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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교육 현장에서] 모두의 성장을 위한 평가

충렬고 조향미 교장

  • 충렬고 조향미 교장
  •  |   입력 : 2022-08-08 19:17:30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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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이 3년차를 맞았습니다. 그간 사회 곳곳은 어느 때보다 급변하고 있지만 방역 문제로 학교와 학부모 간 소통기회는 줄었습니다. 부산지역 초중고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 및 교감·교장 등이 학교 현장의 이야기와 이슈, 생각 등을 전하는 ‘부산 교육 현장에서’라는 코너를 만들었습니다. 다양한 학교 현장의 이야기가 격주에 한 번씩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K는 고2 때 정시로 대학을 가겠다고 선언했다. 그러고는 수업 시간에 몸만 참석했다. 급우들이 머리를 싸매가며 몰두하는 서평, 보고서, 영상 제작과 발표, 포트폴리오 등 수행평가 결과물을 하나도 제출하지 않았다. 토론의 즐거움이나 긴장감도, 다듬고 고쳐서 글을 완성했을 때의 성취감도 맛보지 않았다. 친구들과 협력하며 갈등이 생기고 풀리는 모둠활동의 과정에서 K는 비껴 있었다. 대신 K는 수업 시간도 쉬는 시간도 혼자 수능 기출문제를 풀었다. 현실의 학교에서 늘 방관자였고, 수능 모의평가에서 몇 등급을 받느냐가 K의 기쁨과 좌절이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런 K들이 학교 현장에 꽤 있다. 정부가 정시 비중을 높인 결과 이런 학생들은 더욱 많아졌다. 몇 년 전의 K는 그래도 학교는 꼬박꼬박 다녔다. 하지만 요즘은 자퇴를 하는 사례가 많다. 다양한 수행평가, 서·논술형 시험 등 학교 수업과 평가를 귀찮게 여기는 학생들에게 자퇴와 검정고시는 퍽 매력적으로 보인다. 수도권 일부 학교들은 자퇴율이 10%나 된다고 한다. 노동이 존중받지 못하는 학벌사회, 교육철학도 미래 비전도 없는 입시정책 때문에 공교육이 흔들리고 있다.

공부의 결실을 당장의 시험점수 안에 다 담을 수 있을까. 현재 적용 중인 2015 교육과정에서 강조하는 핵심 역량은 자기관리, 지식정보처리, 창의적 사고, 심미적 감성, 의사소통, 공동체 역량 등 6가지다. 다양한 교육 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수능 공부만 열심히 한 학생들에게 이런 역량이 저절로 길러질 리 없다. 그래서 대학교수들은 의사소통 능력이나 학업의 주도성 면에서 정시보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입학생이 우수하다고 말한다. 대학에서는 학종이 더 좋은 선발방식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고등학교에서도 그동안의 수많은 입시정책 중에서 중등교육을 올바른 방향으로 견인해 간 유일한 제도는 ‘학종’이라는 것을 안다. 학생부 기록을 풍부히 하기 위해선 단순 강의식 수업을 바꿔야 하고, 학교마다 수준 높은 교육프로그램을 펼치기 위해 고심하며 교사들이 함께 공부하기 때문이다.

출생률은 떨어지고 인구 절벽을 코앞에 둔 시대에 한 명의 아이도 내팽개쳐 둘 수 없다. 과거의 학교는 잘 따라오는 학생 중심으로 끌고 갔으나. 이제는 모두의 성장을 위한 교육을 강조한다. 이런 측면에서 수업과 평가의 변화가 절실한데 핵심은 ‘개별화 교육’과 ‘피드백’이다. 줄 세우고 탈락시키기 위한 평가가 아니라 학생들을 격려하고 지원하기 위한 평가로 바뀌는 중이다. 한국 학생들이 국제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교과 점수는 높지만 배움에 대한 흥미, 행복감은 최하위 수준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 결과는 어떨까. 국내 상위권 대학의 한 교수가 전하는 말을 빌리자면 대학생의 30%는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단다. 중등학교 때부터 시작된 병이다. 성적 스트레스와 약해진 관계성 때문에 고립된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학교는 미래세대에게 자립과 공생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존재한다. 스스로 잘 살 수 있고, 더불어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것이 공교육의 목적이다. 이러한 공교육의 방향에 맞는 평가제도와 입시정책이 무엇일까. 모든 학생이 수능으로만 대학에 간다면, 학교는 학원을 닮아가든지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세계적인 감염병과 기후 위기는 인류의 삶에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한다. 틀에 갇히지 않는 유연한 상상력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갈 청소년들을 작은 시험의 틀 안에 가둬둘 수는 없다. 내용이 바뀌면 틀도 바꿔야 하는데 수십 년째 수능은 같은 형태다.

더구나 교육 수장들은 학력 향상을 위해 초등생부터 학업성취도 평가를 치르겠다고 한다. 인공지능의 시대는 공부의 방식, 학력의 개념도 바꾸고 있다. 구시대적 개념으로 학력을 강화한다고 다시 점수로 줄 세우는 시험이 부활하지 않기를 바란다. 교육 당국이 가장 정성을 기울일 일은 학생의 행복한 배움을 이끄는 교사의 역량 강화, 사회의 균형발전을 위해 대학서열화 해소를 위한 분투라는 점에 공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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