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주운전·논문표절 자질논란 속
- ‘만 5세 입학’ 이어 ‘외고 폐지’ 등
- 공론화 없이 일방적인 정책 발표
- 학부모·교원단체 연일 철회 촉구
- 학제개편안 사실상 폐기 수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임명된 지 34일 만에 결국 사퇴했다. 취임 전부터 도덕성과 전문성 논란에 휩싸인 박 부총리는 취임 이후 설익은 정책 발표와 의견 수렴 미비 등으로 자질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의 교육부 업무 보고에서 의견 수렴 절차와 충분한 검토 없이 만 5세 입학 학제개편안을 꺼내 큰 반발과 함께 사퇴 요구에 시달렸다. 그는 업무보고 열흘 만에 부총리직을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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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 5세 초등 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 회원과 학부모들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정부의 학제 개편안 철회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8일 사퇴를 선언하는 박순애 부총리의 모습. 연합뉴스 |
■‘조기 입학’으로 ‘조기 낙마’
박 부총리는 후보자 지명 직후부터 음주운전과 조교 갑질 의혹 등 도덕성 논란이 제기됐다. 박 부총리는 또 자녀 입시컨설팅과 논문 표절 의혹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이와 함께 교육정책을 담당하지 않은 행정 전문가라는 점도 논란거리였다.
논란 수준이었던 비판이 ‘사퇴론’으로 급변한 것은 지난달 29일 대통령 업무보고 직후부터다. 교육부는 이날 업무보고 자료에서 학제 개편을 언급하며 ‘모든 아이들이 1년 일찍 초등학교로 진입하는 학제 개편 방향을 본격 논의·추진’한다고 기재했다. 박 부총리는 “올해 말에 학제 개편 관련 대국민 설문조사를 시작해 2023년에 학제 개편 시안을 내놓고 2024년에는 이를 확정해 일부 지역에서 시범 실시한 후 2025년에는 전국적으로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구체적인 시행 계획까지 나오면서 검토나 논의 수준이 아닌 사실상 ‘추진’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됐다. 고교 체제 개편도 일관성 없이 절반만 뒤집는 ‘자사고 존치 및 외고 폐지’ 방안을 박 부총리가 느닷없이 언급해 비판을 받았다.
교육계는 물론 학부모 시민단체 정치권까지 즉각 반발했다. 각계는 성명 또는 논평을 내고 유아 발달 단계를 무시한 채 사교육 조장 및 조기교육 확산을 야기하는 정책이라고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학제 개편은 대통령 공약에는 물론 새정부 국정과제에도 없었다. 부산을 비롯해 전국에서 교육·학부모·시민단체가 연일 입학 연령 하향 반대와 박 부총리 사퇴 요구 기자회견과 집회를 이어갔다.
박 부총리를 둘러싼 논란이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 급락에 주요 요인이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사퇴론에 힘이 실렸다. 박 부총리도 지난 5일부터 공식 석상에 나서지 않고 두문불출했고 사퇴설은 더욱 번졌다.
■조기 입학 사실상 폐기될 듯
‘만 5세 입학’ 등 학제개편안은 당장 강력한 반대 여론이 확인됐고 이것이 장관 사퇴로 이어진 만큼 원안 그대로 추진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9일 예정됐던 교육부의 국회 업무보고 자료에서 ‘만 5세 입학’과 관련된 주요 내용이 모두 삭제됐다.
교육계에서는 학제개편안 역시 사실상 폐기 수순이라고 봐야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김천홍 교육부 대변인은 “입장 변화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만 5세 입학정책은) 앞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계획대로 공론화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미 추진을 발표한 교육개혁 과제들도 다음 수장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초중등교육 재원 일부를 고등교육과 평생교육에 쓰는 쪽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 개편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도교육청과 초중등 교육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국가교육위원회도 출범 가능 시기(7월 21일)를 3주 가까이 넘기고도 위원 구성조차 하지 못해 출범을 기약할 수 없다. 교육부는 당장 연말까지 고시해야 할 2022 개정 교육과정, 연말까지 시안을 마련하기로 한 고교체제 개편 등을 국가교육위와 함께 협의해 추진해야 한다.
박 부총리 사퇴와 관련 교육계는 유감을 표하고 정책 철회를 촉구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부는 교육 갈등과 공백을 초래한 것에 무겁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교육현장 이해도와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조속히 임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 현실을 무시하고 현장과 소통 공감 없는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으며 거센 반발과 갈등만 초래함을 분명히 밝힌다”며 만 5세 초등학교 입학과 외고 폐지 등 정책은 공론화 하지 말고 즉시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입장문을 내고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