘건강’ ‘공감’ 네 가지 주제로 각각 브레인스토밍을 거쳐 마인드맵을 만들어 그 내용을 발표해보도록 했다. 활동 자체가 어렵지 않으니 학생들 눈빛이 반짝였다. 처음으로 집중하는 모습을 보고 ‘교수법의 새로운 발견인가’ 싶어 내심 뿌듯했다.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도 있었다. ‘정신’ 주제에 대해 자신이 쓴 내용을 발표할 차례였는데 한 명이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개인적인 내용이라 알려주기 싫다는 그에게 ‘그래도 내용을 공유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도 들어보면 좋지 않겠나’고 설득했다. 결국 발표하지 않은 그는 도중에 나가버렸다.

아마 자신이 겪었던 좋지 않은 기억이 떠올랐고,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 창피하거나 부끄러운 감정이 들었으리라. 사람이 가지는 이미지와 생각은 개인 경험에서 기반하고 그 경험이 꼭 좋은 기억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 조금 더 세심하게 다가갔어야 하지 않나 반성했다. 쉽게 지나가는 순간이 없는 날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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