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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울경을 빛낸 출향인 <46> 문현미 시인·백석대 부총장·문화예술관장

시인이 된 교육자 “날 되살린 詩 … 다른 이 아픔도 보듬길”

  • 김일출 Systems Wisdom Korea 대표이사
  •  |   입력 : 2022-04-17 19:07:52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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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 돌아가시고 슬퍼진 삶
- 독일서 남편 내조와 공부 병행
- 힘든 나날 위로한 건 바로 詩
- 애환 담은 작품으로 잇단 수상

- 백석학원 첫 여성 부총장 이어
- 詩 문학관·산사 백년관 등 맡아
- “獨 시민들 균형발전 공감대 커
- 메가시티도 의식 고양 최우선”

시는 시인의 치열한 삶의 가마에서 빚어낸 도자기다. 삶의 편린이 숙성돼 발효 시점에 세상으로 나온다. 그래서 시와 시인의 삶은 뗄 수 없다. 문현미(65) 시인에게 시는 삶 그 자체다. “누구도 시를 쓰라고 강요한 적 없다.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나를 광기처럼 밀어 올려 시를 쓰게 한다. 시를 쓰는 그 순간 나는 존재한다. 시로 인하여 세상이 깃털만큼이라도 가벼워지기를, 타다 남은 연탄의 온기만큼이라도 따뜻해지기를 갈구한다. 시가 누군가의 구멍 난 가슴을 만져줄 수 있다면 그 시는 삶의 가장 짙푸른 면류관이 될 것이다”고 했다. 그가 시를 쓰는 까닭이다. 지난해 11월 11일 문 시인은 ‘시를 사랑하는 동안 별은 빛나고’를 출간했다. 그를 시의 세계로 이끈 김남조 박노해 신달자 도종환 정호승 시인 등 62명을 초대했다. 크리스천인 문 시인이 기독교 신문에 6년여 연재한 글을 모은 것이다. 시 안내서이자 시 평론집이다. 이 책에서 문 시인은 “속도전의 디지털 세상에서 시가 느리게 사람답게 사는 아날로그 세상으로 이끈다”며 오늘 세상에서 시의 중요성을 한 줄로 ‘일괄’했다. 한 편의 시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그는 백석대 부총장 겸 백석문화예술관장이다.
문현미 시인 겸 백석대 문화예술관장이 “한 편의 시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며 자신의 시 세계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그를 시인으로 만들고 오늘 백석대와 한국 시단에서 우뚝 설 수 있게 만든 것은 역설적으로 그 고통의 뿌리인 아버지의 부재와 그로 인한 결핍이었다. “내 안이 무너졌다. 평화롭고 기쁘고 아름다웠던 것들과 작별했다. 불안하고 우울하며 한없이 슬펐다. 크기를 가늠 못할 고독의 항아리만 덩그러니 남았다. 안으로 향했다. 홀로 남았다”고 그는 고백했다. ‘구스타프 야노흐’는 ‘카프카와의 대화’에서 “인간은 아래에서 위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 밖으로 성장하는 법”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밖에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자신을 잠궈버렸다. 침묵했다. 아버지의 부재는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꿨다. 고독은 뼈를 저리게 했다. 아버지를 노래한 몇 편의 시가 있다. ‘아버지의 향기’, ‘아버지의 만물상 트럭’, ‘아버지의 힘’ 등이다. 아버지의 부재는 시인의 내면 항아리에서 오랜 세월 살이 되고 피가 되었다. 무척 긴 발효의 시간이었다. 시가 그를 세웠고 살렸다. 그에게 시는 신앙이다. 불교와 천주교를 돌아 정착한 기독교, 절대자 하나님 아버지와 동행하는 기도다. 인터뷰는 지난달 7일 백석대 문화예술관장실에서 진행됐다.

-참 어렵고 힘든 긴 세월을 걸었다.

▶돌아보면 세상 힘들지 않는 이들이 없다. 대학 시절 불덩어리를 가슴에 안고 사는 친구도 많더라. 사춘기 시절은 아픔과 절망으로 가득했다. 중학교 2학년 초 갑작스럽게 아버지가 운명을 달리하셨다. 홀로 남은 어머니와 남겨진 동생 셋을 감당해야 하는 맏딸이었다. 죽도록 공부에 매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를 악물고 경남여고를 졸업했다. 부산대 국어교육과에 입학했다. 학비와 생활비까지 조달하느라 3곳에서 과외 아르바이트를 했다. 저녁에는 인근 공장에서 일하는 청소년을 무료로 가르쳤다. 야학(夜學)을 하면서 그 학생들의 아픔을 뼈저리게 느꼈다. 죽음의 문제를 극복하는 것이 내 인생에 일관된 고민이었다. 삶을 견디고 버텨내는 것이 이렇게 힘든 것인가 수없이 생각했다. 범어사 무비 스님을 만났다. 금강경(金剛經)으로 시작했다. 그곳에도 답은 없었다. 눈물의 연속이었다. 살아남기 위해 택한 결혼은 결코 고통으로부터의 도피처가 되지 못했다. 첫 근무지 주례여중에서 유락여중으로 옮겨 근무하다 독일 유학을 떠났다. 첫 딸이 3살 때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989년 바로 아래 남동생이 연세대 졸업을 앞두고 급사했다. 독일 유학 중이라 멀리서 비보만 접했다. 우울과 허망함에 사로잡혀 한 학기를 쉬어야 했다. 아이는 어렸고 남편을 뒷바라지하며 내 공부를 했다. 숨이 턱턱 막혔다. 밤늦게 공부하고 돌아오다 멀리서 들려 온 교회 종소리에 눈물을 흘렸다. 유학 생활 9년, 교수로 3년, 12년을 독일에서 보냈다. 어머니와 동생들 모두 해운대와 김해 등에 산다. 아픈 긴 터널을 벗어났다. 이제서야 잊혀진 고향 친구들이 그립다.

-시인이자 학자에서 대학 행정가로 첫발을 디뎠다.

▶1999년 3월 이곳 천안 백석대학교에서 첫 교수 생활을 시작했다. 23년간 현대 시론과 현대 시의 이해, 시 창작 등을 강의했다. 귀국 전 독일 본대학에서 3년간 한국어를 가르쳤다. 귀국 후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수기’를 단행본으로 엮었다. 스테디셀러가 됐다. 안톤 슈나크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과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도 번역했다. 시인으로서 산다. 내 생을 지탱하고 열어주는 것이 시다. 초대 학생생활서비스센터 소장, 입학홍보처장, 백석문화대 학사부총장을 역임했다. 백석학원 산하 최초 여성 부총장이다. 발전기금본부장과 도서관장을 거쳐 2020년 7월부터 백석문화예술관장이 됐다. 지난 2월 말 부로 교수로서는 정년퇴임해 강의를 내려놓았다. 백석문화예술관장(부총장)으로서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

-백석대의 빠른 성장에 백석문화예술관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1983년 ‘총신학원’을 기반으로 출발한 4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신흥 명문 기독교 종합대학이다. 백석문화예술관은 지역을 떠나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소중한 기관이다. 국내 유일의 종합 시 문학관, ‘산사 현대시 백년관’이 있다. 2013년 천안 출신 시 평론가 산사(山史) 김재홍 경희대 명예교수가 1만6000여 점 평생 소장품 모두를 기증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시집 김억의 ‘해파리의 노래’, 한용운의 ‘님의 침묵’, 서정주 시인의 친필 자료와 1925년 판 김소월의 ‘진달래꽃’ 초판본,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초간본 등이 전시돼 있다. 세계적인 보리 화가 송계 박영대 화백의 작품을 중심으로 한 미술관도 있다.

-한국과 독일 간 비교문학 연구로 박사가 되었다.

▶1993년 아헨대학에서 ‘한국 현대 문학의 하이네 수용 -1910~1945년’으로 박사 학위를 마쳤다. 하인리히 하이네(1797~1856)는 세계적인 서정시인이다. 독일 정권으로부터 탄압받고 추방됐다. 혁명과 자유를 노래한 참여시인이다. 반유신 지하신문을 만든 김남주(1946~1994) 시인과 ‘겨울 공화국’(1975)의 저자 양성우(79) 시인 등의 작품이 하이네의 영향을 받았다. 독일 본대학 한국어학과 창설자 구기성(1931~2003) 교수가 한국 측 논문 지도를 했다. 내 삶의 진정한 스승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문학선집’(1~4권)을 공동으로 출간했다.

-여러 문학상을 두루 수상했다.

▶1998년 최장수 시 전문 계간지 ‘시와 시학’을 통해 등단했다. 신인상을 받았다. 그간 9권의 시집을 상재했다. 2018년 ‘바람의 뼈로 현을 켜다’를 출간했다. 발표한 시 중 대표작 100편을 선별한 작품집이다. 2008년 시집 ‘가산리 희망발전소로 오세요’로 박인환 문학상을 받았다. 경남 밀양 가산리에 있는 작은 이발소 이발사 이야기다. 시는 모든 것에 열려 있어야 한다. 어떤 다양한 사람과도 만나야 한다. 그들의 삶 속에 녹아 있는 애환을 녹여내야 한다. ‘눈의 내력 (난설헌을 기리며)’으로 ‘난설헌 시문학상’에 선정됐다. 2020년 시집 ‘사랑이 돌아오는 시간’으로 풀꽃문학상을 받았다.

-부울경, 소지역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김일출 Systems Wisdom Korea 대표이사
▶사안을 객관적이고 이성적, 합리적, 종합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안목과 식견도 필요하다. 지역 사회와 국가에 유익한 열린 토론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독일의 수도 베를린은 인구 350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정부 주요 기관이 곳곳에 분산돼 있다. 시민이 골고루 균형 있게 살아야 한다는 의식과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인구 절벽 시대다. 부울경 메가시티의 글로벌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광역 교통인프라 구축, 첨단산업 및 기업 유치, 교육과 의료 수준의 획기적 개선, 주거 및 문화 환경 구축이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한다. 정치인과 시민의 의식 고양이 최우선이다. 먼 미래를 향해 정책을 수립하고 결정해야 한다. 이기심이나 폐쇄적 마인드는 부울경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 문현미 부총장은

▷1957년 부산 출생 ▷학력 : 부산 거제초, 부산진여중, 경남여고 졸업, 부산대 국어교육학과 졸업, 독일 아헨공대 문학박사 취득 ▷경력 : 독일 본대학 한국어학과 교수, 백석대 국어국문학 전공교수, 학생종합서비스센터 1대 소장, 입학관리처장, 백석문화대 총괄부총장, 백석대 발전기금본부장, 도서관장, 한국국어교육학회 이사, 백석문화예술관장(부총장) ▷문학활동 : 계간 ‘시와 시학’ 신인상, 제9회 박인환문학상, 제28회 한국크리스천문학상, 제4회 종려나무문학상, 제4회 한국문학인상, 제7회 난설헌 시문학상, 제7회 풀꽃문학상 ▷저술 : ‘칼 또는 꽃’, ‘가산리 희망발전소로 오세요’, ‘아버지의 만물상 트럭’, ‘바람의 뼈로 현을 켜다’ ‘문장의 이론과 실제’(공저) ▷번역서 : ‘라이너 마리아 릴케 문학선집’ 1~4권 등 다수 ▷논문 : ‘한국 근대시에서 독일 시 접촉과 수용’, ‘하이네 문학의 생산적 수용에 관한 고찰’, ‘윤동주의 나르시즘적 존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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