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급대원 수 태부족해 인력 확충 시급
- 좌절감 기억에 남아 … 치유 방안 절실”
- 손 떨며 브리핑한 서장 입건 여론 공분

9일 소방의 날 60주년을 맞아 소방공무원들이 이태원 참사 당시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고개를 떨궜다. 이런 가운데 구조 작업을 지휘한 용산소방서장이 경찰에 입건된 것을 비판하는 여론도 고개를 든다.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는 8일 소방의 날 60주년을 맞이해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력 충원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태원 참사 때 소방관은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역부족이었다”며 “정부는 이태원 참사를 반면교사 삼아 사회 안전 인력을 시급히 충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태원 참사 현장 출동 대원인 권영준 전국공무원노조 서울소방지부 수석부지부장은 “아직도 그날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고, 길거리 젊은이들을 보면 그날 희생된 청춘들의 창백한 얼굴이 떠오른다. 사력을 다해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려고 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이어 “서울 소방관 7000여 명 중 119구급대원은 1000여 명밖에 되지 않는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출동건수로 인해 밥 먹고 차 마실 시간도 없다”며 “인력 확충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소방관 치유 방안이 절실하다고도 강조했다. 노조는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렇지 못한 것으로 인한 좌절감, 참혹한 현장은 소방관의 기억 속에서 평생 지워지지 않는 트라우마를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노조는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이 출동 과정에서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로 입건된 것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최 소방서장은 현장 수습 당시 손을 떨면서 브리핑을 하는 모습이 포착돼 안타까움을 산 인물이다. 노조는 최 소방서장이 평소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인물임을 강조하며 “소방 대응 3단계가 발령됐을 때는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이 지휘해야 하는데, 뉴스에서 최태영 본부장은 얼굴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민 역시 용산소방서장 입건과 관련해 공분을 표했다. 입건 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에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결과가 입건이라니 무슨 짓인가’ ‘일선 현장에 죄를 뒤집어씌워서는 안 될 것’이라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정은영(28) 씨는 “현장에서 고군분투한 사실을 모두가 아는데 왜 피의자로 입건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노력이 무시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