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가 7일 0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부산을 비롯한 전국의 물류운송 대부분이 중단됐다. 화물차 기사들은 안전운임제가 폐지되면 운임이 형편없이 떨어지고 차량의 과적·과속도 다시 증가할 거라며 정부에 전향적 태도를 촉구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부산지부 조합원들이 7일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삼거리 인근 도로에서 ‘화물연대 부산지역 본부 총파업’ 출정실을 열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화물연대 부산지역본부는 이날 오전 10시 부산 강서구 신항삼거리에서 총파업 출범식을 열었다. 이들은 안전운임제 확대와 일몰제 폐지를 주장하며 이날 늦게까지 행진과 문화제 등을 이어갔다. 부산을 제외한 전국 11개 지역에서도 총파업 출정식이 진행됐다. 주최 측은 이날 약 1000명의 노동자가 부산신항에 집결했다고 추산했다. 경찰은 700여 명과 차량 약 550대가 모인 것으로 봤다.

이날 파업으로 부산신항을 포함해 남구 신선대부두, 감만부두 등 주요 항만의 화물 운송은 사실상 멈췄다. 자연스레 이곳을 드나드는 차량 수도 현저히 줄었다. 미연의 사태 방지를 위해 경찰은 이날 1100여 명의 경력을 신항에 투입했다. 간혹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화물차가 부산신항을 드나들었지만, 차량을 가볍게 치는 정도를 제외하면 별다른 운송 방해는 없었다. 사업장의 물리적 봉쇄도 부산에선 일어나지 않았다.

육상 운송이 차질을 빚으면서 부산지역 항만 물류도 비상이 걸렸다. 부산항만공사(BPA)에 따르면 이날 부산지역 부두의 장치율(컨테이너 보관 능력 대비 적재율)은 73.9%(북항 80%, 신항 70.5%)로 나타났다. 평상시 장치율은 70% 수준이다. BPA는 북항 2곳과 신항 5곳에 2만2000여 TEU의 장치 능력을 갖춘 임시 장치장을 확보하고 감만, 우암, 신항 안골, 웅동 배후단지 등의 공간을 활용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와 부산시도 분주히 대책을 마련했다. 국토부는 총파업기간 동안 대체수송 화물차의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하기로 결정했다. 시도 국토부 지침을 받아 8ｔ 이상 자가용 화물차(부산 1549대)의 유상운송 허가 신청을 받고 있다. 다만 이날까지 부산지역에 접수된 허가 신청은 0건이다. BPA는 비상대책본부를 설치하고 부산항 운송물량 적체에 대비해 북항·신항 등 터미널 외곽에 임시장치장을 확보했다. 한 터미널 운영사 관계자는 “파업을 앞두고 원활한 본선 작업을 위해 빈 컨테이너를 외곽으로 빼내 부두 내 장치율을 낮추고 있다”며 “당장은 큰 지장이 없겠지만 파업이 길어지면 물류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역 레미콘 업계는 또다시 비상에 걸렸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의 시멘트 회사마다 물량 출하가 중단되면서 레미콘 생산에 필요한 시멘트를 공급받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레미콘 기사들이 2주일간 파업을 하는 바람에 공장을 운영하지 못했던 레미콘 회사들은 또다시 공장이 멈출 위기에 놓이자 한숨을 쉬고 있다. 부산경남레미콘산업발전협의회 관계자는 “각 레미콘 회사마다 그동안 비축한 물량으로 공장을 가동하고 있지만 이번 주말까지 버티기 힘들 것으로 보이며, 시멘트 출하 감소가 불가피해 다들 걱정이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화물연대는 기름값 폭등 탓에 화물차 기사의 수입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한다. 화물연대 천춘배 부위원장은 “2020년에 1000원이던 기름값이 현재는 2000원에 달한다. 장거리 화물 차량은 한 달에 6000ℓ가량을 쓴다. 국가보조금(유가보조금)은 4300ℓ까지만 지원된다. 정부가 유가보조금을 더 지원해주겠다고 하지만 시세에 못 미친다”며 “선박이나 항공기처럼 면세유를 지급해줄 것을 정부에 강력하게 촉구하는 바다”고 말했다.

안전운임제가 사라지면 타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지난달 30일 한국교통연구원의 화물차 안전운임제 성과평가 결과를 보면 컨테이너 기사의 월평균 순수입은 2019년 300만 원에서 지난해 373만 원으로 크게 올랐다. 화물연대 부산지역본부 박정훈 사무국장은 “안전운임제가 없어지면 과거처럼 화주에 의해 최저 입찰가에 맞춰 운임이 정해질 거다. 기름값도 2019년에 비해 2배 치솟았다. 화물차 기사의 월급은 형편없이 떨어질 게 빤하다”고 설명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 기사의 최소한도 운임을 규정해 차량의 과적·과속을 막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2020년부터 올해 말까지 3년간 시범적으로 운영하기로 결정돼 별도의 입법 조처가 따르지 않는 한 연내 폐기된다. 국회는 사업 연장을 결정하려면 국토부로부터 제도 성과에 대한 평가를 전달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일몰 1년 전에 제도에 대한 입장을 국회에 전해야 하지만 아직 그 성과 평가를 보고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