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인 한 명 딱 들어갈 정도 크기
- 땅주인 “나무 심으려 팠다” 진술
- 이웃주민 “모래흙에 바위 많아
- 식목하기 부적합” 의심의 눈길
50대 의사를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사건(국제신문 21일 자 6면) 현장인 경남 양산의 한 시골마을은 사건이 일어났는지도 모를 정도로 한적하고 조용했다. 피해자인 50대 남성이 발견된 구덩이는 성인 한 사람이 들어 갈 만한 크기로, 계획적 살인이라는 것을 뒷받침할 만한 정황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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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양산의 50대 의사 살해, 유기 사건 현장 모습. 정지윤 기자 |
21일 사체유기 현장을 찾은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50대 남성이 발견된 구덩이는 깊이 1m 너비 2m 크기로 성인 한 명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였다. 주변에는 지름 45㎝ 정도의 바위와 15㎝ 정도의 돌이 쌓여 있었다. 구덩이 안을 들여다보니, 희끄무레한 빛깔이 도는 마사(모래흙)와 박혀 있는 돌이 보였다. 주변에는 풀 한 포기 없이 자갈이 깔려 있었고, 구덩이 바로 앞까지는 길이 나 있어 차가 들어갈 수 있었다. 경찰은 구덩이 바로 옆까지 차를 댈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B 씨의 단독 범행일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21일 만난 주민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마을에서 나고 자랐다는 C 씨는 “금시초문이다. 요즘에는 시골이라도 코로나19 때문에 만나는 분위기가 아니라서 얘기도 못 들었다”고 말하며 상추 씨앗을 뿌렸다. 인근 단독주택 평상에 앉아 있던 마을 주민 D씨는 “살인사건이 났다는 건 TV에 나와 알았다. 그런데 변사체를 묻은 곳이 우리 집 뒤쪽이라는 건 몰랐다. 정말이냐?”고 반문했다.
40대 여성이 50대 남성을 묻은 밭은 인적이 드물고 조용한 시골 마을에 있었다. 배산임수 지형으로 낮은 단독주택과 밭이 모여 있었다. 한 달에 한 번 마을 주민을 만나기 위해 마을을 찾는 사회복지관 관계자는 “마을 주민은 노년층이 대부분이다. 한적하고 조용한 동네다”며 “이런 곳에 변사체가 유기됐다는 건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은 땅 주인의 경찰 진술에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앞서 땅 주인은 경찰조사에서 구덩이를 판 이유에 대해 “피의자가 서울에서 좋은 나무를 가져올 것이라며 땅을 파라고 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을주민 E 씨는 “구덩이 안쪽 땅은 모래흙이고 바위가 많아 나무가 자라기에 적절하지 않다. 비료도 안 쓰고 모래에 심으면 나무가 못 자란다”며 땅 주인의 진술에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구덩이 바로 주변에는 풀 한 포기 없었고 50m 떨어진 곳에 심어진 나무를 보니 벽돌로 울타리를 치고 흙을 부어 만든 화단에 심겨 있었다.
한편 피의자는 지난 6일 사체를 이곳에 유기한 후 땅 주인에게 ‘서울에서 내려오기로 한 나무가 사정상 못 내려오게 됐다’며 구덩이를 다시 메우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