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수 경남지사가 부울경특별연합(메가시티) 대신 행정통합을 제안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행정통합은 말 그대로 3개 시·도의 행정구역을 하나로 묶는 것으로 연합과 비교해 더욱 힘들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작은 방안이다. 이 때문에 지난 6월 지방선거 후보 때부터 특별연합에 반대해 온 박 지사가 연합 회피를 위한 명분 쌓기용으로 통합안을 들고 나왔다는 지적이 나왔다.
부산시는 행정통합을 비롯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협의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시 내부에서는 사실상 현실성이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울산시는 행정통합을 논의할 가치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반발 기류가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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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부울경 특별지자체 지원을 위한 협약식 모습. 국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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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취재를 종합하면 박 지사가 공개적으로 밝힌 행정통합의 이유와 계획은 이렇다. 초광역협력은 명확한 법률적 지원 근거와 권한이 없어 비용만 낭비하고 실익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실질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행정통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부산과 울산이 동의하면 2026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통합자치단체장 선출이 가능하다는 것이 박 지사의 생각이다.
먼저 부울경 공동으로 (가칭)부울경 특별자치도 설치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한다. 이후 지방자치법에 따라 지방의회 협의 또는 주민투표 등의 행정 절차를 거친다. 이를 위해 1단계로 내년까지 행정통합과 관련한 시·도 조례 제정, 추진위 구성·운영, 기본구상 수립 등을 마무리 한다. 2단계로 2025년까지 주민투표 실시, 기본계획 수립, 특별법을 제정한다. 3단계로 2026년 특별법 절차를 이행하고 통합 단체장을 선출하게 된다.
박 지사의 생각처럼 부산과 울산이 동의하면 행정통합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부산과 울산시 안팎에서는 특별연합의 이해관계도 풀지 못 하는데 정치·경제적 셈법이 더욱 복잡한 행정통합을 3개 시·도가 3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분위기다.
울산시는 박 지사가 행정통합을 제안하자 “과거 경남도 시절 울산시로 회귀하자는 것이냐”며 논의 가치조차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울산시는 김두겸 시장 취임 직후 울산연구원에 정책과제로 ‘부울경 특별연합 실익 분석과 수혜 확대 방안 연구’를 의뢰해 지난 8일 보고서를 받고 최종 검토 중이다. 김 시장은 오는 26일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박 지사에 행정통합안의 논리를 제공한 경남연구원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남연구원은 김경수 전 지사 시절인 2020년부터 1년간 부산·울산연구원과 함께 특별연합 논의를 거쳐 행정통합으로 가기 위한 중간 단계로 부울경 초광역권 발전 계획을 마련했다. 그런데 박 지사 취임 직후 3개월 만에 내놓은 ‘부울경 특별연합 실효성 분석’에서는 부울경특별연합은 경남도에는 아예 필요가 없다는 식의 결론을 내버렸다.
이는 박 지사의 입맛에 맞게 경남연구원이 앞서 냈던 연구 결과를 완전히 뒤엎어 버린 것이다. 경남연구원은 지난해 3월 열린 ‘국가균형발전과 초광역협력 실행전략 토론회’에서 “동남권을 교육·보건의료·재난 등에 공동대응하는 생활공동체, 혁신기관들이 협력해 특화산업을 연계해나가는 경제공동체, 그리고 문화자산과 관광자원을 함께 활용하는 문화공동체로 조성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광역특별연합’ 구성을 제안한 바 있다.
지방분권균형발전 부산시민연대 박재율 상임대표는 “지역소멸을 막기 위해 그동안 행정통합을 진행한 다른 지역의 사례를 보면 기초지자체 단위의 통합도 힘든 것이 현실이다. 행정통합이 메가시티를 회피하기 위한 방패막이로 활용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