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홍보기획관 재직 시절 국가정보원의 4대강 사찰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가 당선을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며 재판에 넘겨진 박형준 부산시장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국정원의 부적절한 사찰 행위는 있었지만, 그와 같은 사찰의 요청자가 박 시장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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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형준 부산시장. 국제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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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법 형사6부(김태업 부장판사)는 19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형준 시장에게 무죄를 판결했다. 박 시장은 지난해 3월 10~31일 국정원의 4대강 관련 인물 단체 사찰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4대강 사업 관리 방안을 요청한 적 없고, 국정원의 보고서를 받은 적도 없다. 불법 사찰에 관여한 사실도 없다’고 12회에 걸쳐 언론과 토론회 등에서 말하는 등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기소됐다.
검찰은 박 시장이 홍보기획관실 소속 비서관 또는 행정관을 통해 국정원에 4대강 사업 관리 방안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그 증거로 검찰은 국정원이 생산한 2009년 7월 1일 자 ‘4대강 사업 찬반 단체 현황 및 관리 방안 보고서’ 문건과 같은 달 16일 작성된 ‘4대강 사업 주요 반대 인원 및 관리 방안 보고서’를 제시했다. 이들 문서에는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환경·종교단체 소속 주요 인물 20여 명에 대한 전담관 매칭 등의 방안이 검토됐다. 이 같은 내용은 국정원이 법령상 직무 범위를 벗어나 민간단체와 인물의 현황과 동향을 불법적으로 탐문 채집한 불법 사찰 정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박 시장의 발언이 허위사실공표죄라고 판단할 수 없다고 봤다. 검찰이 제시한 문건들이 국정원 서버에서 발견된 원본과 내용은 같지만 실제 국정원이 청와대에 전달해온 여타의 보고서와는 양식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이 문서는 국정원 내부 결재 과정에서 생성된 것인 데다 완성본도 아니며, 청와대에 전달된 원본 문서 또한 아니라고 설명했다.
결국 검찰이 제시한 2개 문건은 직접 증거가 아니라 재전문진술을 기재한 서류에 해당한다. 이 같은 재전문진술은 피고인이 증거로 사용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 이상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 재판부는 “국정원이 내부적으로 ‘홍보기획관 내지 정무수석’이라고 적힌 보고서 등을 작성했고, 그 결과물이라는 정도의 증거가치만이 인정될 뿐이다. 이 사건 공소사실과 관계에서 전문증거에 불과하며 청와대에 전달된 원본도 아니므로 피고인의 보고 요청 등 관여 사실을 인정하는 증거로는 사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박 시장이 국정원에 요청한 것은 적법한 절차에 의한 보고일 뿐 민간단체 사찰은 염두에 두지 않았을 가능성 ▷ 박 시장이 국정원 등을 특정하지 않은 채 비서관 또는 행정관에게 요청사항을 지시했을 가능성 ▷박 시장의 지시나 관여 없이 국정원에 요청 사항이 전달되었을 가능성 등을 배제할 수 없어 그가 국정원 문건 보고 요청의 주체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이 든다고 전했다. 결국 국정원의 부적절한 사찰 자체는 확인되지만, 이 사찰이 박 시장의 요청에 의해 이뤄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재판부는 또 박 시장이 토론회 등에서 한 발언이 허위에 해당한다고 인식하고 있었다는 검찰 주장에 “국정원 문건의 내용이 국정원의 직무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부적절하다고 볼 여지는 있으나, ‘불법사찰’ 및 그 해당 여부는 그 의미나 이 사건의 발언이 행해진 시점 등에 비춰 증거에 의한 증명이 어려운 가치 판단으로 봐야 한다”며 박 시장이 제기된 의혹을 두고 의견을 표명한 것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 시장 측은 재판 결과를 반겼다. 원영일 변호사는 “이 판결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정당한 판결이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처음부터 검찰의 무리한 기소였음을 여러 차례 말씀드린 바 있다. 그에 따른 당연한 결과로, 사법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준 판결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