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87> 분석과 분류 ; 부족한 인간

  •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   입력 : 2022-10-24 19:34:52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버섯은 식물처럼 보이지만 식물이 아니고 균이다. 미역은 광합성을 하지만 식물이 아니고 원생생물이다. 버섯과 미역에 대한 이러한 설명은 통념을 비껴 간다. 린네(Carl von Linne 1707~1778)의 후예들은 온갖 생명체들을 분석하여 순차적 카테고리별로 분류했다. 인류가 이룩한 훌륭한 지식업적이다. 그러나 생명세계엔 원칙(原則)과 정칙(正則)만 있지 않다. 반칙(反則)도 변칙(變則)도 있다. 생물분류학으로 정확히 분류할 수 없는 요상한 생명체들이 있다.
인간의 분석으로 정확히 분류할 수 없는 생명체들
가령 새삼이 그렇다. ‘새삼스럽게 무슨 말씀을’의 그 새삼 같다. 이때 새삼은 좋은 의미로 들리지만 새삼의 정체를 알면 인사말로 쓸 게 아니다. 새삼은 식물계(界) 속씨식물문(門) 쌍떡잎식물강(綱)에 속한다. 겉씨식물보다 나중에 생긴 속씨식물이며 외떡잎 식물보다 진화한 쌍떡잎 식물이다. 식물계에서 나름 고등한 식물이다. 꽃이 피고 열매를 맺으며 포자도 아니고 종자인 씨를 내리며 번식한다. 그런데 식물이라면 마땅히 할 가장 중요한 일을 않는다. 새삼은 어떤 식물에 달라붙으면 뿌리와 잎이 퇴화하여 광합성을 하지 않고 빨아 먹는다. 질기며 강인한 누런 줄기로 공생도 아니고 기생하며 산다. 결국 숙주식물을 말려 죽여 버리면 다른 식물에 달라붙는다. 인간에겐 이로운 약재이지만 식물에겐 악독한 생명체다. 버섯은 광합성을 않기에 식물에 속하지 않고 균에 속한다. 미역은 광합성을 해도 식물에 끼지 못하고 원생생물에 속한다.

그런데 새삼은 광합성을 않아도 식물로 분류된다. 도대체 광합성을 하지 않는 식물이라니?

동물에도 그런 게 있다. 호주에 사는 오리너구리는 오리처럼 알을 낳는다. 그런데 부화되어 태어난 새끼에게 젖을 물린다. 포유류 암컷에게는 젖을 먹일 젖가슴이 있어야 하는데 없다. 그냥 어미 피부에서 젖이 스며 나와 새끼는 여기저기 핥아먹는다. 포유류는 자라면서 이빨이 생기는데 오리너구리는 자라면서 이빨이 빠진다. 도대체 이 괴상망측한 동물을 어찌 분류할까? 젖을 먹이니 조류도 아니고 알을 낳으니 포유류도 아니다. 넓적한 부리가 있으니 조류인가? 이빨과 젖가슴이 없으니 포유류도 아니다. 발이 없고 물갈퀴가 있으니 조류인가? 날개가 없으니 조류가 아니다. 어류는 확실히 아닐 텐데…. 물과 뭍 양쪽에서 사니 양서류인가? 물갈퀴가 악어처럼 생겼으니 파충류인가? 결국 여러 논란 끝에 오리너구리를 포유강(포유류)으로 애매하게 분류하기까지 백여 년 세월이 걸렸다. 도대체 알을 낳는 포유류라니? 2021년 밝혀진 오리너구리의 유전자 지도로 보자면 포유류+조류+파충류란다. 헐!

과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100% 딱 정확하게 분석 분류하는 건 불가능하다. 부족하나마 아는 한계 안에서 인식하고 분석 분류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에코(Umberto Eco 1932~2016)는 ‘칸트와 오리너구리’라는 책을 썼다. 정확하기로 유명한 철학자 칸트를 제목에 올려 부족한 인간이 지니는 애매하며 어정쩡한 철학의 한계를 유쾌하게 지적하는 책이다.

인간은 자신의 부족함을 알 때 그 부족함이 오히려 부족력이 되어 부족함을 딛고 도약할 수 있다. 不知不足停滯 能知不足跳躍. 부지부족정체 능지부족도약. 부족하나마 한문을 대강대충 만들었다. 부족함을 알지 못하면 정체된다. 부족함을 능히 알아야 도약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2. 2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3. 3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4. 4[도청도설] if, 손아섭
  5. 5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6. 6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7. 7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8. 8[포토에세이] 가을의 꽃 코스모스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3일
  10. 10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1. 1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2. 2北 “국경선 확성기 외 새 대응수단 대기” 연일 대남 협박(종합)
  3. 3최길수 특별감찰관 청문보고서 채택
  4. 4공소청 첫 국감 ‘李 공소 취소’ 공방…檢 총장 대행 “검토·지시 한 바 없어”
  5. 5금융위원장 "산은 부산 이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 파장
  6. 6더 밀릴 수 없다…지지율 위기에 정면돌파 택한 당청
  7. 7김용범·김현지 국감 증인채택 무산
  8. 8이 대통령 "중수청 지휘감독 포기하는건 탄핵사유" 野 "국무회의 참석하면 밀실지휘 없어지나"
  9. 9[뭐라노]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10. 10김여정 "국경선 새 대응수단 임무대기…확성기도 수일 내 가동"
  1. 1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2. 2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3. 3로그인 없이 서버장악 가능…전 세계 ‘PHP’ 보안 비상
  4. 4부산시대 연 HMM, 올해만 6조원 투자
  5. 5서낙동강 수변입지에 4Bay 구조…실속 갖춘 59㎡ 단일평형 차별화
  6. 6부산 온 인도 구자라트주 대표단, 지역기업과 조선·금융 협력 모색
  7. 7[한 손 뉴스] 낙상·실종 막는 ‘스마트신발’…부산TP, 노약자 지원 확대
  8. 8부산건설사·대기업, 상생협력 머리 맞댄다
  9. 9흑백요리사 셰프, 국내산 수산물 해외 홍보 나섰다
  10. 10한은 기준금리 3% 동결…긴축 유지, 속도조절 속 내달 다시 인상 가능성(종합)
  1. 1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2. 2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3. 3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4. 4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5. 5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3일
  6. 6취임하자마자…도시철 파업 막기 숙제
  7. 7구조하다 놓친 익수자 숨진 채 발견
  8. 8특검팀, 마산합포구선관위 등 투표자수 허위 입력 6곳 추가 확인
  9. 9부산 다문화 고교생 5년새 2배…정작 한국어학급 ‘0’
  10. 10“거제 양대 조선소와 상생 협의…남부내륙철도에 행정력 집중”
  1. 1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2. 2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3. 3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4. 4‘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5. 5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6. 6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7. 7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8. 8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9. 9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10. 10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우리은행
난치병 환우에 새 생명을
57년 평생 심한 말더듬에 고통…소통 연결고리 이어주길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거제 양대 조선소와 상생 협의…남부내륙철도에 행정력 집중”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