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76> 암호와 부호 ; 64개 코돈

  •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   입력 : 2022-08-08 19:01:24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코드라는 외래어는 chord와 code로 구분된다. 코드(chord)는 화음을 뜻하는 음악 용어다. 코드(code)는 부호를 뜻하는 통신 용어다. 이 코드(code)와 구분하기 위한 코돈(codon)은 유전생물학 용어다. 나 어릴 적 국어나 영어사전에 등재되지 않았던 단어다. 생물 시간에도 배우지 않았던 코돈이다. 생명의 센트럴 도그마가 발표된 1950년대 전후로 과학자들이 만들어 쓰긴 했어도 그들만이 아는 전문 학술용어였다. 그러다가 복제양 돌리가 태어난 1996년에 생명과학 및 생명공학이 본격화되었다. 이후 코돈은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리고 영어와 국어사전에도 등재되는 일반용어가 되었다.

유전 암호가 아니라 부호인 64개 코돈과 주역의 64괘
영어사전에는 간단하게 나와 있다. codon: 유전 정보의 최소 단위. 국어사전엔 보다 자세하게 나와 있다. 코돈: 생명 전령(傳令) RNA상의 유전 암호의 기본 단위. 이제 사전에 나온 일반용어가 되었다. 하지만 코돈이라는 낱말은 여전히 어렵게 다가온다. 그러나 약간의 관심과 흥미를 가지며 알아보면 크게 어렵진 않다. 알고 나면 생명현상에 관해 눈이 조금 떠진다. 바쁜데 쓸데없는 거 알 필요가 없기도 하지만 알아서 나쁠 건 없다. 노자가 말한 무용지용(無用之用)처럼 쓸데없음의 쓸모있음이다.

코돈은 국어사전에 나온 것처럼 유전 암호가 아니다. 생물학자들의 집요한 연구로 유전 암호가 풀렸으니 이젠 유전 부호라고 해야 마땅하다. 무엇이 코돈을 이루며 코돈이 뭘 하는지 알게 되었으니 하는 말이다. 코돈은 t-RNA에 있는 유전정보 부호다. 아데닌(A) 티민(T) 구아닌(G) 우라실(U). 딱 4개 염기의 서열로 이루어져 있다. 4개를 재료로 세 개씩 한 단위를 이루면 4×4×4=64개 조합이 된다. 이 조합들 한 개 한 개가 코돈이다. 64개 코돈이 유전 부호로 작용하여 아미노산을 만든다. 가령 글루타민이라는 아미노산은 CAA CAG라는 두 개의 코돈이, 알라닌이라는 아미노산은 GCU GCC GCA GCG라는 네 개의 코돈이 만들어 낸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아미노산이 20여 종이다. 고작 20여 종 아미노산들 밖에 안 되지만 위아래로 이어져 수많은 형태와 성질을 가진 단백질이 합성된다. 그러한 단백질들의 총체적 집합이 바로 생명체다. 결국 이 세상 모든 생명체는 64개 코돈이 헤치고 모여서 결정된다. 인간이라면 머리와 피부색은 어떻고 키와 얼굴은 어떤지 그 모든 생명 현상이 64개 밖에 안 되는 코돈의 조화(調和)로운 조화(造化)다.

주역에서도 64개다. 주역은 양(陽)인 ―와 음(陰)인­­ - -로 되어 있다. 이 둘을 3층으로 쌓으면 2×2×2=8괘다. 이 8괘를 위아래 2단으로 쌓으면 8×8=64괘다. 주역(周易)은 단순한 점술서가 아니다. 64개로 두루(周) 바뀌는(易) 세상 흐름의 이치를 타이르는 묵직한 철학서다. 64개 상황이 두루 바뀌는 세상, 64개 코돈으로 두루 생기는 생명! 64개라는 공통점 안에 뭔가 숨겨진 끈이 있을 법하다. 세상이 64개 상태로 이리저리 흐르며, 생명체가 64개 코돈으로 이리저리 이루어진다. 둘 다 64개가 되는 게 우연일까? 과거 나는 64개 코돈이 어찌 이어져 태어났으며, 현재 나는 64궤 중 어느 상태에 놓여 있는 걸까? 내일 어떤 코돈을 남길까? 어떤 상태에 놓일까? 64개 중…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2. 2“한국 핵 잠수함·전작권 전환, 美 민주 승리로 제약 커질 듯”
  3. 3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4. 4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5. 5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6. 6‘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7. 7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8. 8시민공원서 버스킹 즐긴다…전용 공간 추진
  9. 9청해부대 임무, 호르무즈 650㎞ 앞까지 확대…해상초계기도 투입(종합)
  10. 10금정구 제2체육센터, 중투심서 또 고배
  1. 1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2. 2청해부대 임무, 호르무즈 650㎞ 앞까지 확대…해상초계기도 투입(종합)
  3. 3회생인가 촉구 시민 목소리 1차분 6일 법원 제출
  4. 4김민석, 신천지 논란에 “죄송…조사결과 공개해도 문제”
  5. 5곽규택 “산은, 대한항공이 통합 LCC 부산 설립 거부시 호반지원해야”
  6. 6신천지 의혹 역풍 휩싸인 김민석…계파갈등 격화(종합)
  7. 7전재수 시정 첫 행감…국힘, 기관장 인선 등 파상공세 예고
  8. 8부울경 全 국회의원 회생촉구 서명…노동청, 지광 출석 요구
  9. 9양당 모두 400억 토해낼 위기..선거법 개정 화두로
  10. 10“왜 사회적 지탄 대상 되려하나” 김대식, 지광에 회생 동의 촉구
  1. 1‘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2. 2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3. 3팔란티어 AI와 함께 만든다…부산 신발업체 창신 ‘혁신 점프’
  4. 42005 APEC 이벤트서 대표축제로…100만 인파관리 ‘근육’ 키웠다
  5. 5비수도권 미분양 적체…LH 매입 신청 86% 탈락
  6. 6비에 화약 젖을라 손길 분주…400m 대형 불꽃 ‘카운트다운’
  7. 7한 달 새 금융사 37곳 47만 건 해킹…털린 돈도 10억
  8. 8국내양식 향어 20여년간 간흡충 감염 ‘0’
  9. 9수능날 증시 10시 개장…애프터마켓 오후 5~8시
  10. 10부산 ‘에이지테크’ 해외 노크…日 시니어 시장 진출 길 열어
  1. 1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2. 2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3. 3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4. 4시민공원서 버스킹 즐긴다…전용 공간 추진
  5. 5금정구 제2체육센터, 중투심서 또 고배
  6. 6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6일
  7. 7황령산 봉수대 영문 안내판 설치키로
  8. 8문 전 대통령 거제생가 복원, 진통 끝 시의회 통과
  9. 9김해·전주시장 “특례시 기준 낮춰달라”
  10. 10“日 15% 수익보장” 주식리딩방 사기…4억 넘게 가로채
  1. 1승부는 원점…‘홈런 공장’ 대구서 거포들의 전쟁
  2. 2페이즈 신들린 블로킹 9개…읏맨, 시작부터 웃었다
  3. 3태권도, 北 전통무술로 각인될라
  4. 4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5. 5거인 4인방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첫 우승 이끈다…한동희·최준용 중책
  6. 6코르다, LPGA 올해의 선수상 조기 확정
  7. 7동의대 미식축구부 타이거볼 4강 진출
  8. 8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9. 9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10. 10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우리은행
난치병 환우에 새 생명을
왼쪽 팔·다리 못 써 휠체어 의존…홀로 병마와 싸우는 60대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제조업 AI 전환 적극적 추진…‘부산의 심장’ 활력 되찾겠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