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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부산외고 찾은 90세 영국 한국전 참전용사 “평화 수호자 돼 달라”

명예시민으로 추천된 그룬디 씨

  •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
  •  |   입력 : 2022-05-25 20:18:11
  •  |   본지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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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엔군 시신수습 등 참상 들려줘
- 30여 년 방한 전우의 묘역 돌봐

한국전쟁 참전용사인 영국인 제임스 그룬디(90) 씨가 방한해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별강연을 했다.

25일 부산 연제구 부산외국어고등학교에서 한국전쟁 참전용사 그룬디 씨가 특별 강연을 하고 있다. 여주연 기자
25일 오후 3시20분 부산 연제구 부산외고에서 그룬디 씨의 한국전쟁 참전 경험 등을 들을 수 있는 특별강연이 열렸다. 이날 강연에는 부산외고 학생 교사 등 100명 정도가 참석해 그룬디 씨의 강연을 경청했다. 그는 1952년 2월 한국전쟁에 참전해 부산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의 첫 기억 속 부산은 매우 추운 곳이었다. 전쟁통에도 미소를 잃지 않은 한국인의 모습은 그에게 귀감이 되기도 했다.

시신 수습 임무를 맡은 그가 대구로 향했는데, 그 길에서 만난 어린 소녀 이야기도 전했다. 그는 “꾀죄죄한 차림의 어린 소녀가 사과를 건넸는데, 자신의 모든 것을 내주는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임무 수행 중 다시 그 소녀가 있었던 마을에 돌아가 보니 소녀도 마을도 사라지고 없더라. 그전에 내가 뭔가 도울 수 있었지 않았을까”라며 한국전쟁 때의 가장 슬픈 기억이라고 소개했다.

전사한 동료의 시신을 수습한 이야기도 전했다. 그는 “한 지역에서 전사한 3명의 영국군 시신을 수습했는데, 군번줄에는 일부 군번이 빠져 있고 이빨과 손톱 등도 없어 누구인지 구별하기 어려웠다”며 “신원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고 결국 유엔기념공원에 무명용사로 나란히 안장됐다. 전사한 전우들을 찾을 때마다 그들의 이름을 다시 돌려줄 수 있을 것이라 희망했지만 항상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된 영국군 889명 가운데 30% 정도는 19세의 어린 나이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학생들에게 가족이 이렇게 전쟁에 참여해 못 돌아오면 기분이 어떨지 묻기도 했다. 그는 전쟁의 참상을 생생하게 이야기하면서도 말을 아꼈다. 그룬디 씨 자신도 다시 꺼내기 힘든 기억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전쟁에 참전해 시신수습팀으로 복무했던 그룬디 씨는 유엔군 등 90여 구의 시신을 수습해 유엔기념공원 안장을 도왔다. 1988년 국가보훈처 초청으로 유엔기념공원을 찾은 뒤 30년 넘게 매년 유엔기념공원을 방문해 전우의 묘역을 돌보고 있다. 남구는 그룬디 씨의 공로를 인정해 2019년 명예 구민으로 위촉했다. 그룬디 씨는 부산명예시민으로도 추천돼 다음 달 발표될 최종 선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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