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기초단체가 민선 8기 첫 구보를 발행했다. 신임 구청장을 낯뜨거울 정도로 포장한 구가 있는 반면 구청장 이름을 아에 빼버린 구도 있었다. 또 일부 구는 구청장 치적 비율이 과도하게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시민단체는 구청장을 다룬 과도한 표현과 내용은 구보의 본질을 흐린다고 지적했다.

구청장 취임 첫날 모습을 표현한 소제목. A구 구보 캡처

29일 국제신문 취재진이 16개 구·군이 최근 발행한 7월호 구보 내용을 확인해 본 결과 대부분 구가 지면 1, 2면을 할애해 신임 구청장의 취임사, 주요 공약, 인터뷰 등을 다뤘다. 구보는 구가 구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정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예산을 들여 월 1회 만든다.

7월호 중 가장 눈살을 찌푸리게 한 건 A구 구보 내용이었다. A구는 1면 머리기사에 구청장 취임식을 다뤘고, 취임 첫날 동행 취재한 내용은 3면에 담았다. 문제는 구청장 모습을 묘사한 표현이다. 기사에서 “그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따봉’을 외치거나 그의 손을 덥석 잡고 스스럼없이 포옹을 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새벽 거리에서 그의 인기는 아이돌스타가 부럽지 않았다”고 적었다. 부제에도 ‘주민에게 이미 아이돌스타’라고 한 번 더 강조했다. 구청장의 취임 첫날 행보를 르포 기사로 다룬 건 A구가 유일했다.

반면 B구와 C구는 지면에서 구청장을 최대한 감췄다. B구 구보에는 구청장 이름이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얼굴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 크기의 행사 사진 1장이 유일하다. B구 관계자는 “구보에 자기 이름을 빼고, 대신 구민에게 필요한 정보를 더 담으라는 구청장 지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행사 내용과 도로 개설 등 다채로운 구정 소식이 다뤄졌다. C는 현 구청장 취임사를 1면 두 번째로 배치했다. 머리기사는 전임 구청장의 이임사로 대신했다. 2면부터는 현 구청장을 다룬 기사는 없었다.

일부 구는 구청장의 인사말과 공약에 너무 많은 면을 썼다. D구(총 16면 중 5면)와 E구(총 8면 중 3면)는 재임인데도, 특집면까지 구성해 구청장 치적을 구민에게 알렸다.

시민단체는 구보가 구청장 홍보지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부산경실련 도한영 사무처장은 “구보에 구청장을 과도한 표현으로 포장하거나, 공약일지라도 30% 이상 배치하는 건 문제가 있다. 정작 구민에게 필요한 정보를 담을 공간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에 E구 관계자는 “취임 후 첫 구보라 구민이 구청장의 공약을 궁금해할 거라고 판단했다. 구보에서 전하지 못한 정보는 SNS 유튜브 홈페이지를 통해 대신 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