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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2> 걷기 강사 박미애 씨

매일 10㎞ 두 발로 기도하니, 걷기전문가 인생이 열렸다

  • 고영삼 부산디지털개발원장
  •  |   입력 : 2022-05-17 19:24:01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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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나이 61세. 오늘도 걷는다. 누군가는 한평생을 인생길이라고 했고, 인생살이를 길 걷는 것에 비유했지만 그녀는 진짜 걷는다. 걷고 또 걷는다. 올봄에는 120㎞를 무박으로 걸었다. 그랜드슬램 걷기 2회 달성, 부산갈맷길 2회 완보, 부산시걷기협회 전문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걷는 것이 좋아 오직 걸어온 여인, 걷기학교 설립이 꿈이란다. 취미가 직업이 된다는 이야기인데, 그녀가 궁금해 만났다.

# 걷기, 56세부터 ‘인생 친구’

- "삶 힘든데 걸으니 살겠더라"
- 올해 61세 118일간 1981㎞
- 그랜드슬램 걷기 2회 달성 등
- 부산시걷기협회 전문강사 활동

# 인생길 ‘로드 코치’로 불리길

- 대학 시니어운동처방학과 입학
- 스포츠지도사 등 새로운 도전
- 해외봉사 위해 영어공부도 매진
- 걷기학교 운영과 기부활동이 꿈

◇ 박미애의 인생Tip

좋아하는 일을 즐겨보세요
기대치 않은 직업 세계가 열려요


▶지금까지 총 얼마나 걸었나요? 그랜드슬램 걷기는 어떤 건가요?

박미애 씨가 자신이 다니는 동서대 시니어운동처방학과 학생들과 함께 걷기를 예찬하는 문구를 들고 올바른 걷기 자세로 홍보하고 있다.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약 9만㎞를 걸은 것 같습니다. 올해 1월 1일부터 4월 30일까지 118일 동안 1981㎞를 걸었네요. 오늘은 11㎞를 걸었습니다. 저는 매일 10㎞ 걷는 것을 기본으로 합니다. 그랜드슬램은 가장 자랑하고 싶은 기록입니다. 1년 안에 제주워킹대회 250㎞, 한국 100㎞ 대회, 낙동강 77㎞ 대회, 군산 새만금전국걷기대회 66㎞ 4개를 모두 완주한 것입니다.

▶놀랍군요. 언제부터 걷기를 하셨나요?

-중학교 때부터 좋아했지만,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한 것은 결혼하고 난 뒤입니다. 경제적으로도 괜찮았고 평온했었어요. 그런데 어느 시점에 시부모님들 병환을 간호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15년 이상 다니던 교육 관련 직장도 그만두고 집안일에 열중해야 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남편하고 갈등이 일어나고, 설상가상으로 특목고 다니던 아이가 일반 인문계로 전학하게 되면서 감당 못 할 만큼 힘든 일이 생기더군요. 아주 많이 힘들었어요. 그래서 한두 번 걷기 시작했죠. 그러다가 날마다 걸었어요. 죽을 것 같았는데 걷다 보니 살겠더군요. 점점 걷기가 저의 친구가 되었고, 힘들어하는 지인이 있으면 걷기를 권해 함께 걸었습니다.



대개 심각했던 고달픔도 세월 지나면 나아진다. 세월이 약이다. 이모작 인생들은 안다. 그런데 그녀에게는 세월보다 걷기가 더 약이었다. 어느 순간 걸을 때 엔도르핀이 솟아오르는 느낌도 많이 받았다. 걷기야말로 그녀의 ‘인생 친구’가 된 셈이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에 걷기전문가로 전환되셨군요.

박미애 씨가 지난 2월 완보한‘ 3·1절 103주년 기념 120㎞ 무박만세걷기’ 증서.
-네. 그렇게 지인과 함께 걷기에 막 몰입해 있을 때 걷기 전문대회를 알게 되었습니다. 2017년에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재단에서 개최한 해안누리길 종주대회입니다. 부산에서 통일전망대까지 걷는 4개의 코스 중 저는 포항에서 통일전망대까지 160㎞를 걷게 되었습니다. 저는 운 좋게 합격했는데, 가보니 전국의 걷기에 일가견 있는 분이 약 20명 선정되었더군요. 그들과 함께 해안 길을 8일 동안 종주했습니다. 대회 이후 걷기에 대해 자신감 같은 것이 붙었고, 또 무언가 ‘걷기’를 통해서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더군요.

▶그때가 56세 때이니 이른바 인생 이모작으로 접어드는 시점이군요.

-네. 이모작 인생의 시작이며 저의 걷기 인생의 이륙단계였어요. 사람들 사이에서 저의 걷기가 조금씩 소문이 나기 시작하더군요. 2018년에는 ‘청춘 도다리 in 부산’이라는 강연 모임에 초청되어 걷기에 대해 ‘썰’을 풀기도 했고요. KNN 방송의 ‘브라보 유어 라이프’ 에 출연하기도 했지요. 또 4월에는 강사들의 모임인 한국강연협회는 저를 20년 동안 8만㎞를 걸은 사람으로 소개하며 강의를 요청하더군요. 2019년 부산국제갈맷길대회 때는 장거리 걷기에 관해 인터뷰하는 것이 KNN을 통해 생방송으로 중계되기도 했었죠.

▶이른바 ‘걷기계(界)’의 아이돌로 뜨는 과정이었군요. 가장 즐기는 코스는 어딘가요?

-저는 맨발로 걷는 것을 아주 아주 좋아합니다. 부산갈맷길 8-1구간의 오륜대 황톳길, 5-1구간의 명지 소나무길이 너무 좋더군요. 맨발로 걷다 보면 배우 하정우가 말했던가요? ‘걷기는 두 발로 하는 기도’라던 말이 실감 납니다. 최근에 지인의 암이 재발해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며 걷고 있습니다.

▶지금은 걷기 관련 학과의 대학생이 되셨다고요?

-네, 전문성을 쌓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기회가 되어 2020년에 동서대학교 시니어운동처방학과에 입학했습니다. 교육부 평생교육 사업대학이라 전액 무료입니다. 20대에 다녔던 대학과 다르게 나의 필요와 즐거움을 추구하며 다니다 보니 참 재미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스포츠 종목에 관해 전문 및 생활 체육을 지도하는 ‘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또 ‘건강운동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도 있어요. 건강증진 및 합병증 예방을 위해 치료와 병행해 운동이 필요한 사람에게 의사 또는 한의사의 의뢰를 받아 운동 수행방법을 지도·관리하는 전문가 자격증입니다. 이미 각 운동 분야 준전문가급 수준의 사람, 운동 관련 일을 제2의 직업으로 가지기를 원하는 분, 건강에 관심 있는 분이 다닙니다. 교수님의 이론과 우리들의 현장 경험이 어우러져 있는 멀티형 신학습 시스템이라 보면 되지요.



박미애 씨가 2017년 ‘해안누리길 종주대회’ 참여를 계기로 걷기 전문가로 변신했다.
사람에게는 세 번의 기회가 온다는 말이 있지만 사실이 아닌 것 같다. 주변에 둘러보면 기회를 10여 번 맞는 사람도 있다. 준비된 사람은 그러하다. 박미애는 지금도 걷기에 관련된 모든 교육, 행사에 빠짐없이 참여한다.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용어로 치면 걷기에 관한 ‘몰입의 즐거움’에 빠진 것 같은데 어쨌든 걷기지도자로 뼈가 굵어져 왔다. 고달픈 삶을 해소하고자 시작했지만 삶의 기회로 연결되는 길에 접어들고 있다.



▶인생 이모작이 흥미롭군요. 앞으로 어떤 미래를 구상하고 계신가요?

-걷기학교를 설립하고 싶습니다. 건강에는 걷기가 기본인데, 대개 사람들은 걷기를 왜 배워야 하는지 의아해합니다. 그러나 팔자걸음, 안짱걸음 등 올바르지 않은 방법으로 걷는 사람이 많죠. 올바른 걷기를 한다면 건강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다양한 걷기 코스를 개발하고, 건강한 걷기 문화를 조성하는 데 일익을 담당하고 싶습니다. 걷기에 관한 모든 것을 망라하는 학교를 운영하고 싶습니다.

▶정말 특별하군요. 그리고요?

-너무 많습니다. 특히 저는 장거리를 많이 걷습니다. 제가 말하는 장거리란 50㎞ 이상을 말하는데요. 장거리는 우리의 인생과 똑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힘든 일이 있을 때 걷다 보면 해결되기도 하죠. 장거리에서 많은 것을 깨닫는답니다. 저는 장거리 걷기를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걷기를 매개로 삼아 물질적 도움이 필요한 곳에 자동으로 연결되는 기부시스템도 구상 중입니다. 최근에는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해외에 나가서 걷기로 봉사할 계획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길을 따라 걷는다. 하지만 선구자는 걸어서 길을 만들다. 그녀는 걷기를 가지고 그녀의 인생길을 개척하는 경지에 오르고 있다. 대박의 조짐이 보인다. 메인 스트림을 탔기 때문이다. 걷기를 신앙적으로 하고 있다는 배우 하정우의 책을 보니, 애초 ‘인간’은 티베트어로 ‘걷는 존재’, ‘걸으면서 방황하는 존재’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걷는 존재 인간은 걷기를 통해 자신을 재확인할 수 있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당연히 어떻게 살 것인가도 밝혀갈 수 있다. 그녀는 인생 이모작의 자신을 ‘로드 코치’로 불리길 원한다. 그녀가 말하는 로드는 인생길 의미도 함축돼 있음이 분명하다. 그녀는 이 시대 취미가 직업이 된 ‘하비프러너(hobby-preneur)’의 좋은 사례다.

◇ 박미애가 추천하는 걷기 관련 앱

● 트랭글 : 사용자가 어느 정도의 속도로 걷는지를 스스로 확인할 수 있어서 운동으로서의 걷기를 하려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사용자의 모든 기록을 저장할 수 있으므로 자신의 걷기 기록을 누적해서 파악할 수 있다.
● 워크온 : 부산의 보건소 등 공공기관에서 단체로 많이 사용하는 앱. 각 구청에서 하는 행사 등 걷기에 관한 각 구의 정보가 안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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