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혼 뒤 최근 기초수급자 등록
- 홀로 남매 키우며 생활고 겪어
추석 연휴 중 부산에서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부산진경찰서는 부산진구 양정동에 있는 한 빌라에서 어머니 A(40대) 씨와 딸 B(10대) 양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2일 낮 12시49분 A 씨의 아들 C(10대) 군은 자신의 방에서 잠을 자던 중 타는 냄새를 맡고 일어났다. 거실에 어머니, 또 다른 방에 누나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웃 등을 통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에게서는 스스로 흉기로 찌른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이 발견됐다. B 양은 얼굴에 타박상 등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B 양의 방에서는 화재가 발생했으나 이불 등을 태운 뒤 꺼졌다. 경찰은 화재가 발생한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현재까지 외부 침입 흔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A 씨가 신변을 비관해 사건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A 씨는 지난해 남편과 이혼한 뒤 홀로 남매를 양육했다. 직장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무직이었다. 지난 5월 구에 생계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두 달 후 주거·교육 급여 등을 받는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됐다. 사건 발생 당시에는 음주를 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두 사람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부검할 예정이다. 또 유족 진술, 두 사람의 통화 내용이 담긴 휴대전화 포렌식 등을 통해 사건이 발생하게 된 정확한 경위를 파악 중이다. 유족은 경찰 조사에서 평소 모녀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단은 어머니가 딸을 살해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되지만 제3자에 의한 타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에 정확한 사인은 부검을 통해 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추석 연휴에 모녀가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하자 주위에서는 안타깝다는 반응이 쏟아진다. 모녀가 거주하던 빌라 인근 주민은 “A 씨가 평소 쾌활한 모습을 보였고 딸과도 사이가 좋아보여 이런 일이 발생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자녀를 살해한 뒤 부모가 극단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 6월 제주도로 한 달 살기를 떠났다가 실종된 조유나 양 사건이 일어났고, 지난달에는 30대 여성이 자폐를 앓는 두 살 아들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녀를 독립적인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사회·문화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 필요성이 제기된다. 동의대 최종술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부모가 자녀와 자신을 동일시하거나 소유물로 여기는 생각에서 사건이 출발할 수도 있다. 분신이 아니라 독립적인 주체로 보는 올바른 자녀관을 전파할 교육, 캠페인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