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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3> 마을 지도자 신공열 씨

사업도 뒤로하고 도심 오지 정착, 마을공동체에 희망 심다

  • 고영삼 부산디지털개발원장
  •  |   입력 : 2022-05-31 19:19:48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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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었을 때 레스토랑을 운영했다. 장사가 잘되다 보니 건물주가 탐을 내어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다른 곳으로 옮겨 음식점을 하다가 56세에 접었고, 부산 사상구 괘법동 괘내마을에 들어와 건축일을 시작했다. 이것이 지역공동체 일을 하게 된 계기다. 현재 76세. 이제 괘내생태문화마을 지도자로 꽤 알려졌다. 체험 텃밭을 가꾸고 스마트팜 사업을 하며 공동수익사업도 하고 취약계층을 돌본다. 더불어 함께 하는 진짜 행복을 누린다는 그를 멘토 격인 조정순 교수와 함께 자리했다.
부산 사상구 괘내마을 스마트팜 농장에서 신공열 주민협의체 회장이 재배 중인 채소의 생장 상태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다.
# 부산 사상구 괘법동 괘내마을

- 잘못된 도시계획 탓 소외된 곳
- 굴다리가 출입로 외부와 단절
- 노후 목적 빌라 짓고자 왔다가
- 도시가스 유입 주민운동 앞장

# 욕심 비우고 공동체 활동 13년

- 구청·부산테크노파크 지원 도움
- 마을 공터에 체험 텃밭 가꾸고
- 스마트팜 사업으로 공동수익 내
- 지난 3월 사회적 협동조합 설립

◇ 신공열의 인생Tip

인생이모작의 행복은
더불어 함께하는 데 있다


-인생이모작에 대변신을 하셨군요. 현재 직함은 무엇인가요? 이곳의 위치는 어디인가요?

신공열(가운데) 회장이 마을 주민, 자원봉사자와 감자 밭 김매기를 하다가 잠시 쉬는 시간을 이용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괘내마을 도시재생 운영위원장, 괘내마을 주민협의체 회장입니다. 그리고 괘내생태마을 마을관리사회적 협동조합 이사장입니다. 사람들은 괘내리보다는 괘법동을 더 많이 알지요. 우리 마을은 경부선 철도 사상역과 신라대학교 아래의 백양대로 언덕 사이에 있습니다. 인도도 없는 폭 3m의 굴다리가 마을의 유일한 출입구입니다. 잘못된 도시계획으로 피해받는 대표적인 곳입니다.

-인생 일모작 때에는 음식점을 경영하셨군요.

▶30대 초반부터 사상터미널 쪽에서 했는데 아주 좋았어요. 돈가스, 함박스테이크를 주종으로 했지요. 늘 호황이었습니다. 문제는 너무 잘되다 보니 건물주로부터 비워달라는 통첩을 받을 때부터였어요. 그 후 경성대 앞에서 150평 규모의 음식점을 3년 정도 했지만, 그 뒤 괘내마을에 들어와 빌라 건축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공동체 운동으로 연결되었습니다.

-공동체 운동으로 전환된 과정을 더 설명해주세요.

▶이 괘내 지역은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완전 오지였습니다. 2002년 당시에도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지역이었어요. 그래서 도시가스 선이 인입되도록 주민운동을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6년 만에 성공했습니다. 저는 애초 경제적 목적으로 빌라를 짓고 도시가스를 넣고자 했는데, 그 일을 하다 보니 경제적인 것을 넘어서 소외당한 사람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더군요.

-공동체 삶, 인생 이모작의 시작이었군요.

▶그렇죠. 이 사람들과 함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대화하다 보니 ‘난쏘공’이 떠올랐다.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작가 조세희가 1978년 발표했던 당시 대학생 필독서. “난장이의 신체적 불구성을 통해서 시대적 불구성을 표현했다”는 극찬(이세기)을 받았으며 연극 영화로 만들어졌으나, 당시 금서로 딱지 붙었었다. 1970년대의 도시 빈민의 어둠을 그토록 사실적으로 표현한 소설이 없었다. 물론 괘내마을은 ‘난쏘공’과 시대 배경이나 심각성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다. 하지만 저 앞 경부선 철도만 없다면 5분 만에 접근 가능한 사상역 앞 번쩍이는 도심과 너무 대조되는 낙후함을 보고 얼핏 든 생각은 어쩔 수 없었다.



-그때가 몇 세 때였나요?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2009년 63세였어요. 제일 먼저 굴다리 문제를 풀어보자고 나섰습니다. 말씀드렸듯이 250여 가구가 살고 있는 이 마을은 경부선 철도 지하에 폭 3m 굴다리 하나가 유일한 외부 출입로입니다. 굴다리를 차량이 오갈 수 있도록 2차선 넓이로 만들자는 것이 오랜 소원이었습니다. 정말 많은 애를 썼지만 80억 규모의 예산을 만들지 못했는데, 요 몇 년간은 경부선 철도 지하화 계획이 나오면서 논의 자체를 못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럼 요즘은 어떤 활동을 하시나요?

▶지난 3월에는 사회적 협동조합을 설립했습니다. 도시재생사업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경성대 팀이 2019년부터 이 마을에 96억 규모의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내년까지 한다고 하는데, 우리 조합은 그 후 마을이 자생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협의체 활동도 많으시다고요?

▶사상구(괘내마을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가 이 지역을 대상으로 도시재생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할 때 주민 입장을 대변하는 협의체를 이끌고 있습니다. 요 몇 년째는 마을 텃밭 가꾸기에 집중하고 있고요. 마을에 400여 평의 공터가 있었습니다. 이곳을 마을 주민과 함께 생태 텃밭으로 가꾸고 있어요. 항상 주정차 차량과 무단투기한 쓰레기가 난무했는데, 이제 이 동네에서 제일 자랑할 만한 장소가 되고 있습니다. 40년 동안 서로 모르고 지내던 주민이 배추와 무를 함께 기르며 화목하게 지내고 있지요. 채소를 팔아 번 수익은 이웃과 공유하니 마을 전체가 행복합니다.



그를 따라 둘러본 마을의 텃밭은 생기가 가득했다. 예전엔 쓰레기, 자갈이 뒹군 곳이었다고는 전혀 생각 못 할 정도였다. 마을은 몰라보게 밝아졌다. 그가 공동체 활동을 시작한 지 얼추 13년이다. 배추 엽채류 새싹 등 수확한 농작물을 마을 250여 전체 가구뿐만 아니라 이웃 덕포동에 보내기도 했다. 약간의 수익을 주민의 노동수고비로 지불할 수 있는 자활체계도 구축되었으니 보통 일이 아니다.



-대도시에서 쉬운 일이 아닌데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아마 주민협의체를 체계화시키고 인화를 소중히 했기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주민협의체를 환경안심분과, 오아시스분과, 행복충전분과로 나눠 운영하고 있습니다. 환경안심분과는 자율방범대를 운영하며 마을 안전을 강화하는 일을 합니다. 오아시스분과는 체험 텃밭 사업을 하면서 주민을 결집해 오수 차단 배관공사도 하고 배수로도 만들고, 또 호미를 들고 밭고랑에서 함께 일합니다.

구청 도시재생지원센터의 헌신도 도움 되었습니다. 부산테크노파크 지원으로 시작한 스마트 팜에서도 새싹인삼, 엽채류가 자라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도시재생 교육, 수경재배교육과 함께 추진됩니다. 세상이 변화되고 있음에 대해 교육을 받고, 인화 속에서 즐거운 공동체 활동을 하면서 약간이나마 물적 이익과 즐거움을 나누다 보니 웃을 수 있게 되었네요.



설명하는 신 이사장의 얼굴에 즐거움이 배어 나왔다. 디지털 열쇠를 꼭 잠그고 살아가는 도시에 공동체 정신을 심을 때는 어려움도 많았을 것이다. 소설 ‘난쏘공’에서 공은 희망을 뜻한다. 사람들은 작은 공을 하늘에 필사적으로 쏘아 올린다.

“하늘 높이 오른 저 공은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땅을 향해 돌아오겠죠.… 작은 이 공을 우린 이제 다시 쏘아 올려야지. 절망의 반복이 언젠가 저 희망이 될 테니.”

보컬그룹 ‘더 크로스’가 노래한 것처럼 이 마을의 작은 공은 곧 희망의 표상이 될 듯도 하다. 신공열은 공동체 운동을 소리 높여 외치는 타입은 아니다. 오히려 낯가림하는 사람으로 보인다. 그러나 늘 이익을 나누면서 곰살맞게 대화하고 솔선수범해왔다. 그러니 그가 이제까지 가꾼 것은 채소 체험 텃밭만이 아니라, 인화를 바탕으로 한 ‘신뢰 체험 텃밭’이었던 것 같다. 인생 이모작 시기의 사람들이 활동하는 단톡방에는 인생에 대한 지침 글이 유난히 많다. 어떻게 사는 것이 성공적일까? 욕심을 비우고 포용하며 이타적 생활을 실천하는 것. 신 이사장의 논법으로 보면 간결하다.

◇ 부산지역 도시재생뉴딜사업 팁

도시 특정 지역 도로, 주요 건물 등 기반 시설을 개선하고 주민들의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주로 구도심 공동체에 활력을 일으키는 사업이다. 지역의 특성, 사업 규모에 따라 5가지 유형이 있다. ①소규모 주거지를 대상으로 하는 우리 동네 살리기형 ②주거지를 대상으로 하는 주거지 지원형 ③주거지와 골목상권이 혼재된 곳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근린형 ④도시의 원도심 상권을 재생하는 중심 시가지형 ⑤경제적 쇠퇴가 심각한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경제기반형이다. 
 여기서 괘내마을은 우리 동네 살리기 유형에 해당한다. 사상구는 외부와 단절되어 있을 뿐 아니라 주거시설의 노후화, 인구 고령화에 직면해 있는 괘내마을에 ‘괘내생태문화마을’이라는 비전을 만들었다. 현재 순환형 공공임대주택 조성, 노후주택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주민의 자생역량을 북돋우기 위해 도시재생대학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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