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부산에 또다른 형제복지원…인권유린 많았다

1960년대 부랑아·노숙인들, 재생원·영화숙 등 강제 수용

피해자 손석주 씨 당시 증언…"철창 방 가두고 군대식 관리, 구타·가혹 행위에 애들 죽어"

  •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  |   입력 : 2022-10-31 21:02:04
  •  |   본지 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1960년대 이후 영화숙·재생원을 비롯한 부산의 수많은 부랑아 시설에서 행정과 민간의 주도로 대규모 인권유린 사태가 벌어졌지만 진상 규명과 피해자 명예 회복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사하구 장림동에 있었던 재생원과 영화숙. 왼쪽 사진이 재생원으로, 오른쪽 사진의 앞부분이 영화숙으로 추정된다. 출처=사진으로 본 마리아수녀회 40년사
31일 부산시에 따르면 현재까지 접수된 영화숙·재생원 강제수용 피해 신고는 전무하다. 영화숙·재생원은 1960년대 후반 부산 최대 부랑아 시설로, 이곳에서 대규모 인권유린이 자행됐다. 2018년 12월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 신고 센터’를 개소해 진상 규명을 돕고 의료비를 지원하는 등 체계적으로 형제복지원 피해자를 관리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국제신문은 재생원에서 탈출한 손석주(59·사진) 씨를 어렵게 만나 부랑아 시설의 인권 유린 실태를 들었다. 그는 50년 전 생지옥에서 겪은 악몽을 떠올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1960년대 부산 최대 부랑아 시설 중 하나인 재생원에서 1년 이상 갇혀 살았다. 감옥보다 열악한 환경과 구타가 일상인 인권유린의 현장에서 그는 살아 남았다.

경남 양산 물금이 고향인 손 씨는 아버지와 살았다. 어머니는 어릴 적 집을 나갔다. 11살 무렵이던 1973년 손 씨는 돈을 벌기 위해 집을 뛰쳐나와 부산 중구 일대에서 신문을 팔았다. 당시 어린 신문팔이에게는 숙식이 제공됐다. 부모 없이 거리를 배회하며 걸식하는 사전적 의미의 ‘부랑아’와는 처지가 달랐다.

그런데도 손 씨는 재생원으로 끌려 갔다. 부산데파트 앞에서 일하다 ‘돈벌이를 소개해 주겠다’며 밥 한 그릇을 사준 낯선 아저씨에게 끌려간 것이다. 옛 부산항연안여객터미널 근처에 있던 재생원 사무실에 들러 간단한 입소 절차를 밟은 그는 사하구(당시 서구) 장림동 수용소에 들어갔다.

그의 기억 속 재생원은 사설 감옥과 같았다. 기와지붕을 쓴 단층 건물마다 10평이 채 안 되는 철창 방이 서너 개씩 딸려 있었다. 햇볕을 쐬는 오후 30분을 제외하고 철창 방은 늘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 ‘소대’로 불린 이 방에는 10살 아이부터 쉰 살이 넘은 성인까지 마구잡이로 수용됐다. 한 소대의 인원은 30~50명.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만 했다. 소대 방 내부의 재래식 화장실은 매일 끔찍한 악취를 풍겼다.

수용자 관리는 군대식이었다. 원생 중에서 중대·소대·분대장을 뽑았다. ‘완장’을 찬 그들은 자신들도 피해자이면서 별 이유 없이 폭력을 쓰거나 수용자를 괴롭혔다. 손 씨는 “덩치 좋고 힘센 놈들로 뽑았다. 방망이나 각목을 들고는 기분 내키는 대로 때렸다. 나도 방망이에 맞아 오른팔이 부러졌는데 부목만 달랑 댄 채 치료받지 못했다. 지금도 팔을 다 펴지 못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소대장들은 수용자들끼리 싸움도 붙였다. 진 사람은 무자비하게 폭행당했다. 잠잘 땐 예쁘장한 원생을 옆에 뉘어 남색 행위를 벌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식사는 하루 두 끼였다. 강냉이죽이나 보리밥 정도가 다였다. 부실한 끼니에 반복되는 가혹 행위를 이기지 못해 쓰러지는 원생도 적지 않았다. 손 씨는 “아이가 가마니에 덮인 채 수레에 실려 야산으로 옮겨지는 모습을 4, 5번 봤다. 죽은 아이를 산에 묻으러 가는 것으로 보였다. 선감학원·형제복지원에서만 군사정부 시절의 인권침해가 있었던 게 아니다. ‘분명히 있었던 일’을 이제는 알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정규반 신입생 52명 뿐인 부산미용고, 구두로 폐쇄 의사 밝혀
  2. 29년새 우울감 더 커졌다…울산·경남·부산 증가폭 톱 1~3
  3. 3부산 중구 ‘1부두 市 문화재 등록 반대’ 천명…세계유산 난항
  4. 4시민사회가 주도한 세계 첫 국가공원…스웨덴 자랑이 되다
  5. 5국제신문 사장에 강남훈 선임
  6. 6“을숙도·맥도 생태적·역사적 잠재력 충분…문화·예술 등과 연대 중요”
  7. 7AG 축구 빼곤 한숨…프로스포츠 몸값 못하는 졸전 행진
  8. 8용산 참모 30여 명 ‘총선 등판’ 전망…PK 이창진·정호윤 등 채비
  9. 9“용맹한 새는 발톱을 숨긴다…” 잠행 장제원의 의미심장한 글
  10. 10주차 들락날락 사고위험 노출…사유지 보호장치 강제 못해
  1. 1용산 참모 30여 명 ‘총선 등판’ 전망…PK 이창진·정호윤 등 채비
  2. 2“용맹한 새는 발톱을 숨긴다…” 잠행 장제원의 의미심장한 글
  3. 39일 파리 심포지엄…부산엑스포 득표전 마지막 승부처
  4. 4국정안정론 우세 속 ‘낙동강벨트’ 민주당 건재
  5. 5김진표 의장, 부산 세일즈 위해 해외로
  6. 6추석 화두 李 영장기각…與 “보수층 결집” 野 “총선 때 승산”
  7. 76일 이균용 임명안, 민주 ‘불가론’ 대세…연휴 뒤 첫 충돌 예고
  8. 8추석연휴 민생 챙긴 尹, 영수회담 제안에는 거리두기
  9. 9포털 여론조작 의혹에 대통령실 "타당성 있어" 與 "댓글에 국적 표기"
  10. 10강성조 "자치경찰교부세 도입 필요, 지방교육재정 재구조화 고민해야"
  1. 1BPA, 취약계층에 수산물 선물
  2. 2내년부터 주택 임대차 계약 신고 때 공인중개사 정보 기재 의무화
  3. 3스타벅스 거대용량 트렌타 사이즈 상시판매
  4. 4부산 아파트 매매지수 보합세 눈앞…3주 연속 -0.01%
  5. 5“서류심사 공정성에 문제”…산업은행, 신입행원 채용 일정 연기
  6. 6"데이터센터 설립 신청 68%, 부동산 이익 목적 '알박기'"
  7. 7'박카스 아버지' 동아쏘시오그룹 강신호 명예회장 별세
  8. 8'하도급 대금 연동제' 4일 시행…연말까지 계도기간 적용
  9. 9고물가에 등골 휜 추석…소외받는 사람 줄길
  10. 10‘K-막걸리’ ‘K-김’ 해외에서 인기 여전… 수출 실적 호조
  1. 1정규반 신입생 52명 뿐인 부산미용고, 구두로 폐쇄 의사 밝혀
  2. 29년새 우울감 더 커졌다…울산·경남·부산 증가폭 톱 1~3
  3. 3부산 중구 ‘1부두 市 문화재 등록 반대’ 천명…세계유산 난항
  4. 4시민사회가 주도한 세계 첫 국가공원…스웨덴 자랑이 되다
  5. 5국제신문 사장에 강남훈 선임
  6. 6“을숙도·맥도 생태적·역사적 잠재력 충분…문화·예술 등과 연대 중요”
  7. 7주차 들락날락 사고위험 노출…사유지 보호장치 강제 못해
  8. 8“양산 웅상 현안 다양한 의견 모아 행정에 반영 보람”
  9. 9골프 전설들도 그린 위 엑스포 응원전(종합)
  10. 10오늘의 날씨- 2023년 10월 4일
  1. 1AG 축구 빼곤 한숨…프로스포츠 몸값 못하는 졸전 행진
  2. 2‘삐약이’서 에이스된 신유빈, 중국서 귀화한 전지희
  3. 3남자바둑 단체 우승…황금연휴 금빛낭보로 마무리
  4. 4우상혁 높이뛰기서 육상 첫 금 도약
  5. 55년 만의 남북대결 팽팽한 균형
  6. 6임성재·김시우 PGA 롱런 열었다
  7. 7롯데, 포기란 없다…삼성전 15안타 맹폭격
  8. 8[속보] 한국 바둑, 남자 단체전서 금메달
  9. 9'박세리 월드매치' 7일 부산서 개최… 스포츠 스타 대거 참석
  10. 10세리머니 하다 군 면제 놓친 롤러 대표 정철원 “너무 큰 실수”
우리은행
낙동강 하구를 국가도시공원으로 시즌2
시민사회가 주도한 세계 첫 국가공원…스웨덴 자랑이 되다
위태로운 통학로 안전해질 때까지
주차 들락날락 사고위험 노출…사유지 보호장치 강제 못해
  • 맘 편한 부산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