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롱코비드’로 불리는 코로나19 후유증으로 일상 복귀의 어려움을 겪지만 마땅한 의료 지원책이 없어 생계 곤란 등을 호소하는 이들이 점차 늘어난다. 코로나19를 앓은 사실과 그 후유증의 인과 관계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회사로부터 장기간 지원을 받기도 쉽지 않아 하루빨리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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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후유증을 겪어 병원에서 치료 받고 있는 환자. 국제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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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가까운 경력의 기관사 이모(42) 씨는 코로나19를 겪은 뒤 바다가 무서워졌다. 코로나가 가져온 뇌경색과 우울증 탓이다. 그는 지난해 2월 16일 대형 해상운송업체 A 사의 외항상선에 올라 인도와 중동지역을 다녔다. 그러던 중 선내에서 코로나19가 터졌다. 그해 4월 25일 선원 22명 중 1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인도에서 하역 작업을 마치고 사우디아라비아로 입항한 직후였다. 이 씨에게도 의심 증상이 나타났지만, 현지의 진료 거부로 병원에 갈 수 없었다. 그는 아랍에미리트 푸자이라항에 입항한 뒤인 그해 4월 30일 이후에야 양성 판정을 받아 격리시설에 수용됐다.
당시 이 씨의 상태는 심각했다. 산소포화도가 50% 수준까지 떨어지는 극심한 저산소증을 보인 데다, 지병인 폐렴도 증세가 악화했다. 그는 6일간 중환자실에서 산소호흡기 치료를 받아야 했다. 생사의 고비 끝에 그해 5월 21일 음성 판정을 받은 이 씨는 다음 날 귀국해 자가격리를 마치고 병원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이 씨는 호흡 불안정이나 흉통 같은 증상은 물론,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말이 어눌해지는 등 갖은 후유증을 앓았다. 치료 과정에서 뇌경색과 우울증 진단까지 받았다. 일을 할 수 없는 그에게 회사는 그해 5월부터 11월까지 6개월간 상병 수당을 지급했다. 그러다 10월 13일부터는 수당 지급을 완료했다며 지원을 멈췄다. 복귀가 가능하다는 병원 진단이 나온 데다 그가 귀국 이후 호소한 증상(뇌경색)은 직무상 질병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결과다.
선내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트라우마 증상을 겪은 이 씨는 자신이 도저히 바다로 돌아가기가 어렵다고 느꼈다. 결국 그는 지난 2월 부산해양수산청에 재해보상 심사·조정을 청구했다. 해수청은 이 씨의 손을 들어줬다. 병원 진료를 토대로 판단해볼 때 그의 뇌경색은 선천적이거나 다른 뇌혈관 질환 때문이 아니라 갑작스럽게 발현한 것이며, 이는 그가 현지에서 코로나19 감염 직후 산소포화도가 크게 떨어졌던 영향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19가 뇌경색에 영향을 준다는 의학계 이론도 대두된 만큼 인과관계를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 근거를 밝혔다.
회사는 해수청의 판단에 불복해 지난달 11일 부산지법에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에서 회사 소송대리인은 그의 뇌경색이 당장의 치료가 불필요한 경미한 수준인 데다 코로나19와의 인과관계도 입증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우울증 역시 코로나19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 단정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당장 업무 복귀가 힘겨운데 수당 지원까지 끊긴 이 씨는 생계 걱정에 한숨을 쉰다. 그는 “코로나 후유증이 너무 심해 트라우마가 생겨 배를 못 타는 지경에 이런 일까지 생겨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이 씨처럼 오래 지속되는 후유증에 일상 회복이 가로막힌 이들이 속출한다. 코로나19 후유증 회복치료센터를 운영 중인 온종합병원에 따르면 39세 남성 B 씨가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고도 후유증 치료를 위해 지난달 26일을 이 병원에 입원했다. 건강한 직장인이었던 그는 지난 3월 확진 판정을 받고 일주일 만에 격리 해제됐다. 하지만 두통과 어지러움이 계속돼 지난 5일까지 병원을 찾아 외래 진료를 받아야 했다.
지난해 6~12월 이 병원에서 코로나19 후유증 치료를 받은 환자는 약 50명이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1~7월 약 110명으로 크게 늘었다. 병원 관계자는 “코로나19 후유증인 걸 모른 채 진료받은 환자까지 고려하면 실제 수는 이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후유증의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시점이라 정확한 피해 규모도 알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립중앙의료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감염자의 87%는 두 가지 이상의 후유증을 경험했다. 여기에는 피로감과 같은 비교적 가벼운 증상에서 이 씨가 겪은 뇌경색과 우울증 같은 큰 질환까지 포함된다. 상황이 이렇지만 이들을 위한 마땅한 의료 지원책은 찾아볼 수 없다. 후유증이 다양해 어느 질병까지를 지원 대상으로 삼을지, 지원 방식과 규모는 어떻게 정해야 할지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서둘러 지원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고신대복음병원 강지훈(가정의학과) 교수는 “롱코비드가 워낙 광범위해 정책 수립이 힘들 수 있지만, 많은 시민이 오래 후유증을 앓으면 사회에 전반적인 손실로 돌아온다. 속히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동아대 한성호(가정의학과) 교수 역시 “임상적으로 의사가 후유증으로 판단한 때에만이라도 지원해야 한다. 소득 수준별로 구분해 예산 문제를 해결하고, 후유증이 심각한 이들에게는 폭넓고 적극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