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압사 참사’ 때 경찰 지휘라인의 총체적 늑장 대응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6일 경찰에 따르면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지난달 29일 오후 1시2분께 청사로 출근해 도심 집회 상황 관리를 지휘했다. 집회가 끝나자 오후 8시36분께 퇴근했다. 핼러윈을 앞두고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 이태원 일대를 둘러보지도 않고 곧바로 퇴근길에 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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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복 입고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공간 찾은 용산경찰서장.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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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이용해 강남구 대치동 자택으로 퇴근한 김 청장은 밤 11시34분께 걸려온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의 전화를 세 차례 연속 받지 못했다. 2분 뒤 네 번째 전화를 받고서 사고를 인지했다.
택시를 탄 김 청장은 다음날인 30일 새벽 0시11분께 한강진역에 도착했고, 이후엔 걸어서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했다. 참사 현장을 찾은 것은 사고발생 약 2시간10분 뒤인 오전 0시25분께였다.
그는 30일 오전 4시50분에야 이태원 사고 관련 대책 회의를 소집했다.
김 청장뿐 아니라 서울경찰청의 주요 간부들도 뒤늦게 출근했다.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실이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지휘부 출입 기록’ 문건에 따르면 서울청 간부들은 사고 발생 후 3시간에서 5시간30여 분이 지나서야 청사로 출근했다.
공공안전차장은 사고 당일 종로 일대 주요 집회 상황을 살펴본 뒤 오후 8시44분께 퇴근했다가 이튿날 새벽 1시25분께 서울청으로 출근했다. 경비부장도 퇴근했다가 이튿날 새벽 1시28분께 다시 나왔다.
천 의원은 “서울경찰청의 총체적 부실 대응이 이태원 참사 피해를 키운 원인”이라면서 “지휘부의 공직 기강이 완전히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사고 수습의 최일선에 있는 용산경찰서장의 현장 도착도 늦었다. 이태원 참사 관련 경찰의 부실 대응 의혹을 조사 중인 경찰청 특별감찰팀에 따르면 이 전 서장이 참사 당일 집회가 끝나자 오후 9시 47분께 용산서 근처 설렁탕집에서 식사를 마치고 관용차를 타고 이태원 일대로 출발했다. 이 전 서장은 밤 10시께 녹사평역에 도착했으나 차량 정체가 심하자 경리단길 등을 통해 우회 진입을 시도하다가 밤 10시55분에서 11시1분 사이 이태원 파출소 근처인 이태원엔틱가구거리에 도착했다. 밤 11시1분은 윤석열 대통령이 보고를 받은 시간이다.
녹사평역에서 이태원엔틱가구거리까지는 직선거리 900m 정도인데도 이 전 서장이 차량 이동을 고집하면서 무려 55분 이상 걸렸다. 이 과정에서 이 전 서장이 차량 밖으로 나온 정황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태원엔틱가구거리에 도착한 이 전 서장은 이태원 파출소까지는 도보로 이동했다. 결국 참사 발생 후 무려 50분이나 지난 오후 11시5분에야 현장에 도착한 것이다. 현장 책임자가 늦게 도착하면서 행정안전부를 포함한 관계기관 통보도 늦어진 것으로 경찰청 특별감찰팀은 보고 있다.
한편 소방청은 참사 당일 경찰에 15차례에 걸쳐 경찰에 공동대응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소방재난본부는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오후 10시18분 서울경찰청에 처음 공동대응을 요청했다.
경찰이 소방의 요청을 받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아 현장 교통통제가 빨리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소방당국은 “경찰도 계속 움직이고 했지만 움직여도 부족해서 또 요청하고 이런 식으로 계속 사고대응 하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