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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75> 복사와 복제 ; 인위적 복제

  •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   입력 : 2022-08-01 18:44:19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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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의 한자를 모르면 낱말의 뜻을 제대로 알 수 없다. 천체물리학에서 복사(輻射)는 수레바퀴살(輻)처럼 방사(射)되어 퍼져 간다는 뜻이다. 태양이 내는 복사열은 복사되어 지구로 도달한다. 복사기를 사용하는 현대인의 일상용어가 된 복사(複寫)는 원본을 겹쳐서(複) 베낀다(寫)는 뜻이다. 영어로는 카피(copy)다. 미국영화에서 무전기에다 Do you copy?라고 묻는 건 내 말을 상대방이 하나도 안 틀리게 그대로 베껴서 정확하게 들었느냐는 뜻이다. 이런 베낀다는 복사와 결이 다른 복제란?

유전자 복사보다 복제하는 생명체 복제
베낄 사(寫)가 아니라 만들 제(製)를 쓰는 복제(複製)는 생물학에서 주로 쓰인다. 복제양 돌리는 암수 교배나 인공수정 없이 실험실에서 만든 인공 양이다. 원본을 단순히 복사해 베낀(寫) 양이 아니라 여러 과정을 거쳐 제작해 만든(製) 양이다. 생명체마저 제작해서 만든 비결은 유전자다. 그 요지는 단편적 유전자 복사가 아니라 일련의 유전자 복제다. 인간을 포함하는 거의 모든 생명체 세포에서 일어나는 유전자 복제는 가장 신기신비하며 경이 경외롭고 신통방통한 정교정밀한 생명현상이다.

진화론의 아버지 다윈은 1859년 출간한 ‘종의 기원’에서 유전현상에 대해 빗나간 이야기를 했다. 9년 후 1868년에 유전학의 아버지 멘델(Gregor Mendel 1822~1884)은 현대유전학의 토대가 되는 유전법칙을 발견했다. 하지만 뭔 유전입자가 있을 거라고 짐작할 뿐 뭐가 유전을 일으키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의 후예들은 집요하게 나누고 쪼개어 분석(分析)하며 생명체의 유전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세포 안에서 염색이 잘 되는 염색체가 유전이 일어나는 곳이며, 특히 염색체 안의 두 가지 핵산(NA; Nucleic Acid), 즉 산소 원자 하나가 없는 리보스 핵산(Deoxy-riboseNA; DNA)과 그냥 리보스 핵산(RiboseNA; RNA)이 유전을 일으키는 분자입자임을 밝혀냈다. 결국 1950년대 들어서 크릭(Francis Crick 1916~2004)은 유전정보의 중심교리(Central Dogma)를 제창했다. 원리(principle)보다 센 교리(dogma)란다. 이 센트럴 도그마에 따르면 생명체의 유전정보를 보관하고 있는 이중사슬의 DNA가 풀리며 단일 가닥의 RNA로 전사(轉寫, transcription)되며 그 유전정보들이 세포핵 밖으로 빠져나가 세포질 내 리보솜에서 RNA의 염기서열에 맞도록 번역(translation)된다. 결국 아미노산이 합성되며 그 아미노산들이 접히고 꼬이며 뭉쳐져 특정한 단백질이 형성된다. 신체조직 머리털 손발톱 혈액성분 효소 호르몬 등이 모두 단백질이니 DNA-RNA 유전자로부터 생명체가 자연스레 복제(replication)되는 것이다.

생명체 유전현상이 두 가지 핵산(DNA-RNA) 유전자로 인한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분자생물학 시대가 열렸다. 이제 인간은 탄소 수소 산소 질소 인 원자 등으로 된 분자 덩어리인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편집 및 재조합하여 복제할 수 있다. 드디어 생명체 복제 능력까지 갖추었다. 과거에 벤야민(Walter Benjamin 1892~1940)이 논했던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을 넘어 지금은 생명복제 시대다. 복제된 예술작품은 진정한 기운(Aura)이 없다지만… 조작된 이미지가 실체를 능가하는 시뮬라시옹(Simulation) 시대에 진품-복제품 경계는 모호해졌다. 마찬가지로 복제된 생명체가 아우라는 떨어져도 진짜 생명체와의 경계가 모호해진다면? 이상적 유토피아일까? 괴상한 디스토피아인가? 뻔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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