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 두기와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진 후 첫 공휴일을 맞은 부산이 모처럼 즐거운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나들이에 나선 시민 대부분은 마스크를 쓴 채 최소한의 방역 태세를 유지했지만, “코로나19의 긴 터널이 끝나고 있다”며 마스크 너머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어린이날인 5일 부산은 낮 최고기온 21도로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가족 단위 나들이객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씨였다. 부산시민공원에는 이날 오후 4시 기준 5만3500명이 소풍을 나왔다. 그늘이 진 곳마다 돗자리가 펼쳐져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잔디광장에는 어린이들이 입으로 불어 만든 비누 거품이 가득 날렸고, 그 아래로 아이들은 공놀이나 줄넘기하며 땀을 흘렸다. 야외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이날 6살 자녀와 공원을 방문한 정효선(39·부산진구 범천동) 씨는 “아이 친구 5명과 함께 왔다. 코로나 이후 모처럼 어린이날다운 하루를 보냈다”며 “일상이 돌아온다는 게 실감 난다”고 기뻐했다.
오시리아관광단지도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날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은 개장 이후 처음으로 동시 입장객 1만2000명을 넘어 출입이 통제되기도 했다. 이날 오후 3시 방문객은 지난 주말 같은 시간 대비 20% 정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동해선을 타고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을 찾은 오모(42) 씨는 “차가 많이 막힐 것 같아 열차를 탔더니 아이들이 더 좋아하더라. 날씨가 조금 더웠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마스크를 벗고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어서 즐거웠다”고 말했다.
징검다리 연휴를 맞은 부산역 대합실은 열차를 이용하는 승객으로 종일 붐볐다. 가족을 배웅하러 온 시민 오민수(52·연제구 연산동) 씨는 “아이 손을 잡고 온 가족 단위 여행객이 많아 잠시 줄을 선 뒤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 수 있었다. 환한 표정의 여행객을 보니 코로나19의 긴 터널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특히 부산관광공사가 운영하는 ‘부산시티투어’ 매표소에는 티켓을 사려는 외지 관광객들이 몰려 50m 이상의 긴 줄이 형성됐다.
사람이 몰린 것은 야외 뿐만이 아니었다. 이날 오후 3시 20분 부산 금정구 한 영화관도 발 디딜 틈 없이 사람이 붐볐다. 무인판매기마다 사람이 줄을 서 있었고, 팝콘을 사기 위해서는 약 60명의 이용객이 장사진을 이뤘다. 두 자녀와 ‘닥터스트레인지’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은 이금임(여·50대) 씨는 “한동안 외부 활동을 못 했는데, 큰 딸 시험도 끝나고 둘째 어린이날도 챙길 겸 오랜만에 영화관에 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화관이 텅 비었는데 이렇게 사람이 많은 게 실감이 안 난다”고 말했다.
해수욕장도 거리 두기 해제 후 처음 맞는 ‘골든위크’를 즐기러 온 시민으로 가득했다. 이날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은 점심을 먹기엔 다소 늦은 시간까지 식당과 카페를 이용하려는 사람으로 넘쳐났다. 시민 김모(49)씨는 “가족들과 바람 쐴 겸 나왔다”며 “사람이 많아 제대로 다니기 힘들지만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온 것 같아 기분은 좋다”고 전했다. 자영업자들도 달라진 일상이 가져올 변화를 기대했다. 수영구 민락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도윤(38) 씨는 “아직 큰 매출 변화는 없지만 거리 두기가 사라진 만큼 앞으로 점차 좋아질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